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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등 스님(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1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인 가칭 염화미소법을 제안하고 있다.

조계종이 총무원장 선거 폐단을 줄이기 위해 종단의 추천을 받은 3인 가운데 종정 스님이 총무원장을 최종 선정하는 ‘염화미소 선거법’ 제도를 추진한다.
 
전 대한불교조계종 호계원장 법등 스님(총무원장 직선제 실현 사부대중 연대회의 대표)은 8월 1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종회의장 성문 스님, 종단의 부실장 스님이 참석한 가운데 교계기자 간담회를 열고,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으로 ‘염화미소 선거법’을 제안했다.

‘염화미소 선거법’은 총무원장 후보자 검증 후 선거인단에 의해 선출된 3인의 최종 후보자(득표순에 따라 계․정․혜로 통칭) 가운데 종정 스님이 염화미소를 통해 총무원장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법등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계종단의 1천6백년 청정승가 가풍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작금의 종단 현실은 매우 부끄럽고 죄스러운 현실”이라면서 “종단의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숙고한 끝에 금권선거 등 선거의 폐단을 극복하는 염화미소 선거법을 제안하게 됐다”고 제안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법등 스님은 “후보자는 선출에 앞서 종단 호법부 등의 신원 조회를 비롯해 1년 간 사유재산에 대한 조사 등 엄정한 검증 단계를 거치며, 선거인단의 선출 1주일 뒤 원로회의 의원, 본사 주지, 종회의원 등이 배석한 자리에서 종정 스님에 의해 총무원장이 최종 선정된다”면서 “작금의 종단 풍토에서는 최적의 선거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후보자들이 금권선거, 관권선거를 할 수 없도록 선거운동 기간을 두지 않고, 공적 자리에서 대중공양을 마련하거나 사적 자리에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즉각 후보자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님은 “염화미소 선거법은 종단의 오랜 전통인 대중공의 방식과 94년 종단 개혁의 산물인 민주화의 방식의 장점만을 선택한 선거제도”라면서 만일 이 제도가 실현될 경우 문중과 계파의 난립을 막고, 밀약이나 금권선거의 폐해를 막아 삼보정재의 유실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앙종회 내 종책 모임도 종책 연구와 개발이라는 본연 업무에 충실하면서 종단의 청정 수행 가풍이 정착되고, 자비행 실천을 통한 대사회적 위상이 고취될 것으로 기대했다.

법등 스님은 이 같은 제안이 중앙종회 차원에서 종헌과 선거법 개정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앞서 9일 오후 삼화도량 소속 종회의원들과, 10일 오전 불교광장의 일부 임원진과 ‘염화미소 선거법’과 관련해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또 이번 제안이 금권선거의 폐해가 극심함에 따라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하루 빨리 개선시켜야 한다는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이라며 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삼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종회의장 성문 스님은 이날 간담회에서 “94년 개혁 이후 7번의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졌는데 94년 전에는 소수권력에 의해 선출돼 대중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됐으며 94년 이후에는 금권과 파벌, 사전 약속 등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법등 스님이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해 오랜 고민 끝에 제시한 ‘추천 후 추첨 방식’인 염화미소법이 어느 기구에서 맡을지 논의해봐야 하지만, 큰 틀에서의 논의를 통해 중앙종회 차원에서 이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법등 스님의 애종심으로 마련된 이 자리는 그동안의 종단의 문제를 극복하고, 승가 공동체의 본연의 진면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오늘 제안을 계기로 앞으로 승가의 전통을 살린 합리적 선거 제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오는 9월 중앙종회에서 가칭 염화미소선거제도협의회 구성과 선거인단과 후보자들에 대한 구체적 검증 방안 등 염화미소 선거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법등 스님은 이날 법 제안에 앞서 총무원장 직선제 사부대중 연대회의를 출범해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창해 온 장본인으로서 종단 현실에 부딪쳐 직선제를 포기하게 된 것에 대해 종도 여러분께 참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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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기자간담회 후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는 참석 스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