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5-08-21 (금) 11:09“94년과 같은 물리적 충돌사태 정말 바라지 않는다”
“94년 종단개혁에 이은 제2의 종단개혁이 필요하다. 누구든 종단개혁의 절실함에 공감한다면 같이 하겠다. 자승 총무원장도 대승적 결단을 통해 제2의 종단개혁에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누구든 종단개혁을 방해하거나 막으려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제2의 종단개혁이 지난 94년처럼 물리적 충돌사태와 같은 불행을 거치지 않고 순리로 풀리기를 바란다.”
94년 조계종 종단개혁불사 당시 범종추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개혁을 진두지휘했던 효림 스님이 8월 20일 제2의 종단개혁을 선언하고, 사부대중의 동참을 촉구했다. 효림 스님은 제2 종단개혁의 본격적인 첫 출발은 하안거 해제와 9월 8일 시작되는 조계종 중앙종회를 지켜본 후가 될 것이라고 향후 일정도 제시했다.
효림 스님은 지난 8월 11일 유성에서 있었던 전 개혁회의 부의장 설조 스님 초청 7인 회의에서 종단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 이후 9일 만에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일정을 밝혔다.
“제2 종단개혁 공감한 유성 7인 모임 후 전국에서 많은 격려전화 받아”
효림 스님은 “유성 모임 이후 그동안 전국의 많은 스님들로부터 지지와 격려 전화를 받았다”면서, “종단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에 종도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으며, 제2 종단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자승 원장 등 종단 집행부와 책임 있는 분들이 인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효림 스님은 특히 제2 종단개혁의 방향을 ▲사찰재정 등 사찰운영의 완전한 투명화 ▲겸직금지의 확대 ▲도박승(삼보정재 사유화 포함)의 완전한 척결로 제시하고 이를 제도화 하기 위한 종헌종법의 개정작업이라고 명시했다.
효림 스님은 “해인사, 용주사, 흥국사 탱화절도 사건 등 숱한 문제로 이미 종단존립을 위협할 만큼 조계종이 맞고 있는 위중함이 현 자승 총무원장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자승 원장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 종단 제2 개혁에 동참하기를 희망하지만, 만일 방해를 한다든지 종도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효림 스님은 “종단개혁을 할 때 누구하고는 해도 되고, 누구는 배척해야 하고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종단개혁의 목표는 누구를 징계하고 타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탕진 도박승 뿌리 뽑는 것 무슨 일이 있어도 근절해야”
스님은 “종단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할 때, 즉 종단이나 사찰의 살림을 사부대중에게 공개하고, 몇몇이 종단의 권력을 독점하고 함부로 휘두르는 것 등을 겸직금지를 더 확대하는 것으로 막아내며, 도박승의 뿌리를 뽑아내는 방법도 징계보다는 이들이 공직에 있으면서 정재를 탕진하는 일을 못하게 만들고 이들을 선방 등 수행처로 보내 참회 정진과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종단개혁의 방향이며, 이런 식으로 개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효림 스님은 개혁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해제와 중앙종회를 지켜본 후 가칭 종단개혁추진위원회 등 제2 종단개혁을 위한 기구를 만들겠다. 당연히 현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는 물러나야 하고, 제2 종단개혁을 위한 추진기구에는 현재 총무원장 측 인사들과 중앙종회 인사들, 재야의 인사 등 세 부류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형식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님은 현 총무원장측 인사들을 참여시키고자 하는 것은 물리적 충돌을 피하며 종단개혁을 추진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효림 스님은 현재 종단에서 주도해 진행하고 있는 100인 대중공사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많다. 대중공사가 제대로 되려면 집행부 사람들은 빠져야 한다. 형식이 잘못되었다. 문제 당사자들을 면전에 놓고 어떤 이야기를 하겠나. 3원장이나 도법스님 같은 사람은 그런 자리에서 빠져야 하고, 정말 광범위한 사람들,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화미소법? 정말 한심…정답은 종도 전체에게 선거권 주는 것”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염화미소법’에 대해서도 효림 스님은 “정말 한심한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스님은 “선거제도는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확대가 정답”이라고 잘라 말했다. 스님은 “94년도에도 선거제도는 완전한 민주주의적 방식을 채택하고자 했지만 상당한 스님들이 권위의식에 젖어 비구니나 젊은 스님들에게 표 달라고 허리 굽힐 수 있느냐며 반대해 이루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권위적 인식 자체가 하심을 해야 하는 수행자의 입장에서 봐도 잘못된 것이며 마땅히 전 종도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겸직금지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효림 스님은 “이 부분은 연구를 해야 되는 문제”라고 전제한 후 “현행 제도는 총무원장이 되면 모든 종단권력을 독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호법부, 선관관리위원회, 법규위원회 등이 전혀 독립성이 없어졌다. 이런 기구들이 독립성을 갖고 종헌종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고 해석할 때 종단이 바로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가 종단개혁의 물결을 끊으려 하거나 그밖에 이 흐름을 잠재우려는 세력이 있다면 원하지 않지만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힌 효림 스님은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타협을 하는 사람이고, 서의현 원장과도 마지막까지 타협을 시도했지만 그가 듣지 않아 멸빈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박승들에 의해 표충사 땅이 날라가도 침묵? 도법스님 이상하다”
“도법, 현응 스님은 누구보다도 가까운 도반이고 존경하는 분”이라고 밝힌 효림 스님은 “그렇더라도 잘못하는 것은 잘못하는 것이며, 특히 도법 스님은 종단에 있으면서 쇄신을 하겠다고 하는데, 도박승 문제가 나오면 도박승 척결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도박승이 표충사를 날려먹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는데도 목소리를 안 내면 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효림 스님은 “표충사 땅을 판 도박승에 대해 지명수배 내려진 상태에서도 그와 도박승들이 해외에서 만나 도박을 했다고 하는데, 이런 것을 보고도 도법 스님이 분개하지 않았다는 것, 바로 그것이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효림 스님은 “우리 종단에서 앞으로는 도박의 도자도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삼보정재를 다 횡령하는 것도 도박과 다르지 않다. 다른 범계는 다 용서해도 삼보정재를 도둑질하는 것은 절대 용서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9월 8일 임시종회 지켜보고 제2 종단개혁 시작하는 성명서 발표”
효림 스님은 “9월 중앙종회임시회 결과를 보고 20~30명 정도의 스님들이 연명으로 제2 종단개혁을 시작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종단개혁이 충돌로 가지 않기 위해 자승 총무원장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거듭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현 집행부 체제가 매우 견고하며 따라서 대중동원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비관적 시각에 대해서도 효림 스님은 “권력으로 모인 집단은 모래성에 불과하며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머지않아 조계종이 망한다는 공감대가 크게 확산되어 있어, 비록 원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필요할 경우 대중동원을 해도 별 어려움은 없다”고 자신했다.
재가자의 역할에 대해서도 효림 스님은 “크게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쩌면 스님들보다 더 기대하고 있다고 해도 맞다. 전문성을 가진 재가자들이 사찰과 종단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 스님들이 사찰과 종단을 독점해서 운영하는 것을 전문경영 능력을 가진 재가자들에게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