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불교문화재를 숨기고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립박물관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부장판사 엄상필)는 10월 29일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장물취득으로 기소된 사립박물관장 권 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 씨가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기 성남의 개인 창고에 정상 유통되지 않고 있는 문화재를 보관하고 알리지 않은 것은 사회적 효용을 해한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은닉 행위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기소된 지석(망자의 인적사항 등 연혁을 기록하여 무덤에 묻은 판석이나 도판) 379점 가운데 문화재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62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영은사 영산회상도 1점과 관련한 장물 취득 혐의에 대해서는 “권씨가 물건을 구입했을 2012년 당시 장물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물관 운영자로서 문화재의 보존 책무를 저버린 점”이나 “기소된 문화재유통의 비정상성을 인지한 점”, “문화재를 몰래 장기간 취득․보관해 문화재 절도 및 장물 유통을 유도한 점” 등에서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1999년 첫 불교문화재 도난백서 발간 이후 불교문화재의 현황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의 결과”라며 “그동안 공공연하게 행해졌던 불교문화재의 불법 ‘은닉’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또 “도난 문화재의 불법 취득과 장물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에 대해 우리 종단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범죄의 중대성과 죄질로 보아 지금의 양형보다 더욱 엄중하게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은사 영산회상도의 경우, 경찰 신고 및 백서 발간 등을 통해 도난품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물 취득 혐의가 인정받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조계종은 이 사건에 대한 항소가 이루어지고,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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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된 대비사 영산회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