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process philosophy), 일명 ‘유기체 철학’(the philosophy of organism)은 불교계 지성들 사이에서는 그리 낯선 테제는 아니다. 화이트헤드는 우주 자연의 배후에 어떤 ‘실체’가 있다고 보지 않고, 우주 자연을 ‘현실적 존재’(actualentity)라는 우주 자연의 최종 구성단위가 구체화되는 끊임없는 과정, 곧 과정의 흐름이라고 보았다.

이 현실적 존재는 이 흐름 속에서 다른 것과 맺게 되는 유기적 관계에 의해 구체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화이트헤드의 생각이었다. 흐름을 중심으로 보면 과정이고, 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유기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철학을 과정철학이라고도 하고 유기체철학이라고도 하였다. 이는 동양사상 가운데 특히 불교의 ‘인연생멸론’과 흡사한 발상으로 일찍이 불교계 지성들의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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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조금 더 살펴보자.

존재의 세계는 이성의 언어로 담아 낼 수 없다. 그렇지만 사변의 모험을 시도할 책무가 있다. 그럴 때 인류문명을 창조적으로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어쩌면 철학자들에게는 일종의 의무이자 소명일지도 모른다.

두루 알다시피 실재를 합리화하는데 철학의 과제가 있었다. 철학이 신비마저도 합리화해야 한다는 것이 철학자들의 고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실재 기술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다양한 이해 방식들을 조화시킬 토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다.  정통적인 형이상학의 과제도 이런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이트헤드는 가능한 한 전통의 범주나 자연 언어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범주들을 새로이 구상하며, 인간의 다양한 경험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실재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그림의 출발점을 인간에게 직접 주어지는 실재,곧 '경험 행위 그 자체'에서 발견한다. / 모든 존재자들은 타자와 교섭하는 가운데 자기를 구성해 가는 과정적 사건으로 존립한다.”

‘존재의 사건’이나 ‘인식의 사건’이 모두 현실적 존재의 자기구성에 속하는 경험의 과정으로 기술된다는 것이 화이트헤드 과정철학의 핵심이다.

과정철학은 고대 그리스의 정태적인 것을 거부한다. 현실적 존재는 생성과정으로 존립하며, 과정을 종결하면 독자적으로 지속할 수 없고 새로운 생성 주체의 과정에 참여함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자기동일성을 가지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의 현실세계는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과정철학(프로세스철학)’이라고 칭한다.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붓아카데미의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프로젝트의 열한 번째 강좌가 김희헌 성공회대 교수을 강사로 초빙,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과 연기연생법’을 주제로 내일(10월 2일 오후 7~9시)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의 2층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그렇다면 불교의 ‘연기연생’은 무엇일까? 부처님의 가르침 한 문장을 살펴보는 것을 그 의미를 살펴보자.

그대들에게 연기와 연생의 법을 설하겠다.
그것을 잘 듣고 숙고하라.
수행승들이여, 연기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고 죽음이 생겨나는 것은
여래가 출현하거나 여래가 출현하지 않거나
그 도리가 정해져 있으며,
법으로 확립되어 있으며,
법으로 결정되어 있으며,
그것을 조건(相依性)으로 하는 것이다.

여래는 그것을 잘 깨닫고 이해했으며,
이해하고 나서 이야기하고 가르치고 알게 하고,
앞에 두고 열어 보이고 분별하고 명확히 한다.
그러므로 ‘그대들도 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략)

수행승들이여, 연생의 법은 무엇인가?
수행승들이여, 늙고 죽음은 덧없는 것이고,
만들어진 것이고, 조건 지어진 것이고,
쇠망하는 현상이며, 사라지는 현상이며,
소멸하는 현상으로 연생이다.

(중략)

수행승들이여, 거룩한 제자는
여실하게 이 연기와 연생의 법을
있는 그대로 올바른 지혜로써
잘 관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화이트헤드와 불교는 동서양의 다른 어떤 철학보다도 유사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화이트헤드와 불교의 존재를 보는 관점은 철학사에서 비주류에 해당한다. 서양철학에서 주류를 차지한 존재론은 실체론이었기 때문이다. 두루 알다시피 주류 서양철학에서는 변화보다는 고정을, 생성보다는 존재를, 과정보다는 실체를 우선시했다.

불교는 비실재론을 주창했다. 불교의 제법무아 이론은 실체론을 해체하는 것이며, 연기와 공을 강조한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은 실체를 해체하고 그것을 과정과 생성으로 대체한다. 과정 안에서 존재는 생성하자마자 소멸하며, 모든 존재는 타자와의 인연 없이는 생성하지 않는다.

화이트헤드와 불교는 이렇게 유사점이 많다. 동시에 차이점도 존재할 것이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과 불교의 연기연생법이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른가?
화이트헤드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는 불교철학의 정수를 만끽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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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문의: 미붓아카데미 정태겸: 010-6742-2151, 김현진: 010-8770-5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