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독자들 성화에 세 번 째 시집 냈지요”

최승천 기자 | hgcsc@hanmail.net | 2015-10-22 (목) 15:59

 


22년 만에 세 번 째 시집을 낸 대안 스님이 21일 북콘서트를 열었다.


충북 진천 도솔암 대안 스님이 세 번 째 시집 『어머니의 선물』을 펴냈다. 1993년 절필 이후 선원 정진에 몰두하다 22년 만에 대중 앞에 선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그가 써 모아둔 1천여 편 중 최고의 작품 108편이 상재됐다.

 

스님은 작년 조계사 국화축제에서 개인 초대 시화전을 열었다. 이어 동국대 팔정도 광장에서, 마곡사 경내에서 각각 시화전을 연데 이어 올 여름에는 전주 덕진공원 연꽃축제에서 초대시화전을 선 보였다. 그리고 지난 10월 14일 가을 조계사 국화축제에 대시 초대돼 지난 21일 개인시화전을 마감했다.

 

어머니의 선물.jpg크게보기

스님은 93년 선방으로 떠나기 전의 시와는 전혀 다른 색깔로 작년 가을 조계사축제를 맞았다.

 

“많은 대중들이 ‘이런 시가 세상에 있었나’ 하며 크게 놀랐습니다. 그분들이 제 시집을 찾았는데 보여드릴 수가 없어 이번에 새로 시집을 엮은 것입니다.”

 

대안 스님은 평소에는 시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자유의지가 발동하는 날에만 악기에서 소리가 나듯 몸과 마음에서 시가 나온다는 것이다.

 

승려시인으로 선배 격인 진관 스님(불교인권위원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안 스님은 정형시에서 자유시까지 승속을 넘나드는 유려한 필력의 소유자”라며 “흘러가는 가을날의 꽃과 같은 이 시집을 읽다 보면 한용운, 윤동주, 김소월을 만나게 된다.”고 평했다.

 

한편, 시집 발간 축하 북콘서트가 스님의 지인과 독자 등 1백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10월 21일 저녁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퍼포먼스 예술가 박옥경 시인이 사회를 맡아 불자가수 김무한의 축하 노래, 성우 한경애, 최진자 씨 등의 분위기 있는 시낭송 여덟 편이 곁들여진 자리였다.

 

이날 홍익대대학원 진철문 교수는 시평에서 “선원 정진을 오래 해온 대안 스님의 시에는 선사상을 비롯한 제행무상 등 불교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다.”면서 “시를 씀으로서 선(禪)이 되고, 선이 바로 시가 되는 자신만의 세계가 응축돼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시 낭송자로 무대에 오른 대안 스님은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의 공간을 회상하며 지은 시 <마당>을 낭송했다.

 

아침이면 제일 먼저 마당을 확인하고 가는 것은
나무 위의 새들이었다


(…중략…)


오랫동안 절집을 떠돌다가
고향집에 들렀을 때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상추를 좋아했던 걸 기억하시고
아침 밥상에 잔뜩 올려놓고 밥을 손수 차려 주셨다

 

목이 메어 들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먹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그날 마당에서
차비라고 잊지 않고
두 손에 만 원짜리 몇 장을 쥐어 주었다.
배곯지는 말고 살라면서…


지금은 그런 어머니가 세상에 아니 계시니
나는 나의 하늘을 잃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 마당을 잃어버렸다

 

잔잔한 배경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시를 낭송하는 동안 시인도 청중도 시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 순간 스님의 어머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였다. 

 

다음은 이번 시집의 표제작 <어머니의 선물> 전문이다.

 

어머니의 선물


나는 어머니에게서

세상을 선물 받았습니다


너무 어려서 철이 들기도 전에 받은
아니,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선물이라서

선물인지를 몰랐습니다.
 
그렇게 큰 선물을 하고도

어머니는

내게 선물한 줄도 모르고 사셨습니다.


우리는 피차가 서로

주고받은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았습니다

 
내가 어머니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그런 큰 선물을 주지 못했습니다

 

세상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나

그런 큰 선물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 하나님이 나의 어머니 인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철이 들어서 알았을 즈음,
어머니는 이 세상에 아니 계십니다
세상이 선물인 줄 알기 전에

서둘러 운명하셨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하늘도 어머니로 보이고
나무도 어머니로 보이고
산도 강도

모든 것이 다 어머니로 보입니다.

내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어머니 것으로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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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북콘서트에서 대안 스님이 지금은 세상에 안 계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자신의 시 <마당>을 낭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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