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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천추 = 가야산 계곡 홍류동은 옛적부터 성지였다. 특히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의 역사와 전설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겐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함께 생에 꼭 한번은 참배해야하는 성지로 인식됐다.

곳곳에 눈길을 끄는 여러 바위에는 한문으로 새겨진 글씨들도 보인다. 월간<해인> 편집장을 지낸 종현 스님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무려 3년 동안 홍류동 계곡의 석각들을 파헤쳤다. 그 이야기를 한데 묶어 처음으로 세상에 내어놓았다. 제목은 『보장천추(寶藏千秋)-비밀의 계곡』. 홍류동에 숨결을 불어 넣는 의미 있는 작업과정을 담은 책이다.

스님은 고문헌에 나타난 석각문을 현장에서 찾아 기록하고 정리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아직도 찾지 못한 석각문이 있다. 환경 스님이 썼다는 범서(梵書), 하진태가 쓴 홍류동 차운시, 강희맹의 체필암, 음풍뢰의 석각 등 도로에 묻히고 풍랑에 쓸려 사라지고 지워진 기록들이다.

이 책 제목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는 비밀을 간직한 채 홍류동의 물길은 지금도 유유히 흐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종현 스님의 발길은 다시 홍류동으로 향한다.

“남은 숙제를 풀기 위해 홍류동 계곡으로 찾아 나서려 합니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홍류동의 석각문을 조명해 주길 바랍니다. 이 책을 계기로 삼천리금수강산 명산과 명찰 등지에 새겨진 암각문들이 세상에 활짝 드러나길 고대합니다.”

해인사출판부, 19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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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옛길 = “습관화 된 행위나 사고방식을 버리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세속적인 생활의 번거로운 근심걱정을 정복하고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얻으려면 우리는 겉보기에 그럴듯한 것들을 점차 멀리하고 모든 시대의 붓다께서 밟으셨고 그분들이 가르쳐주신 길, 즉 ‘옛길(The ancient path)’로 들어가야 한다.”

『상윳따니까야』에서 팔정도를 언급하면서 붓다께서 하신 말씀이다. 이 책의 제목은 거기서 따왔다.

저자 삐야닷시 테라는 동서양을 여행하며 싱할라어와 영어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달해온 학자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신뢰할 만한 전통을 보존해 온 상좌부의 빠알리 삼장을 통해 붓다의 가르침을 최대한 정확하게 해설하는 일을 해 왔다. 이 책은 그의 모든 공부 경력을 바쳐 기획한 결과물이다. 1964년에 처음 출간됐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영어권 최고의 불교 명저로 꼽힌다.

저자는 불교의 중심개념인 사성제와 팔정도를 쉽지만 깊이 있게 해설했다. 불교의 출발점인 ‘괴로움’을 염세주의나 패배주의적인 철학이 아닌,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바른 불교’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저자의 의견이나 해석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 붓다의 말 그 자체에 집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어판은 1996년에 출간됐으나 곧 절판됐다. 이번에 초기경전과 빠알리어를 공부하는 유미경 씨가 원전에 최대한 충실하게 새로 번역했다. 역자는 주요 게송과 말씀에 빠알리어 원문을 병기해 붓다의 원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달물, 416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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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 이슬람 세계에서 과격운동이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왜 이것이 테러와 서방 공격으로 이어질까. 중동 문제 전문가인 저자 서정민 교수는 ‘오늘날 이슬람주의 과격 단체들이 왜 창궐하는지 이해하려면, 이슬람의 본질과 중동의 불안정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의 이슬람주의 과격운동이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이슬람 자체가 폭력적이거나 테러를 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IS 같은 과격 테러단체들은 이슬람을 정치적 이념으로 이용하고 있는 이슬람주의자(Islamist)들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극단적으로 해석한 이념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폭력, 즉 테러도 정당한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예컨대 자살 폭탄 공격은 이슬람적인 것이 아니다. 이슬람은 자살을 금한다. 피조물의 생명을 거둘 수 있는 권리는 창조주 알라에게만 있다. 따라서 저자는 이슬람과 이슬람주의를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오늘날 중동 문제를 이해하는 데,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슬람과 중동에 관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정보들을 담았다. 단순히 현대 중동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의 시작과 제국의 역사부터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과격 이슬람주의 세력이 가진 반정부 및 반서방 테러 이념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다. 이슬람 세계와 서방 간의 대립을 세계사의 흐름과 현 국제 정세 속에서 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시공사, 248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