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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 묵언(默言)은 스님들의 수행법중 하나다. 말은 밖으로 치닫는 연습이며, 묵언은 안으로 치닫는 공부라고 한다. 묵언 수행만으로도 우린 내면 관찰의 힘을 한껏 높일 수 있다.

말이 넘치는 시대에 스스로 말문을 닫은 사람이 나타났다. ‘말’을 가르치며 ‘말’로 먹고사는 스피치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편석환 교수다. 그가 산속에서 스님들이나 할 법한 ‘묵언’ 수행을 일상에서 43일간이나 했다. 그러면서 생긴 하루하루의 에피소드와 말문을 닫음으로써 깨달은 ‘말’의 본질을 기록했다. 

그는 어느 날, 성대가 아파 우연히 말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이 평온해지고, 말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단순해진 삶을 발견했다. 묵언을 처음 시작할 때 과연 일상에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갑갑하고 답답한 상황에서는 괜히 묵언을 했다는 후회를 하기도 하고, 무심코 물어 온 아내의 질문에 하마터면 대답을 할 뻔도 했다. 집 밖에 나서는 것도 두려웠고, 휴지 없는 화장실에서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점도 생겼다. 말을 해야 다툴 텐데, 다툴 일이 없어졌다. 묵언을 시작할 때는 불편해하던 가족도 잔소리가 줄어서인지 오히려 좋아하고, 힘들어하는 친구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들어주는 것밖에 없었지만 진정한 위로를 건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말문을 닫으니 어느덧 나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니 비로소 다른 이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같은 저자의 고백에는 누구나 공감 가능한 속 깊은 울림이 있다. 묵언 43일째 되는 날,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말을 다시 하게 되었지만 저자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말을 건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간을 많이 내서 이보다 더 오래 묵언을 해보고 싶’단다. ‘이것도 욕심인가’라면서.

시루, 212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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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깊이 = ‘세계(世界)’라는 말은 원래 불교 용어이다. 산스크리트어를 한문으로 번역한 ‘세계’는 해와 달이 비추는 범위로서 수미산을 중심으로 네 개의 대륙을 가리킨다. 여기에 천상과 지옥도 포함해 대체로 우주의 의미로 쓰였다. 후에 ‘世’는 ‘시간’을, ‘界’는 ‘공간’을 의미하는 말로 이해되었다.

저자 김우인은 종교학, 철학, 신학 등을 공부한 인문학자다. 물질문명이 고도화될수록 정신적이고 영적인 세계에 더욱 목말라하는 이들을 위해, 불교가 인간과 세계의 깊디깊은 내면을 보여줄 수 있음을 책에서 전하고자 했다.

저자는 우선 붓다의 사상과 함께 불교가 무엇을 추구하는 종교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 경전을 읽으라고 권한다. 이 책에서는 주요 불교 문헌 중 붓다의 생애와 그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사성제(四聖諦)에 관련된 글들을 선별해 모았다. 시간적으로는 초기불교 경전부터 현대까지, 공간적으로는 인도, 중국, 티베트,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불교 문헌과 불시(佛詩) 등을 망라했다.

책의 제1장은 ‘지금 불교를 다시 생각하며’이다. 불교 전체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를 위해 짧지만 압축적으로 서술했다. 어려운 불교의 교의와 역사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대화체를 사용했다.

궁리, 228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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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숨마다, 나 =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틱낫한의 수행 방법을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몸을 닦고 옷을 입고 음식을 준비하며 먹고 차를 끓이는 모든 일상의 순간과 호흡들마다 실천할 수 있는 명상에 대한 방법이 들어있다.

스님은 명상은 현재 바로 이곳에 있는 나 자신과 만나고, 나 자신이 하는 일들로 순간순간을 감사하도록 이끌어준다고 가르친다. 또 고통의 이유를 깨달아 끌어안으면서, 자유의 공간을 만들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는 길을 만들어 준다고 이야기한다.

책 후반부에 일상의 수행을 위한 ‘명상 게송’이 50여 개가 들어 있다. ‘명상 게송’은 쉽게 낭송할 수 있는 짧은 시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자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프랑스에 있는 플럼빌리지에서는 이 '명상 게송'을 거의 하루 종일 낭송한다. 잠에서 깰 때, 명상실에 들어갈 때, 공양을 하는 동안, 설거지를 할 때마다 등등.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만약 기존의 ‘명상 게송’에 익숙해진다면 곧 자신만의 순간에 맞는 게송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술술 읽히는 책이라 아무 페이지나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마음에 드는 구절 하나를 오래 생각해도 좋고, 가만히 눕거나 앉아있을 때 나 자신의 호흡에만 정신을 집중해보라는 권유를 따라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간단하고 쉽게 책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히 깨닫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아이넷북스, 176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