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수행법 중에 수승한 수행법 중의 하나가 사경 수행이다. 경전의 경문을 옮겨 적다보니 경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는 간경수행의 효과가 있고, 정신을 집중하다보니 삼매의 효과도 있다. 한 자 한 자 적을 때마다 절을 겸하면 절 수행의 효과가 있고, 서예가 도의 경지에 이르면 서도라 이르는 것처럼 글자를 정성들여 쓰는 자체가 도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불교에서 사경의 대가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길 김경호 선생이 ‘전통사경교본시리즈’ 1차분(4권) 출간을 완료했다. <한문본 반야바라밀다심경> <한글본 반야바라밀다심경> <한글본 의상조사법성게> <한문본 의상조사법성게>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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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김경호 선생은 전통사경기능전승자로 국내외 여러 곳에서 전시회를 갖는 등 활발한 운동을 펼쳐왔다. 사경을 대표적인 수행법의 차원으로 이끌어 올리려는 외길 선생의 원력은 그동안 국내외 불자 및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전통사경 교본 시리즈 발간의 가치와 의의는 대단하다.

한국 사경의 역사는 약 1700년에 이른다. 사경이 바탕에 되어 목판인쇄술과 금속활자가 개발되었다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과 금속활자 인쇄물이 우리 선조들이 남긴 유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직지심체요절은 모두 그 바탕에 사경의 힘이 있었다.

고려시대에는 사경을 원나라에 역수출하기도 했다. 수회에 걸쳐 사경 전문가들을 원나라의 요청으로 100명씩 파견되어 금자대장경과 은자대장경을 제작해 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는 불교전래국 중 사경은 우리나라가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던 문화예술 분야임을 알게 한다.
      
저자의 연구결과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까지 금자대장경•은자대장경•목판대장경을 10회 이상 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경의 방법, 기법에 대한 기록과 자료 전무하다. 그래서 사경에 관한 기법 및 이론 정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 작업을 외길 선생이 담당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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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재 사경을 한 번쯤이라도 경험해 본 인구는 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경인구라면 보통 불자로 추정되지만 실제로는 불자 250만 명, 기독교•천주교•원불교 등의 신자들이 약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인구가 사경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경은 하향평준화 되어 주먹구구식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도 솔직한 현실이다. 이렇게 된 원인으로는 전통사경의 제작 기법에 대한 제대로 된 안내서 한 권이 없다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외길 선생이 서예교본으로서의 가치에 주목하고, 점획, 결구법, 장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확히 설명하고 있는 한국의 서예교본 제작에 나선 이유다. 저자는 이들 모두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특히 각 글자의 무게중심 축선을 제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방법 제시하고 있다.

서양에서의 성경 필사(사경)의 전통과 이슬람권의 코란 필사(사경)의 전통에 대한 연구 결과는 가히 놀랄 만큼 진행되어 있고 현재도 충실히 계승되고 있다. 각각의 서체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부터 도구와 재료의 사용법까지 책만을 통해서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 전통사경은 그에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예술성과 세계문화예술사적 가치와 의의가 있음에도 연구자 전무하다. 전통이 단절된 것이다. 

외길 선생이 지난 번 출간된 ‘전통사경작품 해제시리즈1’ 감지금니 <천부경삼성기’의 참고문헌에 소개한 영문으로 발간된 50여 권(극히 일부일 뿐이지만)의 외국서적만 참고하시더라도 성경사경과 코란사경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서양에서 이미 만다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이르기까지 사경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다.
 
외길 선생의 전통사경 교본 시리즈 발간의 목적은 이러한 세계사적인 의의와 가치 및 예술성을 지닌 전통문화예술인 전통사경 단절의 아픔을 극복,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을 제시(3가지 측면)하는데 있다.

첫째는 불교 전통수행법으로서의 여법한 사경수행의 최소한의 기본 이론을 제공하고, 둘째는 전통사경 제작의 기본이 되는 도구와 재료의 사용법과 보관법 등을 정립하며, 셋째는 사경의 기본인 서예술의 핵심 요소를 명징하게 제시해 사경의 고품격화 추구 함으로써 전통사경 계승 및 발전의 기초로 삼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통사경 교본 시리즈 4권 한문본 <의상조사법성게>에서는 그동안 2000여 년 동안 많은 서예가들이 추상적으로 다루어 오던 俗書(속된 기운이 있는 글씨)에 대해 최초로 저자는 12가지의 예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교본 시리즈 중간중간에 ‘팁’과 ‘종합’이라는 설명을 통해 명쾌하게 이론을 제시하고 있고, 전통사경과 같은 방법으로 일반인이 따라 쓸 수 있는 한지 사경본들도 함께 출간했다. 

외길 김경호 선생은 앞으로 저자의 전통사경 교본 시리즈와 한지 사경본 시리즈 출간은 50종에 이르기까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각 권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