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의 생신. 참 계륵 같은 행사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부처가 되고자 출가한 스님들이 생일잔치를 열고, 생일상을 받는다는 게 보기에 따라서는 겸연쩍은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 고승들은 자신의 생일이 다가오면 슬쩍 산문을 나갔다가 생일이 지난 후에 돌아오곤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절에 머물다보면 스님을 따르는 제자들이나 재가불자들이 축하행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아예 내놓고 생일잔치를 하는 경우도 눈에 띤다. 특히 육순이나 환갑, 칠순 등이 다가오면 큰 장소를 빌어 기념행사를 벌이는 스님들도 없지 않다. 스님들이야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원하지 않으시겠지만, 제자들이나 스님을 따르는 신도들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으니, 스님들의 생신 잔치는 예나 지금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불교복지의 선구자적 역할은 물론 4반세기째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을 가장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는 상덕 스님(옥수동 미타사 정수암 주지)도 5년 전 6순이 다가왔을 때, 사제와 상좌, 신도들의 6순 잔치 준비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출가 승려가 무슨 6순 잔치를 하느냐”며 만류를 했지만, “해마다 하는 것도 아니고 6순이나 환갑, 칠순 등은 조촐하게나마 기념을 해야 한다”는 제자와 신도들의 요청을 마냥 물리칠 수 없었다.
 
“아하,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때 상덕 스님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6순 잔치를 개인 생일을 기념하는 잔치로 치를 것이 아니라 스님이 관장으로 있는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풍성한 잔치를 열어드리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이다.

상덕 스님의 묘안 덕에 생긴 행사가 해마다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의 초복 행사 ‘관세음 어르신 효행잔치’다. 지난 7월 14일(화) 오전 11시, 서울 옥수동 옥수종합사회복지관 5층 홀에서 열린 잔치에는 3백 명에 가까운 지역 어르신들이 모여들었다.

“어르신 여러분, 초복 중복 말복 다음엔 뭐가 있지요?”
“행복이요~”

사회자의 능수능란한 오프닝 진행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 행사가 되다보니, 관내에 널리 알려져서 구청장과 시와 구의회 의원 지역 유지들도 빼놓지 않고 참석하는 행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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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미타사 정수암 가족법회 주관으로 열린 제5회 관세음 어르신 효행잔치 장면.

초복 즈음에 있는 당신의 생일을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위한 초복행사’로 회향한 상덕 스님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연꽃처럼 피어올랐다. 행사를 주관한 미타사 정수암 가족법회 회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그칠 줄 몰랐다. 정수암 신도들의 후원에 호응하여 옥수종합사회복지관에서도 연꽃어린이집 원생들의 깜찍한 장기자랑, 댄스 동아리의 춤 공연, 정수암 신도이기도 한 경기민요단의 경기민요 연주, 끼가 넘치는 옥수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의 재능 기부 등으로 ‘제 5회 관세음 어르신 효행잔치’는 화려하게 펼쳐졌다. 또한 복지관을 후원하고 있는 기업이나 단체, 개인들도 특별히 후원을 해와 다양한 선물들이 답지해 어르신들은 저마다 한 자루의 선물보따리까지 받았다. 게다가 복지관 옆 영양솥밥집에서 건강식 대접까지 받으니, 옥수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스님의 생신잔치는 이 동네에서 가장 떠들석한 동네잔치가 되어버렸다.

관세음어르신 효행잔치에 초대된 어르신들은 평소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하는 지역 내 어르신들과 더불어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어르신 등 총 250여분이다. 행사비 전액은 정수암 가족법회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관세음 어르신 효행잔치를 찾아온 내빈은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태기 새누리당 성동갑 지구당 위원장, 박중화 서울시의회 의원, 문복란 성동구의회 의원 등이다.

상덕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지혜를 특유의 재미있는 설법으로 전달했다. 어르신들 가운데는 이웃종교를 믿는 분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 한 마음으로 스님에게 감사의 합장을 올렸다.

“오늘 잔치 이름은 ‘관세음 어르신 효행잔치’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을 잘 아시죠? 세상의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다 듣고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으로 치유해주시는 자비로운 보살님이십니다. 제 육순부터 시작한 이 잔치가 벌써 5회 행사를 갖게 되는 군요. 오늘 행사를 준비해준 정수암 가족법회 신도님들과 옥수종합사회복지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관세음의 미소를 닮은 상덕 스님의 등장에 어르신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여러분, 스마일 아시죠? 스스로 웃고, 마주보고 웃고, 일삼아 웃으며 사세요. 그러면 스마일한 인생을 사실 수 있습니다.”

스님은 특유의 ‘이니셜 문자 법문’에 어르신들은 재밌다는 듯이 집중했다.

“자, 이번에는 ‘미용고사’에요. 여러분들이 늘 이런 말을 하고 사시라는 뜻에서 알려드리는 거예요.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해요’, 이렇게 해서 미용고사입니다. 잘 기억이 안 나면 미용실에서 고사를 지낸다고 생각하세요. 아셨죠?”

“네~”

상덕스님의 ‘이니셜 문자 법문’은 이어졌다.

“이번에는 ‘당신 멋져’예요. 당신 멋져, 재밌죠? 비록 나이가 많고 힘도 예전 같지 않지만 한 평생 잘 살아오셨으니, 절대로 기죽지 마시고 ‘당당하게, 신나게, 멋있게, 그러나 져주면서’ 살아가시라는 뜻입니다. 한 가지 더 해드릴까요?”
“네~”

“그러지요. 이번에는 ‘아리랑’이에요. 이 세상과 이별하는 날까지 ‘아름다운 이 순간을, 사랑하하자’는 뜻이에요. 아셨죠?”

멋진 공연에 멋진 선물, 행복한 영양밥상에 알토란 같은 인생의 지침을 담은 상덕 스님의 법문까지 듣고 돌아가는 어르신들의 표정들마다 관세음보살님의 자비로운 미소를 닮은 미소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은 어르신들이 무더위를 잘 이겨내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매년 ‘관세음 어르신 효행잔치’를 정례행사로 치르고 있다. 옥수종합사회복지관은 “이 행사는 앞으로도 성동구 주민의 여름건강을 위하여 계속 지속될 것이며 전통 있는 지역행사로 자리매김 하기위해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