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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승 물러가라” 신도들 첫 봉기
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5-09-14 (월) 11:45
“용주사 주지 성월은 사부대중 앞에 석고대죄하고 불교계를 영원히 떠나라!”
끝내 재가자들이 일어섰다. 사찰 소속 재가신도들이 범계 의혹을 받는 주지를 축출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조계종 주요 승려들의 범계의혹이 빚어지면서 그동안 재가단체 회원 중심의 성명이나 단체행동은 간헐적으로 있어왔으나, 당해 사찰 재가신도들이 직접 조직적으로 ‘대처승 축출’ 구로흘 외치며 시위에 나선 것은 조계종 정화불사 이후 처음이다.
지난 9월 13일 오전 11시 100여 명의 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신도들이 대웅전 앞에 모였다. 이날은 음력 초하루(8월 1일)로 평소보다 많은 신도들이 대웅전 앞 누각과 전각 마루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현 용화사 주지인 성월 스님이 금품선거와 쌍둥이 아빠인 은처승이라며 ‘청정도량 정법수호 금강역사 정화불사’를 외치면서 시위법회를 시작했다.
‘현 주지 성월 산문출송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장명순, 공동위원장 이철수, 김기성 불자 등은 법회를 가로막는 종무소 측과 주지스님의 범계의혹 규명 촉구 및 지난 8월 31일 대웅전 공사 중이라는 거짓내용을 빌미로 산문을 폐쇄해 신도들의 신행활동을 방해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 법회에는 비대위 소속 회원불자들과 함께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 김형남 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대표 등도 현수막 들고 마당 한가운데 섰다. 사시불공을 마친 용주사 신도 150여 명도 주위로 모였다.
종무소 측에서는 호법국장 탄중 스님 등이 나서 신도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시위법회를 저지했다. 그러나 신도측은 대웅전 앞에서 삼귀의, 반야심경, 성명서 낭동, 연대사 등으로 법회를 강행했다. 이 와중에 종무소 측 스님과 종무원들, 고용된 것으로 보이는 몇몇 건장한 남자들이 마이크를 빼앗아 부수거나 목탁을 탈취하는 소동이 이루어졌다.
시위법회 전 비대위는 ‘용주사신도비대위’ 명의로 작성된 유인물을 용주사 신도들에게 배포했다. 유인물에는 ‘조계종 호법부는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을 즉각 명고축출하라’ ‘정조대왕의 효찰대본산 용주사에 대처승이 원말이냐’는 구호와 함께 지난 8월 31일 ‘현 주지 성월 산문출송 비싱대책위’에서 발표한 결의문, 성월스님의 처자로 알려진 이들의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인쇄돼 있었다.
비대위는 경과보고에서 이날 시위법회에 나서게 된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8월 용주사 주지 금품선거 의혹, 주지로 뽑힌 성월스님의 처자 의혹 등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 그리고 전 주지이자 전강문도회 회장인 정호 스님의 출입 봉쇄 등으로 용주사가 더 이상 방치될 수 없는 상태에 처했으며, 부득이 재가불자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장명순 위원장은 성명서를 통해 “효행본찰의 신도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묵묵히 부처님 정법만을 수행해 온 금강역사 정화불사 비상대책위원회 신도 일동은 용주사 청정도량의 정법 수호를 위해 지난달 31일 성월스님 명고축출을 위한 신도비상대책위위원회의 결사를 시작했음을 부처님과 사부대중에게 천명한다”고 알렸다.
김형남 재가연대 공동대표는 ‘불교시민단체 연대사’를 통해 “출가수행자들에 대한 경외심이 가득하였던 용주사 신도들은 스스로 호법신장으로서 용트림을 시작하여 불법을 망치는 불순한 무리들을 가리고 이들을 내치고자 하고 있다”면서 “저희들은 사부대중과 전 지역을 망라한 폭넓은 연대망을 구성하여 철정도량 수호를 위한 용주사 신도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총무원이 성월 현 주지의 은처 의혹과 주지선거 당시 금품살포 의혹을 즉각 조사하여 조치하지 아니한다면, 총무원장을 포함한 비호세력이 용주사 청정도량 수호를 위해 모인 금강역사 여러분들의 가장 중요한 규탄대상이 될 것”이라며 여러 의혹에 대한 총무원의 조치를 촉구했다.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대표는 연대사에서 “가짜 승려들이 가득 찬 용주사를 바로잡는데 힘을 합치겠다”며 “송담 스님께서 떠나신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범계승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30여분 동안 법회를 마친 비대위 동참자들은 탑돌이에 이어 느티나무 숲으로 이동해 시위를 이어갔다. 다수의 용주사 신도들은 박수를 치며 시위법회 대중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박종린 불력회 지도법사는 용주사 신도비대위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송담 스님이 종단과 용주사를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불자가 아니다”며 “부처님은 여러분 편이며 정의와 진실의 편”이라고 말했다.
박법수 신도비대위 대변인은 용주사청년회 회장 등의 경력을 소개하고 “주지스님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밝혀야 한다. 쌍둥이 아빠라고 하는데 주지스님이 밝혀주셔야 한다”면서 의혹 해소를 촉구했다.
신도들과 시위법회를 막으려는 용주사 측 스님들과 종무원들 간 언쟁도 벌어졌다. 신도들은 스님들을 향해 “주지스님이 의혹을 밝혀야 한다. 왜 밝히지 못하느냐. 그런 스님의 법문을 어떻게 듣느냐” “40년 용주사에 다녔는데, 이게 무슨 꼴이냐. 스님들이 신도들을 배반한 것이다. 진실을 밝히면 된다”고 항의했다.
경내 곳곳에서는 신도들 간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스님들이 풀어야 할 일을 신도들이 나서면 안 된다. 좀 기다려보자.” “주지스님이 의혹을 밝히면 되는 일이다.”
신도비대위가 주최한 이날 시위법회는 12시쯤 끝났다. 신도비대위는 추석과 10월 3~5일 열리는 효문화축제에 맞춰 시위법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도비대위 내에서는 용주사 문제는 성월스님을 비호하고 방관하는 조계종단의 문제이기도 한만큼 총무원 항의법회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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