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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이 다 되어 불교에 입문해 봉선사 통신강원에 입교하고 월운 스님의 강의 테이프를 들으며 불교 공부를 시작했지요.”

8월 25일 기자들과 만난 이준 건국대 명예교수(사진)의 회고담이다. 이 교수는 재직하던 건국대학교에서, 어린 나이에 출가했다가 환속한바 있는 이영무 교수를 만나면서 후배 불자 교수로서 깊은 인연을 맺게 됐다. 이영무 교수의 부탁으로 1983년부터 이 교수는 정년퇴임할 때까지 19년 간 건국대학교 불교학생회 지도교수를 맡았다.

1987년에는 뜻이 있는 불자 교수들을 모아서 불교교수협회를 설립해 활동했다. 불교교수협회에서는 건국대 정년퇴임 후 태고종으로 다시 출가한 이영무 스님과 원의범 동국대 명예교수가 법사가 되어 회원 교수들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처음부터 총무와 교무를 담당하는 간사로 봉사했다. 돌이켜보면 이 교수에겐 월운 스님과 이영무 스님, 그리고 원의범 교수, 이렇게 세 분이 불교의 스승인 셈이다.

늦깎이 불자 이준 교수가 첫 불교 책 펴냈다. 『순례의 여적과 선문화』(불교춘추사). 대학에서 정년퇴임하기 4년 전인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주로 불교 잡지에 실었던 글 중 27편을 골라 엮은 것이다.

“불교 성지나 불교 유적지 순례와 관련된 내용이 많기는 하지만 순례를 통한 종교적 수행의 기록이나 신변잡기를 겸한 개인적인 기행문은 아닙니다.”

 이 책에는 다른 데서 얻을 수 없는, 인도․티베트 그리고 중국과 한국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적잖게 녹아 있다. 중국에서는 주로 불교 유적지를 찾았고, 인도에서는 불교 유적지는 물론 힌두교 사원과 무굴제국의 유적지도 방문했다. 이들 역사 속에서 찬란하게 꽃피웠던 문화와 그들의 자부심을 살펴보고 음미한 흔적들을 글로 옮겼다. 그 밖에 러시아나 하와이, 일본과 같은 나라는 학술회의 참가 차 또는 업무 수행 차 방문했을 때 머물던 지역의 불교 사원을 짬을 내어 찾아가서 그 사원들의 역사와 지난날의 영광과 고뇌를 살피고 남겨진 이야기들을 글로 옮겼다.

순례 지역의 종교색이 짙을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가 서려 있다.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 역사나 이야기를 찾아내고자 하는 내용이 여러 글들의 주제를 이룬다. 그 역사와 이야기 속에는 지난 시대의 영광도 있으나 그에 못하지 않는 고뇌와 더 큰 아쉬움이 함께 담겨있어서 가슴을 아프게 할 때가 많다.

이 교수와 30년 지기인 정재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 책에 대해 “불교유적지를 순례해 그 의미를 찾아보고 각 지역의 수행 모습을 살펴보며 선승들의 행적을 더듬는 동시에 불교와 현대 과학과의 관계를 밝히는 주옥같은 글이 실려 있다.”고 평했다.

팔순이 다된 나이에도 이 교수는 왕성하게 활동한다. 교수불자연합회와 참여불교재가연대의 상임고문이면서 ‘실상과 과학 연구원’을 운영해오고 있다. 학술행사에 틈만 나면 참가해 여러 학자들과 의견을 나눈다. 서울 제기동 법화정사 정기법회도 거의 빠지지 않는 그의 활동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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