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5-10-24 (토) 14:35
10·27불교법난
원행 지음, 에세이스트사
394쪽, 1만5000원
‘10·27불교법난’을 기억하는 불자는 얼마나 될까. 법난이 일어난 1980년 10월 27일 이후 한동안 불교계에서 ‘법난’이라는 용어는 사실상 금기어였다. 요즘 말로 '좌빨 의식'이 짙은 대학생과 청년 불자 등 소수는 목소리를 냈다가 연행되고, 구속되어야 했다.
그들의 희생에 힘입어 1988년 노태우 정부 당시 강영훈 총리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고, 세월이 지나 2005년 8월 18일 노무현 대통령 때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되어 법난을 조사했다. 그 뒤 법난 관련 특별법이 제정돼 국무총리 직속으로 ‘10·27 불교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 위원회’가 발족돼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10.27불교법난 피해자 대표인 오대산 월정사 원행 스님의 생생한 증언록이자 고통과 핍박 속에 이뤄온 구법의 서이다.
10·27불교법난이 일어난 지 35년이 흘렀다. 1,700년 불교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그 사건을 이제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피해자들은 한 분 한 분 세상을 뜨고 법난의 진상은 점점 미궁 속으로 꼬리를 감추고 있다. 그나마 과거에 있었던 진상 규명도 대부분 수박 겉핥기였고 법난을 입안하고 주도하였던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당사자들은 한결 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참으로 기이한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저자 원행 스님은 1980년 10월 27일 새벽 영문도 모른 채 강원도 원주의 보안사로 연행됐다. 다짜고짜 고문이 시작됐고 풀려나는 날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문과 폭행과 모욕을 당했다. 그때 고문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다리를 절고 치아는 성한 데가 없다. 그러나 다시는 국가권력이 종교를 불법적으로 짓밟는 만행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에 그 참혹했던 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1980년 국가권력에 의한 한국불교탄압사’이다. 10·27불교법난의 뿌리를 찾기 위해 박정희 장기집권을 위한 유신헌법을 되새기며 당시의 상황을 전해준다. 책 후반부에서는 1940년대 이후 한국불교 분규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비구 대처 대립, 70년대 종권다툼, 80년대 신흥사 살인사건, 강남북 총무원 시대, 서의현 3선강행, 개혁회의 출범 등 격동의 현대불교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