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 숭정전의 안내문에 ‘숭정전 건물을 일본인 사찰인 조계사(曹溪寺)에 팔았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조계종 원로의원 현해 스님은 7월 8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회의실에서 원로의원 25명 중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조계종 원로회의(의장 밀운 스님) 주최 ‘제49차 원로회의’에서 경희궁 숭정전의 안내판 문제를 제기했다.

스님은 이날 안건 채택과 논의에 앞서 “현재 동국대학교 정각원이 본래 경희궁 숭정전이었기에 관심을 갖고 숭정전 안내문을 읽어보니 ‘일제가 일본인 사찰인 조계사에 매각했다’는 내용이 나왔다”면서 이 부분의 수정을 문화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현재 숭정전의 안내판에는 ‘일제가 경희궁을 훼손하면서 이곳에 있던 숭정전 건물을 1926년 일본인 사찰인 조계사(曹溪寺)에 팔았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조계사의 한자가 曹鷄寺여야 함에도 현재 조계종의 조계사처럼 曹溪寺로 오기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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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숭정전 안내문.
 

황인규 동국대 교수가 2013년 한국불교학회의 <한국불교학> 65권에 발표한 ‘동국대학교 정각원에 대한 종합적 고찰 ; 경희궁 숭정전과 조동종 조계사, 대학선원’에 따르면, 1910년 경성중학교가 세워지면서 숭정전은 1924년까지 교실로 사용된 후 남산 기슭에는 일본 조동종 사찰인 무량수산(無量壽山) 조계사(曹鷄寺)가 들어서면서 경희궁의 전각 등이 매입 이건했다.

황 교수는 이 논문에서 “조계사는 1908년 조동종 일한선사(日韓禪寺)라고 했다가 무량수산 조계사(曹鷄寺)로 개칭됐다”고 밝혀 현재 조계사와는 다른 사찰임을 밝히고 있다.

황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조동종 조계사는 현재 조계사와 완전 다르다”면서 또 다른 오기가 돼 있을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조계종 조계사는 일제치하엔 각황사란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1938년 삼각산에 있던 태고사(太古寺)를 이전하는 형식을 취해 태고사로 불렸다. 조계사로 변경된 것은 1954년 불교정화운동이 일어난 후다.

따라서 역사 유적지로 많은 방문객이 드나들고 있는 경희궁의 숭정전에 ‘일본 사찰 조계사(曹溪寺)’라 기재된 잘못된 정보로 많은 혼란이 양산되고 있다.

각 포털사이트의 카페와 블로그에는 이러한 내용을 여과 없이 옮겨 적은 글들도 횡행할 뿐만 아니라 숭정전 안내문을 찍은 사진도 게재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문구가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해 스님의 건의에 따라 조계종 문화부장 혜일 스님은 “바로 시정 조치하겠다”면서 차기 회의 때 수정 사항을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이뿐만 아니라 중국 운남성에 자리한 중국 보물 1호 대리 삼탑의 안내문 표기조차 엉망”이라면서 이번 건을 계기로 불교문화재의 설명이나 표기 오류에 대한 종단적 관심을 강조했다.

한편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원로회의에서는 지난 중앙종회 제202회 임시회에서 통과된 종헌 개헌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날 일부 원로의원들은 의현 스님 관련 판결을 문제 삼았으나 호계원장 자광 스님은 의현 스님의 재심 결과는 하자 없이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원로회의는 의현 스님의 재심 판결 중 논란이 된 종헌 128조와 관련, 종회에서 특별법을 만들기로 했다.

또 원두 스님과 종원 스님의 재심 청원은 호계원으로 이첩해 재논의하기로 했으며, 원로회의 의장단이 선학원 임직원과 만나기로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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