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행자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경전의 가르침

<쌍윳따니까야> 제9 숲의 품 ‘야생의 감각을 지닌 자들의 경’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다. [하늘사람]이 수행자의 자세를 잃어가는 방일한 수행승들에게 찾아와 시로 말한 내용이다.

“예전에 고따마의 제자들인 수행승들은 만족하게 지내며 바라는 마음 없이 음식을 구하고, 바라는 마음 없이 잠자리를 구했네. 세상의 덧없음을 잘 알았기 때문에 진실로 괴로움을 끊었다네.
그러나 지금의 수행승들은 스스로 자제하지 못해 마을의 우두머리와 같이 남의 집에서 분별을 잃은 채로 먹고 마시고 드러눕네.
수행승들의 참모임에 공손하게 예경하면서 내 여기서 몇 마디만 말하니, 그들은 버림받고 주인을 잃었으니 흡사 아귀와 같네.
내가 말한 것은 방일하게 살아가는 이들에 관한 것이니 방일하지 않게 사는 이들에게는 극진하게 예경을 올리네.”

그러자 그 수행승들은 하늘사람에게 깨우침을 받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쌍윳따니까야> 제9 ‘향기 도둑의 경’에도 수행자의 행동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지를 [하늘사람]이 연꽃향기를 자주 맡곤 하는 한 수행자와의 대화를 통해 잘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하늘사람] “그대가 이 연꽃의 향기를 맡을 때 그것은 주어진 것이 아니네. 이것은 도둑질의 한 가지이니, 벗이여, 그대는 향기 도둑이네.”

[수행승]“ 나는 연꽃을 취하지도 않았고, 꺾지도 않았고, 떨어져서 향기만 맡았네. 그런데 무슨 이유로 그대는 나를 향기 도둑이라고 하는가? 연 줄기를 잡아 뽑고, 연꽃을 꺾고, 그와 같이 거친 행위를 하는 자에게는 왜 그렇게 말하지 않는가?”

[하늘사람] “어떤 사람이 거칠고 흉폭하고, 하녀의 옷처럼 심하게 더렵혀졌다면, 나는 그에게 말할 것이 없지만, 지금은 그대에게 말하는 것이라네. 때 묻지 않은 사람, 언제나 청정함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머리털만큼의 죄악이라도 구름처럼 크게 보이는 것이네.”

[수행승] “참으로 야차여, 그대는 나를 알고 나를 가엾게 여기네. 야차여, 그대가 그러한 행위를 볼 때마다 다시 말해주시오.”

[하늘사람] “우리는 그대에 의지해 살지 않고 또한 당신에게 고용된 하인도 아니네. 행복한 세계로 가는 길을, 수행승이여, 그대가 스스로 알아야 하네.”

이 두 경전의 가르침은 특히 오늘날을 사는 수행자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이 가르침은 재가자들에게도 수행자를 대하는 일종의 원칙 같은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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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언행일치의 삶을 사셨던 ‘무소유’ 법정 스님의  일화 한 편

50여 년 전 대학생불교연합회가 막 태동하던 무렵의 이야기로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 대선배로부터 들은 생생한 이야기다.

서울대와 동국대 등에 재학 중인 불자 대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봉은사에서 ‘수도원’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정진을 하던 시절, 지도법사 역할을 하셨던 법정 스님도 봉은사에 주석하고 계셨다. 

겨울철이었다. 당시에도 언행일치와 청정한 지계의 삶을 사셨던 법정 스님은 불자들에게, 특히 젊은 여성불자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봉은사로 스님을 만나러 찾아오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스님은 봉은사의 한 작은 방에 머무셨는데, 당신을 찾아오는 여인들과 그 건물 앞을 거닐거나 수북이 쌓아 올린 눈을 집어 던지곤 했다. 멀리서 볼 때는 영락없이 여인과 눈이 내린 사찰의 설경을 배경으로 데이트를 하고 있거나 눈싸움 장난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수도원 대학생들 사이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있었을 것은 자명한 일. 그러나 워낙 수행자적의 삶에 철저했던 법정스님이었기에 소문은 이내 잦아들었다.

아주 훗날 이 대선배는 법정스님께서 여인과 추운 겨울날에 경내를 거닐거나 눈싸움처럼 보이는 모습을 보이셨던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며 이렇게 술회했다.

“계율에 보면 비구가 여인과 한 방에 있지 못하도록 되어 있잖아. 방으로 들일 아주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문을 닫지 말고 열어놓으라는 계율. 이제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법정스님께서는 바로 그 계율을 실천하신 거였더라고. 당시만 해도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올 수 있었던 봉은사까지 찾아온 손님을 내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비구로서 방으로 들일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그 추운 날 경내를 거닐었던 거지. 그런데 거니는 것도 마냥 거닐 수가 있나. 그러니까 하얗게 쌓인 눈을 한 줌 집어 던지곤 하셨던 거였어. 그렇잖아. 그냥 걷기만 하면 더 어색하고 그렇게 되니까 그런 모습을 모이신 거지. 지금 와 생각하면 참 철저한 스님이셨어. 목숨처럼 계를 지키는 스님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요즘 부쩍 법정스님 생각이 나.”

비록 단편적인 일상의 모습이지만, 여인을 방으로 들이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날 경내를 걸었던 법정스님의 수행자로서의 철저함을 그리워하게 하는 일화다.  

#3. 이글을 읽는 출재가 대중들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오늘날 한국불교가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그 원인은 범계의 문제, 포교부재의 문제 등 다양하다.  

먼저 스님들께 묻는다.

지금 스님은 어떠하신가?
방일하게 사시는가? 아니면 방일하지 않게 사시는가?
머리털만한 죄악이 구름처럼 크게 느껴지시는가? 아니면 하녀의 옷처럼 심하게 더럽혀지셨는가?
젊은 시절 법정스님께서 봉은사에서 보이신 모습이 부질없어 보이시는가? 아니면 가슴깊이 공감으로 다가오시는가?

방일하지 않다면, 죄악이 크게 느껴진다면, 법정스님의 모습이 공감으로 다가온다면 왜 침묵하시는가?

다시 스님들과 재가자들께 묻는다.

범계의혹이 팽배하고 언론탄압을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작금의 조계종 승단의 모습이 온전하다고 생각하시는가? 아니면 온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가?
온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면 어째서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으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