“어떻게 방법이 없나요? 이러다가 학생이 잘못되면 어쩌죠. 어떻게 스님들이 이럴 수가 있나요? 불교계가 이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요….”

최근 들어 그동안 연락이 잘 닿지 않았던 지인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모두가 동국대 이사장과 총장을 맡고 있는 두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며 43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김건중 부총학생회장(24)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걱정을 하며 걸어온 전화들이다.

몇몇 여성은 목소리에 울음이 가득 배어 있기도 했다. 자비도 지혜도 없는 조계종에 신물이 난다며 더는 절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도 있고, 무기력하기만 한 한국불교계 전반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도 있다.

“조계종, 그런 거 망하든 말든 아무 관심이 없어요. 그 학생이 걱정이 되어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저 학생이 내 자식이라면, 내 자식이 아니라도 미래가 구만 리인 저 젊은 학생이 혹시라도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 과보를 어떻게 받으려고 스님들이 저러시나요.”

불자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슬픔과 분노, 안타까움과 실망이 가득 배어 있다. 개종을 고민하는 이도 더러 있고, 나머지는 불자로 살겠지만 신도의 자격으로 절에 가지 않겠단다.

김건중 학생은 현재 체중이 무려 30킬로그램 이상 빠져 수척한 상태다. 이런 정도라면 단식의 후유증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나는 시점에 해당한다. 뼈에도 손상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단식을 중단한 후에도 정상으로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는 걱정도 나온다.

사람의 몸이 단식을 견뎌낼 수 있는 골든타임은 40일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40일 이후로는 순전히 정신력으로 버티는 것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단식을 하는 사람이 40일을 넘어서면 겉으로는 멀쩡해보여도 몸에는 이상이 시작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건중 학생은 이미 가슴이나 등 부위에 반점이 생겼고, 또 반점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영양분 공급이 끊겨 몸이 자기 몸에 있는 영양분을 끌어다 태우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다. 이런 단계에서 시간이 더 지체되면 장기손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나중에는 뼈에도 심각한 손상이 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설사 단식을 중단하더라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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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강조하는 삶의 제1지침은 불살생(不殺生)이다.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이 다른 어떤 덕목보다도 앞선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불교계의 최고지도자 위치에 있는 분들, 특히 지금 죽어가는 한 젊은 생명을 되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요지부동이다.

김건중 학생이 목숨을 걸어가며 퇴진을 요구하는 동국대 총장이나 동국대 이사장은 퇴진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두 분 다 교계 안팎에서 고명한 분들이지만 생명이 죽어가는 현장을 애써 외면한다. 마지못해 단식 현장을 다녀가거나, 학생을 만나기는 했지만 두 분 다 퇴진할 의사는 없고, 다만 단식중단을 요구하고 돌아갔다는 소식이다.

수년째 입만 열면 생명 평화를 외치는 한 스님은 지난 11월 14일 이사회에서 이사장 선출을 유보하라고 요청하며 마치 학내 갈등을 해결할 것처럼 나섰지만, 이사장 선출이 아닌 이사 선출을 했으니 별 문제가 없다는 듯 자취를 감추더니, 돌연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역사학자와 교사 대다수가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화쟁으로 풀어보겠다고 나섰다. 

한국불교계의 수장이며 실질적으로 모든 문제의 해결 열쇠를 쥐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자체가 없다는 것인지 일언반구 말이 없다. 사실 동국대 문제나 용주사 문제 등 불교계 안에서 벌어지는 제반 현안에 총무원장이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데도 말이다. 

특히 김건중 학생이 퇴진의 제1당사자로 지목한 동국대 이사장은 잘 알려진 것처럼 장기기증과 헌혈 등 생명나눔활동을 펼치는 단체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또 그가 생명나눔 단체의 대표를 맡기 이전에 한 젊은이의 장기를 이식받아 제2의 삶을 살아오고 있는 당사자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한 젊은이가 생명을 걸고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차갑게 외면한다.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학생의 의사를 무시하고 병원으로 이송을 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더 좋은 방법은 학생의 요구를 일부라도 수용하는 것이다. 강제로 단식을 중단시켜 생명을 살릴 수 있겠지만, 그것이 학생의 뜻까지 살리는 방법은 될 수 없다.

김건중 학생을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불교계 단체사람들은 그저 허탈할 뿐이다. 어떤 방법이든 해결을 해보고자 여기 저기 연줄 닿는 곳에 전화도 해보고, 호소도 해보지만 움직여주는 사람이 없단다. 그들은 그저 “조계종 승려들 가운데 설사 사람 열 명이 죽는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긴 한숨을 내쉴 뿐이다.

현재 김건중 학생의 부모님은 아들의 단식 소식을 모르고 있다고 한다. 부모님이 알면 쓰러질 것이니 알리지 말라는 이 학생의 부탁으로 이모나 사촌들만 단식 현장을 다녀갔다는 것이다. 김건중 학생 본인도 단식이 이렇게까지 길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은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학생을 살리는 것이다. 강제로 병원으로 이송해 살리는 그런 최악의 방법 말고, 가장 좋은 방법은 동국대 이사장이 이사에서 사퇴하는 것이라고 본다. 총장의 거취는 그 다음 문제다.

동국대 이사장에게 묻는다. 이사장 자리가 한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가도 될 만큼 그렇게 소중한가? 당신의 체면이나 자존심이 한 젊은이의 생명보다도 귀중한가? 지금 보이는 행동들이 불살생을 제1덕목으로 삼는 불교의 수행자로서, 더구나 생명나눔단체의 대표자로서, 또 생명나눔의 혜택을 받은 당사자로서, 나아가 젊은이들이 향학열을 불태우는 상아탑의 재단이사장으로서 마땅한 일인가?

지금 당장, 조건 없이 물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