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5-08-27 (목) 11:19
내일(8월 28일, 금) 오후 7시부터 미붓아카데미의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프로젝트 일곱 번째 강좌 ‘배경아 교수(사진, 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의 ’인도불교의 인식과 언어-다르마끼르띠의 언어철학‘이 진행된다. 장소는 방배동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의 2층 갤러리.
배경아 교수는 ‘다르마끼르띠(Dharmakrīti,600~660년경, 한자 이름은 법칭法稱임)를 통해 ‘인도불교의 인식과 언어’에 대해 조명할 예정이다.
다르마끼르띠는 7세기 경 인도의 불교논리학자이다. 생몰연대는 정확하지 않다. 그의 불교논리학은 디그나가에 의해서 기초가 형성된 불교 논리학을 철두철미하게 간략화, 엄밀화함으로써 완성되고, 그 후의 인도불교철학과 인도사상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서양의 철학자들은 그를 일러 ‘인도의 칸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인도철학사에서 다르마끼르띠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다.
현재 유럽·미국·일본에서는 다르마끼르띠를 연구하는 학회가 구성되어 연구될 정도로 불교사상사에서 큰 비중을 갖는 인물이다. 오늘날, 고도의 논증적 사고인 후기 불교인식논리학과 인도와 티베트 불교를 이해하는 데 다르마끼르띠의 사상은 관건에 해당된다. 7세기 이후 인도 철학사 연구는 다르마끼르띠 사상의 각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그의 영향은 심대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다르마끼르띠의 사상이 붓다 이후 특히 2세기 이후 논리학적 사유로 심화된 인도 불교사상의 정점이라면, 7세기 동아시아 불교사상의 정점으로 원효(元曉, 617~686)의 사상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원효 이후 동아시아에서는 언어와 논리를 부정하는 선불교적 경향으로 급격히 진화 함으로써 점차 불교사상은 쇠퇴하며, 이후 불교는 직관적 수행 및 기복신앙으로 경도되어버렸다. 바로 이 때문에 다르마끼르띠, 또는 원효에서 정점을 형성하는 전성기 불교논리인식학에 각별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르마끼르띠가 활동하던 7세기 전반의 인도는 ‘육파(여섯 학파) 철학’과 같은 비불교적 사상들이 득세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다르마끼르띠가 인도 육파의 하나인 ‘미망사’의 저명한 학자 쿠마릴라Kumarila와 벌인 논쟁에 관한 신화적인 이야기는 다르마끼르띠가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활약했는지 알게 한다. 당시 실체론적인 사유가 지배하고 있었던 7세기 인도에서 다르마끼르띠는 불교인식논리학을 통해 이러한 사유체계를 혁파한 것이다.
다르마끼르띠의 사상은 무아론으로 집약되며, 이 과정에서 그는 대승불교의 기초를 확립한 나가르주나(용수, 150~250년께)의 무자성, 공(空)사상과 바수반두(세친, 320∼400년께)의 유식(唯識)사상을 흡수하고, 특히 바수반두의 4대 제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디그나가(Dignāga,진나陳那, 480-540년경)가 세운 불교논리학을 받아들여 방대한 불교인식론의 사유체계를 완성했다.
다르마끼르띠는 모두 일곱 권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중 디그나가 사상의 주석서인 <프라마나바르티카(양평석(量評釋), 인식과 논리에 관한 주석서)>는 그의 사상의 핵심을 보여준다. <프라마나바르티카>외에 나머지 6권의 저서는 <프라마나비니슈챠야(양결택(量決擇), 올바른 인식의 결정)>, <니야야빈두(정리일적론(正理一滴論), 직접지각과 추론)>, <헤투빈두(인일적(因一滴), 이유에 관한 소고)>, <산반다파리크샤(관상속(觀相續), 결합의 고찰)>, <바다니야야(쟁정리(諍正理), 논의의 방법론)>, <산타난타라시디(타상속성취(他相續成就), 타인의 존재에 관한 논증)> 등이다.
저서에 나타난 그의 사상은 논리학, 인식론, 언어철학의 3부문에 걸쳐있다. 논리학에서 다르마끼르띠는 이유→귀결이라는 논리적 필연관계를, 이유가 귀결에서 생기는 경우(연기→불)와 이유가 귀결을 본질로 하는 경우(벚꽃→나무)의 두 유형으로 나누고, 그 관계의 근거를 스바바바프라티반다(속성의 한정 또는 본질과의 결합)라는 유일한 원리에 돌렸다.
인식론에서는 인식되는 내용은 인식주관상에 나타난 형상이라는 유식설에 형상진실과 형상허위의 두 설이 있다는 것을 밝히고, 그것도 부정하는 중간입장도 나타냈다.
또한 언어철학에서는 언어는 실재를 표시하지 않는다는 아포하설을 추진하고, 언어가 가진 가구성(假構性)과 그에 뒷받침된 세속적 유효성, 표현기능을 해명했다.
다르마끼르띠는 말한다. “인간의 모든 진정한 목적 성취에는 ‘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이 바른 인식의 기저에는 인식논리학 이전의 문제, 즉 개념구성을 떠난 인식이자 지각적 체험의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이것이 바로 무아견(無我見)이자 공견(空見)이며, 이를 통해 논증적 진술의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참가신청: 010-6742-2151(정태겸, 이전 이름은 정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