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쓴 소리’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이 서의현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사실상 복권조치한 재심호계원의 심판과 관련해, 종단 내부기구가 종헌정신을 훼손하고 종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7월 23일, 미디어붓다에 전달해왔다. 스님은 이 입장문에서 “재심호계원의 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심판은 기 종결된 사건으로 기각처리 됐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기 멸빈된 자를 종단 최고기구에서 합법을 가장한 감형 판결로 종단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또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심리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정이 현저하여, 재심호계원이 종단 정치에 휘둘린다는 오해마저도 사고 있다”며 “이 사안에 대해 종정예하와 원로회의의장의 추인이 이루어짐으로써 종단 최고위급의 위상도 거론되고 있다”며 이 파장에서 종정과 원로의원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응 스님은 특히 현재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복권조처에 대한 논의가 종헌종법의 범주를 벗어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법응 스님은 “100인 대중공사에서 그 어떠한 결론이 생산돼도 기(구)속력이 없다”며 “만약 100인 대중공사에서 합의된 방안이 어떤 기속력을 갖게 된다면 그 또한 종헌기구(호계원)를 뛰어넘는 초법적 기구와 결정이 되는 양상이 되어 또 다른 형태로 종헌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결과를 낳는다”며 “중앙종회도 호계원장과 위원을 불신임할 수는 있으나 판결을 번복할 권한이 없고, 번복을 결의해도 역시 법적기속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법응 스님의 기고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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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호계원 제96차 심판부 판결의 문제와 의견

불기2559(2015)년 7월 23일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 요약

   원칙과 기준에 의해 운영 ․ 관리되지 않는 조직은 혼란만 가중시켜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조계종은 종헌․종법이 정한 기준과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에 의해 운영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이번 재심호계원 파동은 종헌기구에서 원칙과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다. 사실상 옥상옥격으로 신설된 조직들이 종단의 중요 사안에 개입하여서 탁상공론이 난무했고 종무기관들은 피로감만 더해 왔다고 본다.

재심호계원의 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심판은 기 종결된 사건으로 기각처리 됐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 멸빈된 자를 종단 최고기구에서 합법을 가장한 감형 판결로 종단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훼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종단 내부기구가 종헌정신을 훼손하고 종법을 위반하는 사태를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다. 설사 재심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하더라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 심리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정이 현저하여, 재심호계원이 종단 정치에 휘둘린다는 오해마저도 사고 있다. 특히 이 사안에 대해 종정예하와 원로회의의장의 추인이 이루어짐으로써 종단 최고위급의 위상도 거론되고 있다.

재심판결을 뒤엎을 법적 근거가 없다. 100인 대중공사에서 그 어떠한 결론이 생산돼도 기(구)속력이 없다. 만약 100인 대중공사에서 합의된 방안이 어떤 기속력을 갖게 된다면 그 또한 종헌기구(호계원)를 뛰어넘는 초법적 기구와 결정이 되는 양상이 되어 또 다른 형태로 종헌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결과를 낳는다. 중앙종회는 호계원장과 위원을 불신임할 수는 있으나 판결을 번복할 권한이 없으며, 번복을 결의해도 역시 법적기속력이 없다.

재심호계원은 본 판결에 흠결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끝가지 고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심판이 현저하게 종헌과 종법을 위반한 사태라면 재심호계원 전원 명의로 번복 성명서와 참회문을 발표하고 전원 사직’하는 외 대안이 없다. 자체 번복의 법적 기속력 여부는 애시 당초 그릇된 판결이기에 따질 필요가 없다. 다만 종단운영의 난맥상으로 인한 치욕의 종단사(호계원 불법판결 파동)로 치부하고 역사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향후 종헌질서와 종법 준수를 위한 다양한 대책과 현실적인 혁신안이 강구돼야 함은 너무나도 지당하다.

□ 서언

   지난 6월 18일 재심호계원(원장 자광 스님)은 제96차 심판부에서 21년 전 멸빈 처리된 의현(서황룡) 전 총무원장(이하 전 총무원장)에게 공권정지 3년을 판결했다. 이번 재심호계원의 판결은 기 멸빈 처리된 자의 재심청구를 수용한 것으로, 사실상 94년 개혁종단을 이어받은 현 조계종의 합법적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우는 일대 충격적 사건이며 파동이다. 무엇보다 종정이신 진제 스님이 판결 당일에 교시를 내린데 이어 지난 6월 22일에는 호계위원들을 치하하는 시중(示衆)을 발표하신바, 그 권위에 영향이 가능한 뼈아픈 결과를 초래했다.

지금까지 10여 단체와 개인들이 재심판결의 불법성과 종헌 정신의 훼손을 문제 삼으며 본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급기야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3원장이 나서서 ‘중앙종무기관 입장’ 발표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재심호계원의 제96차 심판부가 의현 전 총무원장 공권정지 3년 판결을 내린데 대해 무엇이 어긋났는지 의견을 제시한다. 재심호계원의 명예나 위상의 훼손 의도가 전혀 없으며, 다만 종도로써의 의견개진이다. 

□ 재심호계원 판결 문제점 착안

   ‘호계원법’이 “호계원장과 재심호계위원은 승랍 30년 이상, 연령 50세 이상, 법계 종사 이상의 율장과 청규 및 법리에 밝은 비구로 한다.”라 규정한 것은 수행력과 법률에 대한 해박한 식견으로 불교와 종단을 수호하고 선한 대중을 보호하며, 흔들림 없이 법과 양심에 의거하여 범법자를 엄중히 벌하라는 의미다. 호계원이 종헌과 종법 그리고 상식의 선을 벗어난 판결을 한다면 종단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로써 각 위원들은 매 심판마다 광폭심층적인분석과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1. 제96차 심판부의 ‘일사부재리’ 대 원칙 위배
      재심호계원은 본건의 심리대상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부터 했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심도가 깊은 검토없이 수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심리과정은 물론 판결까지 오류를 범했다. 본건은 재심호계원에서 심의와 심판 자체가 불법으로 ‘기각’ 처리 대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종헌 제128조에 의거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는 사면, 경감 또는 복권이 제외되며, 호계원법 제52조(일사부재리)에 의거 이미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는 재심의가 불가능하다(구제31조). 재심호계원이 94년 당시 호계위원회의 진행절차 등에 대해 새로운 법리해석으로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고 있으나, 94년도 판결에 대한 절차는 적법했다는 것이 1994년 4월 10일 승려대회를 전후로 한 일련의 기록과 증언들이 거증자료로 증명하고 있다.

   2. 의도된 재심심판의 진행의 의혹
     본건을 다루는 재심호계원의 진행 절차의 위법성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애초에 심판대상이 될 수 없었던 사안을 재심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오해이상의 상황인 바, 짚어보고자 한다.

      가. 원고측 부재 상태의 절차진행과 판결
         이번 판결은 재심호계원이 공평성을 상실하고 다분히 피고의 입장에서만 진행된 절차이며 심판이라 할 수 있다. 본건 피해자는 종단과 사부대중이며 가장 큰 피해는 종헌정신의 훼손이다. 본 재심청구를 수용했다면 사건의 중대성과 파장을 예상하고 원고측이라 할 수 있는 94년도 당시의 ‘호법부 관계자와 호계위원’을 등원시켜서 충분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다.

      나. 심리절차의 배척
          본건 호계원법의 심리절차를 현저하게 위배했다. 재심호계원은 호계원법 “제48조(심판 절차의 준용)”에 근거해서 심판절차를 ‘심리(호법부장의 징계 요청과 당사자의 반론) - 증거확보(조사) - 사실인정 - 심리 - 심판’ 이라는, 종법에 명시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재심호계원은 이러한 심리절차를 배척하고 일방적으로 제소인의 의견만을 수용해서 불가 한 시간여 만에 심리를 종결하고 심판했다. 규정된 절차의 무시가 아닐 수 없다.

   3. 94년도 개혁(회의)종단과 현 종단의 정체성 배척

      가. 종단 정체성과 정통성의 부정
          결과적으로 이번 심판은 94년도 종단개혁을 추진한 ‘범종단개혁추진위원회’와 이후 합법(공식)기구가 된 ‘대한불교조계종개혁회의’의 정신과 그 역사를 토대로 한 현 조계종의 정통성을 부정했다. 94년 종단사태의 중심인물인 전 총무원장(의현 스님)을 사실상 사면해서 종도의 일원으로 수용할 시 종단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이는 ‘범종단개혁추진위원회’와 ‘대한불교조계종개혁회의’의 정신과 그 성과는 물론 현 종단의 정체성과 전통 및 정통성마저도 부정하는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사건의 중심인물에 대해 사면 등 조치로 그 사건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것은 그 사건자체를 희석 내지 소멸시키는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나. 현대 종단사의 왜곡 유발 
         94년 4월 ‘대한불교조계종 개혁회의가’ 출범하여서 파사현정의 정신으로 조계종이 이 땅에서 전통과 정통성이 확보된 유일한 종단임을 스스로 증명해 내었는바 이번 심판은 결과적으로 이를 부정하게 되었다. 94년도 종단개혁은 현재의 조계종을 존재하게 하고 한국불교의 전통과 정통성을 재차 확인한 개혁불사였는바, 그 대척점에 있던 전 총무원장의 승적회복과 명예회복은 현대 종단사의 흐름을 종단 내부에서부터 부정내지는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4. 종헌(정신)의 부정
      94년 종단사태는 종헌 전문마저 새롭게 개정하게 한 일대 사건으로, 그러한 역사가 만들어지게 된 사건의 중심인물을 다시 종도의 일원으로 수용한다는 것은 종헌정신과 현실을 부정하는 일이다. 종헌 전문은 총 867자다. 이중 94년도 개혁회의와 직접 관련된 글자 수가148자(17%)이며, 이어서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면 도합 232(26%)자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종조 도의국사께서”로 시작되는 종헌은 1,200여 년간의 불교사를 압축한바, 이중에서 94년 개혁회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라는 것은 제아무리 현대사라는 현실적 영향력을 감안해도 그 중요도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5. 종단 정치적 배경의 의혹
       살피건대 호계원의 이번 심판은 특별한 권력이나 힘의 작용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의혹이 들고도 남음이 있다. 일설에 의하면 중앙종회의 고위급이 변호를 했다는 바, 사실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호계원법 18조(변호인)는 교역직의 변호를 금지하고 있다.

    6. 법에 대한 이해와 해석력의 문제  
       재심호계원은 최고 권위의 종헌기구로써 이번 의현 전 총무원장에 대한 판결을 내림에 있어서 재심호계위원들이 94년도 당시의 사태 전말과 전 총무원장에 대한 징계의 전 과정 그리고 그 위배 사실 및 종헌과 호계원법 등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다면 과연 이번과 같은 상식을 뛰어넘는 판결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 지난 21년 간 종단 개혁의 실종

   지난 21년간 종단은 월주 스님 - 도법 스님(권한대행) - 고산 스님 - 원택 스님(권한대행) - 정대 스님 - 선용 스님(권한대행) - 법장 스님 - 현고 스님(권한대행) - 지관 스님이 총무원장을, 그리고 33대와 현 34대에는 자승 스님이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94년도 종단개혁의 정신과 지표(정법교단, 불교자주화, 종단민주화, 청정교단, 불교사회역할)를 강도 높게 구현하려는 총무원장과 집행부는 없었고 개혁세력 또한 부재했다. 94년 개혁이후 불과 4년만인 98년도에 ‘월주스님의 삼선이냐 아니냐’를 두고 일대 사단이 발생했다. 그동안 종단적인 추문이 무수히 발생했으나 어느 총무원장도, 어떤 종단 정치세력도 근본적인 혁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종헌 제9조 3항은 그동안의 총무원장 선거에서 무용지물이 됐으며, 1994년 개혁이후 종단은 내용적인 혁신을 외면한 채 허송세월만 했다.

□ 종단 최고권위의 위상 문제

   본건 사태의 진행에 따라서 종정예하와 원로회의의장의 위상에 지대한 영향이 예상된다. 종정 진제 스님이 멸빈자 의현 스님에 대해 불은을 베풀어야 한다는 교시를 18일에 발표하고 재차 6월22일 ‘시중(示衆)’을 발표 했다. 6월 19일 원로의장 밀운 스님은 불교신문과 인터뷰에서 재심호계원의 판결을 긍정, 수용했다. 만일 재심호계원의 본건 판결에 대한 위법성이 어떠한 형태로든 증명되거나, 승적복원의 종무행정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시 종정예하와 원로회의 의장의 위상은 추락되고 사부대중으로부터 불신임 여론이 팽배할 것이다. 과연 이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 중앙종회에서 처리 시 문제 착안

   호계원법 제8조(선출과 임기)는 호계원장 및 해당 호계위원에 대한 불신임 규정으로 중앙종회 의결에 의해 호계원장 및 해당 호계위원은 즉각 해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 판결된 결정에 대한 번복규정이 없다. 중앙종회에서 호계원장 등 재심호계위원을 출석 시켜서 “질의 응답하거나 규명”은 가능하지만 ‘기 판결에 대한 번복’은 또 다른 월권이다.

□ 100인 대중공사 논의 문제

   100인 대중공사가 이번 호계원 판결에 대해 사실상 심의를 하고 그 판결에 현저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할 경우 가능한 조치가 무엇인가. 대중공사에서 의견의 일치를 이끌어내도 호계원 판결에 대한 구속력이 없다. 또 다른 편법과 작용에 불과하며, 100인 대중공사가 초법적인 기구가 되는 희대의 사단이 발생가능 하다. 또 다른 종헌질서의 문란이며, 이번일로 법과 정의에 어긋나는 행위가 얼마나 조직의 혼란을 가중시키는지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 재심호계원의 공개 의견 피력

   재심호계원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사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전 총무원장에 대해 종헌⋅종법과 양심에 의해 판결했다면 끝까지 정당성을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재심호계원이 본건 판결에 뒤 늦게나마 위법성과 문제가 있음을 인식한다면 스스로 판결을 번복하고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법을 다루는 공적 신분의 자세다.

□ 의견

   열거한 바와 같이 본건 심리대상 선정의 적법성에서부터 진행과정 그리고 혁신 실종의 종단 상황 등을 살펴보았다. 이번 사태는, 종헌․종법질서를 무시하는 종단 내부의 경향과 종단 주요 소임자들의 무책임과 적당주의, 가치관 및 철학 부재가 낳은 - 해종행위에 버금가는 - 전대미문의 불법적 판결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번 심판을 번복할 법적 근거와 기구가 없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현 집행부가 본 판결을 존중한다면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면 된다. 적법하고 정당한 심판을 대중이 문제 삼는다 해서 번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심판이 현저하게 종헌정신을 훼손하고 종헌과 종법을 위반한 정이 있다면 ‘재심호계원 전원 명의로 판결 번복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호계위원 전원 참회 사직하는 길’ 외에 대안이 없다고 본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책임도 물어야 한다.

재심호계원 내부 번복의 법적 기속력 여부는 애시 당초 그릇된 판결이기에 따질 필요가 없으며, 다만 치욕의 종단사로 치부하고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중앙종회에서 이번 사단을 기화로 종헌을 개정하고 특별법을 제정한다 해도 그 의도가 94년도 멸빈자 구제의 목적이라면 심각한 문제와 더불어서 또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불교를 대표한다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들이 조계종을 법과 양심에 의거하여서 이끌어 갈 수 있는지 의문이다. 희망과 길이 있다면 이제라도 집행부가 제대로 된 혁신을 하거나 의식 있고 청정한 승려들이 합심해서 강력하고 꾸준하게 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