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5-08-05 (수) 23:22
인생교과서 부처
조성택+미산 스님+김홍근, 21세기북스
408쪽, 1만5000원
불교경전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如是我聞]’로 시작된다. ‘공자 가라사대’ 혹은 ‘예수 가라사대’ 등과 같은 ‘가라사대’의 문체가 아니다. 말씀은 ‘하나’이지만 그 내용은 듣는 사람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는 ‘다르게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교에서는 정통과 이단의 시비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불교의 정통성은 ‘인도’, ‘부처님 시대’ 등과 같이 특정한 공간이나 특정한 경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치 물이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붓다의 ‘말씀’은 시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이해·실천되어왔다.” (14쪽)
이 책은 위대한 현자 19인의 삶과 철학을 우리나라 각 계의 대표 학자들이 풀어낸 총 19권의 시리즈 중 두 번째다.
책에 나오는 키워드는 모두 4개. ‘삶과 죽음’, ‘나와 우리’, ‘생각과 행동’, ‘신과 종교’다. 여기에 36개의 질문이 등장한다. 1부는 삶과 죽음에 대한 붓다의 깨달음을 살펴보는 글이다. 2부에서는 ‘나는 누구인가’ ‘바르게 일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중심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붓다의 생각을 알아본다.
3부에서는 ‘마음은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절망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등 붓다가 말하는 실천적 대안을 짚어본다. 4부에서는 ‘신에 대한 믿음은 필요한가’, ‘싯다르타는 왜 집을 떠났는가’ 등 종교학적 차원에서 불교를 심층 깊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세 사람. 조성택 교수와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한국간화선연구소 책임연구원 김홍근 박사다. 모두 대한민국 대표 지성들이다. 조 교수는 대승불교를 전공한 불교 철학의 관점에서 붓다와 불교를 다룬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초기 불교를 전공한 학승인 미산 스님은 실천적 맥락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오랜 참선 수행을 바탕으로 간화선을 대중화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는 김 연구원은 선불교적 입장에서 글을 풀어냈다.
글을 한 자리에 모았기 때문에, 같은 질문에 대한 다른 해석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36개의 질문 중 10개는 한 질문에 세 저자가 답했다. 두 저자가 답한 경우는 3개다.
이렇게 다양한 변주 속에서도 변치 않고 유지되는 하나의 실천적 문제는 어떤 것일까. 바로 ‘모든 생명의 평화와 행복’의 실천이다. 종교와 이념을 떠나 이 책을 통해 붓다가 남기고 간 정신을 되새겨보자. 스스로 인생의 질문과 답을 찾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