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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끌어온 혜자 스님이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9년의 여정을 설명하고 있다. 

모르는 마음
선묵혜자 지음 오순환 그림, 쌤앤파커스
268쪽, 1만5000원

‘108’ 숫자만 떠올려도 생각나는 스님…. 전 도선사 주지 선묵 혜자 스님이다.

‘108산사를 찾아 108불공을 올린다. 108선행을 통해 108공덕을 짓는다. 108배하며 108번뇌를 소멸한다.’ 108염주를 만들어가며 인연공덕을 쌓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가 하는 일이다.

한국불교의 신행문화에 새바람을 일으킨 108산사순례기도회는 혜자 스님이 이끄는 모임이다. 2006년 9월 첫발을 내디뎌 지난 10월 회향까지 연인원 54만여 명이 동참했다.

동원된 버스 1만 1,664대, 공양한 쌀 3천여 가마, 군부대 보시 초코파이 415만여 개, 108효행상 시상 122명, 다문화가정 108인연 맺기 207가족, 108장학금 지급 223명, 환우 약사보시급 전달 61명, 기와불사 동참 21만여 장….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만 9년 동안 쌓아올린 수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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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 스님이 이끄는 108산사순례 마지막 순례지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도안사에서 10월 21일 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회향법회가 열렸다.

2006년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를 펴냈던 스님이 이번엔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배어있는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혜자 스님은 코흘리개 열네 살에 스님이 됐다. 배고픈 시절이라 입 하나 덜기 위해 친척의 손을 잡고 산문(山門)에 들어섰던 것이다. 큰 강물에 돌을 던지듯이 승려의 길은 참으로 험난했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눈 내린 절 마당을 청소하고, 시린 손으로 빨래를 해야 했다.

[열아홉 살 때인가 봅니다. 문득 어머니가 수백 리 길을 지나 제가 머물고 있는 도선사로 찾아왔었지요. 그저 복받쳐 흐르는 눈물을 안으로만 삼키고 또 삼키면서도 어머니라 부르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정말 후회스럽습니다.
 
이제 오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생각해 보면, 출가의 길은 세속의 모든 인연들을 끊어 내고 마음의 번뇌를 끊어 내는 참으로 지난한 길임을 새삼 느낍니다.] (130-131쪽, 출가의 길)

혜자 스님은 청담 스님이 열반하실 때까지 곁에서 시봉했다. 큰스님이 열반의 길에 들어선 지도 어언 44년. 혜자 스님은 단 한 번도 큰스님의 가르침을 잊어본 적이 없다. 그 가르침은 오직 ‘마음’ 하나였다.

[“그래, 너는 무슨 마음으로 출가를 했느냐?”
 
 “스님, 저는 어리고 수행이 부족해서 아직도 그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적잖이 당황하여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큰스님께서는 허허허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그래. 그 모르는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여 진정한 출가의 길을 깨달아라.”

저는 그 순간 말할 수 없는 그 어떤 환희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구나. 모르는 그 마음을 깨닫기 위해 스님들은 오직 수행을 하시는 거구나’
 
저는 그때부터 저의 ‘모르는 마음’을 찾기 위해 하루도 게을리 하지 않고 기도하고 정진해 왔습니다.] (147-148쪽, 모르는 마음)

책 제목 『모르는 마음』(쌤앤파커스)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했다. 책 속에는 96편의 시와 에세이가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이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통찰로 가득하다. 한 구절 한 구절 곱씹게 되는 촌철살인의 지혜와 스님의 50년 수행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마음의 자유와 평안, 행복을 구하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내용이다.

혜자 스님은 머리말에서 “이른 아침 산사에서 무심하게 발밑에 떨어지는 한 장 낙엽을 보며, 정갈하게 마음을 다듬고 깊은 생각에 젖어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오늘도 ‘모르는 마음’으로 세상길을 떠난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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