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잡놈이다

마음의 상처가 큰 사람이 보이는 행태는 두 가지다.
술에 취한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두 가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는 아니다.
다만 좀 커다랗게 보이는 두 가지 경향을 가리켜 두 개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대부분 둘로 나누는 것은 흑백논리이기보다는
두 가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두들 극단으로 치닫기 때문은 아닐까?
중간이 없어 보이는 것은 그 만큼 중간에 서기가 어렵기 때문인가 보다.
중도선언을 한 성철 스님의 자리가 빛나는 이유다.

술에 취한 이 가운데는
방구석에 처박혀 조용히 있다가 잠드는 ‘순한 양’ 같은 이들도 있지만,
평소와는 달리 떠들썩하게 싸움이나 시비를 거는 ‘잡놈’들이 있다.
전혀 점잖지 못하게 논쟁이라는 이름을 가장하여 ‘싸움’을 일삼는다.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원수’와 ‘적’으로 둔갑시켜 버린다.
서슴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잡놈’이라고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잡놈’인듯하기에 그렇게 이름 한다.

그런데 생각보다 ‘잡놈’이 많고 많아졌다.

내 안의 구도자를 방해하는 ‘잡놈’을 잡는 데 평생이 걸렸다.
아직도 다 못 잡았지만, 반 이상(50.1%)은 잡은 듯해 뿌듯하다.
하지만 시작은 반(50%)이기에 사실 지금부터라고 하는 게 맞다.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다.

본전(50%)도 못 차리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잡놈’들이 많아도 참으로 많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잡놈’이건 아니건 난 관심 없다.
같이 살기에 관심 갖는 척하지만 ‘내 코’가 ‘석 자’다.

나도 못 고치면서 남 탓하기는 싫기 때문이다.

논쟁이라고 ‘시비’를 미화해도 결국 ‘싸움’이다.
누구는 성품이니 취미라고 뻔뻔하게 얘기를 해도 정말 나쁜 버릇이다. 악취미다.
‘싸움’은 남에게 상처를 주고 또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주고 이전의 상처를 더 악화시킨다.

결국 이전에 ‘내’가 만들고 ‘내’가 만든 자업자득의 ‘상처’를
이젠 나를 넘어서 다른 이인 ‘남’에게 주는 것이 싸움이다.

싸움하는 놈의 말이 다 맞아도 그러는 ‘넌’ 그냥 사람이 아니다.
나와 같은 ‘잡 놈’일 따름이다.

‘잡놈’들의 특징은 이걸 아는 척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정말 ‘잡놈’이 아니라면 이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잡놈’들은 말도 기억도 못하고 계속 ‘치매’ 걸린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한다.

정신병 환자처럼 표정과 목소리에 힘을 넣을 줄은 알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는 전혀 힘을 넣지 못한다.
‘가라앉힘’도 ‘받아들임’도 없는 ‘잡놈’에게는 단전에 힘이 모아지지 않는다.
공허하게 힘없는 메아리만 외우는 그들을 ‘잡놈’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당신은 잡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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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남쵸호수의 야크. (사진=하도겸)

분노부터 조절하라

‘달을 가리키는 손을 보지 말고 달을 봐라!’를 비롯해서 정말 많은 말을 누구나 잘한다.
그래서 모두가 스승인가 보다.
도인인 척하는 이런 이들에게 당하고 당해서 세상에 물려 염리심과 출리심을 내게 하니
원수라고 하더라도 정말 모두 고마운 스승인 셈이다.

그러니 나를 지옥으로 가지 않고 부처님을 닮아가게,
‘인욕’을 가르쳐 준 스승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런 감사의 표시 가운데 하나가 존경을 보이는 ‘배려’가 아닌가 싶다.
아니 적어도 무시하지 않는 배려는 못할망정 ‘분노’하면 안 된다.

분노란 정법을 해치는 ‘원수’에게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실제로 원수가 스승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들의 전유물이다.
토론도 좋다. 논쟁도 좋다고 해도 그 마음에 ‘분노’가 섞이면 이미 ‘범인’이 된다.
도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평범한 범인이며
남의 마음에 감사하지 않고 도리어 배은망덕하니 도둑 같은 범인이기도 하다.

위험도 모르고 하루에도 몇 번씩 큰길 도로로 뛰쳐나오는 어린이들처럼
‘욱’하면서 치고 올라오는 화를 조절하는 것은
수행의 기본인 ‘가라앉힘’을 익히는 것이다.

‘욱’하면서도 도인인 척하는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궤변을 청산유수처럼 말을 한다.
하지만, 알음알이로 무장된 말은 청산유수이지만,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모르는 이다.
항상 낮은 데 임하면서 ‘하심’을 익혀 맑고 밝은 곳으로 나가는 것이 사람이다.
내가 이 만큼 온 것이 모두 주변 인연들의 공덕임을 잊지 않고 배려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욱’하면서 ‘은인’들에게 화를 낼 수 있을까?
남들에게 ‘하심’하라! ‘수행’하라! 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의 분노부터 조절하라!

내 모든 글은 내 마음에 대해 스스로를 경계하는 자경의 글일 따름이다.
분노부터 조절하고 싶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