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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멸빈자 문제에 대한 사부대중의 의견차를 줄이기 위해 사실 여부를 재확인하는 ‘재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0월 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 종헌개정및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 주최 ‘종단 화합 조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사진)’에서 이자랑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에 의해 제기됐다.

이자랑 교수는 이날 ‘종단 화합 조치의 필요성’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당시 징계가 종헌.종법에 근거해 올바르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개혁에 앞장섰던 사람들과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반대편의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 진정한 화합을 위한 노력, 즉 ‘여법한 갈마’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율장에서의 갈마란 승가회의를 칭하며, 갈마는 승가의 모든 구성원이 부처님의 법과 율에 근거해 서로의 의견을 조정하며 논의한 후 만장일치에 의한 마무리를 짓고, 의견이 다른 사람까지도 버리지 않기에 갈마가 화합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화합의 실현은 엄격한 원칙 아래 이뤄지는 여법한 갈마의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율장의 입장임에도 94년 멸빈자 문제의 경우, 기준이 애매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당시의 판결은 과정상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불완전한 형태로 이뤄져 분쟁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선심 쓰듯’ 혹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위원회를 꾸려 필요한 자료를 수집한 후 양쪽 당사자나 관련자들의 참석 하에 확인 작업을 거쳐 명확한 근거로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호계원 재심 판결을 밀실에서 이루어진 정치적 야합이었다고 비난하는 사부대중의 정서를 고려한다면, 나머지 승려들에 대한 재심 과정이나 결론은 사부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별법 제정과 호계원법 제54조의 특별재심 청구 규정을 활용하는 통한 종단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이번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면서 어떤 방법이든 재심의 기회를 제공하고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군종특별교구장 정우 스님과 중앙종회의원 만당 스님은 여법한 갈마를 위한 종단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