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자승 스님, 이하 KCRP)가 오는 8월 15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화합과 상생의 새 시대를 열어갑시다’란 제하의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했다.

KCRP는 8월 11일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독립과 자주를 향한 선연들의 뜨거운 마음이 오늘날 우리를 통해서 다시 살아나기를 빈다”면서 “국민 각자가 새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이 되고, 정부 각 부처가 정성을 다할 때 비로소 선조들이 염원했던 온전한 민족자존의 날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CRP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서 민족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며 그 구체적 방안으로 △분배와 소비에 초점을 둔 경제정책의 수립 △함께 일하고 공부하는 교육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 전환 △사회계층 간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수감된 사회 약자들에 대한 8.15 특별사면 등을 제시했다.

이어 “우리 종교인들은 올해 광복절이 다른 해보다 더욱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면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데 종교인들도 지혜를 모으고 정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하  ‘국민께 드리는 글’ 전문.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국민께 드리는 글>

화합과 상생의 새 시대를 열어갑시다.

  민족정기의 푸른빛이 단절된 일제 강점 36년 동안 우리는 민족사에 일찍이 없었던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했습니다. 통한의 세월이 안겨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2015년 8월 15일, 우리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합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광명의 70년 전 그날을 눈물과 환호로 맞이했을 선조들의 심정과 그럼에도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있는 이날이 단지 기념을 위한 날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엄숙한 각오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올해 광복절이 다른 해보다 더욱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독립과 자주를 향한 꺾이지 않는 열정으로 공포의 시대를 살아가셨고 또 새 시대를 열어내셨던 선연들의 그 뜨거운 마음이 오늘날 우리를 통해서 다시 살아나기를 빕니다.

  한반도평화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남북 분단과 전쟁, 그리고 이어진 정전체제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대결구도 속에서 평화는 물론 민족의 도약을 전망할 수 없습니다. 국제법상의 정전협정은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 남과 북이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복잡하게 얽힌 외교관계 속에서 평화를 위한 단초는 남과 북의 주체적인 평화 의지임을 주지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서 민족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해야 합니다.

과거, 우리 종교인들이 3.1 독립선언을 통해서 밝혔듯이 우리의 미래는 스스로 열어갈 때 온 인류와 더불어 살아갈 길이 통하게 될 것을 믿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막고 억누를 수 없습니다. 광복과 동시에 분단의 아픔을 겪은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대화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벌써 7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남과 북은 자신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경제정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다수의 경제수치는 이미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국민총소득의 45%를 상위 10%가 차지함으로 인해 중산층 붕괴와 함께 하위 20%는 기초생활조차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경제개혁이 단순히 일자리 창출로 한정되는 것도 유감이지만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들은 과거 실패한 정책의 답습인 것 같아 매우 안타깝습니다. 우리 경제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재화의 생산 중심으로 짜여진 경제 정책만으로는 안정을 기할 수 없습니다. 경제의 또 다른 한축인 분배와 적절한 소비에도 초점을 둔 경제정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교육개혁이 일어나야 합니다. 교육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심는데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현장은 상생의 가르침과 배움이 점점 사라지고 무한경쟁의 논리만이 존재합니다.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교육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서 거론된 경제문제는 곧 사회지배구조의 문제로 직결되어 있기에 교육은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었고, 교육에 대한 그른 이해는 사회문제를 더욱 양산하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제 이러한 틀은 과감히 벗어던져야 합니다. 교육현장이 경쟁으로 치닫지 않도록 과감한 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삶의 현장은 다수가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도 교육현장은 개인의 능력함양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합니다. 함께 일하고 공부하는 문화를 교육현장에서부터 일궈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회계층간의 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계층간 갈등의 원인은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화해와 화합의 정신적 가치를 내몰고 대립적 사고, 경제 중심적 사고, 무한경쟁 풍조가 그 중심에 들어앉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된 개혁안이 수립되고 실천된다면 사회갈등도 자연스럽게 해소되어질 것입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이라 믿습니다.

  최근 정부는 사회 갈등 해소와 통합을 위하여 8.15 특별사면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이러한 조치가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지기 보다는 국민의 화합과 상생의 선한 의지가 발현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8.15 특별사면은 국가의 광복을 축하하는 날에 사면으로 개인의 삶이 다시 빛을 찾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민생과 관련한 일에 한하여 사면이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러나 특별사면을 통해 광복 70주년의 뜻을 되새기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회 약자들, 특히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수감된 분들에 대한 사면이 포함됨으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쌍용자동차해직노동자, 용산사태 관련자, 밀양송전탑 관계자, 강정해군기지 건립 관련자, 세월호 참사 관련자 등 우리사회가 보듬고 함께 울어야할 분들이 바로 그분들입니다.

  광복 70년을 기점으로 상생의 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어 대한민국이 한층 성숙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 오랫동안 기도하며 각계에 때로는 쓴 소리로, 때로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거리에 서기도 했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눔의 문화가 사회의 정착되기를 바라면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데 우리 종교인들은 지혜를 모으고 온 정성을 다 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들 한분, 한분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정부 각 부처가 각자의 영역에서 정성과 성심을 다해 봉사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노력, 노력이 모였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의 선조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온전한 민족자존의 날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2015년 8월 11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 승

        공동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원불교 교정원장 남궁성

                 유교 성균관장 직무대행 정한효 

                 천도교 교령 박남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한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