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식의 열매>(퀀텀마인드 펴냄)이라는 묵직한 책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석진오 스님이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먼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스님은 스스로를 ‘현대한국불교의 승인(僧人)’이자 ‘불교인문학 사상가’라고 부른다. 여느 보통의 스님들과는 판이한 삶을 살아온 이력처럼 스님의 살림살이 또한 독특하다. 최근 공무원불자연합회 부회장인 김태진 거사와 함께 <인왕반야경>(붓다를 사랑하는 사람들 펴냄)을 함께 펴낸 석진오 스님은 주로 미국에 거주하면서 그동안 많은 저술활동을 해왔다. <우리는 전생에 거대한 숲이었다>라는 제목의 금강경 에세이를 지난 2000년에 출간한 이래 <금강경과 함께 깨어나기>(2008), <번뇌를 지닌 채 붓다가 된다>(2009), <정반대의 조화>(2008), <하나의 꽃에 다섯 잎이 피어난 뜻은>(2008), <야생지혜의 정글>(2009), <자극이 필요한 불교>(2010), <나와 함께 지혜의 춤을>(2011) 등을 집필 출간했다.

‘불교인문학 사상가’라는 명칭에 맞게 스님은 불교를 인문학적 프리즘으로 읽어냈다. 이런 수고의 이유는 중생에 대한 한없는 자비심일 것이다. “이 책은, 마치 사주팔자 운명학이나 주역 점술서를 ‘인문학’으로 해석하고 담론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불교를 인문적으로 해설하고 담론하며 내 삶과 사상을 심화시킨 것”이라는 게 스님의 이 책에 대한 소개의 일부이다.

이 책은 1,2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 또한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이어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마음을 내어 책을 들춰보기 시작하면 의외로 잘 읽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통해 독자와 스님과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불교를 오늘날 제대로 전하고, 불교가 오늘날 제대로 기능하게 하기 위한 스님의 자비원력에 힘입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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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종교가 아닌 불교인문학으로 해석하는 것은 ‘인생이 불교라는 것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기 때문이며, 불교인문학의 목적은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상처의 치유와 극복과 올바른 변화에 있다고 석진오 스님은 역설한다.

스님은 참선, 특히 간화선의 약점을 ‘자아중심적인 피드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보통사람들의 피드백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화하며 꾸미는 것이고, 비범한 사람들의 피드백은 번뇌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지혜를 더욱 심화하면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스님은 또 “인도와 티베트와 중국과 한국과 일본과 동남아 모든 나라의 붓다들과 고승들과 논사들의 깨달음과 안목은 한마디로 ‘중도’라고 정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나는 균형과 질서와 조화만 중시하는 보수적이고 방어적이고 타협적인 중도보다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역동적인 권력의지 또는 생명에너지의 강한 상호작용을 중시한다”고 역설한다. 자신의 중도는 한가하고 평화로운 중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님은 불교대장경의 가르침(사상)의 구조는 한마디로 말하면 ‘해체하는 것’과 ‘구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온갖 번뇌와 고통을 야기하는 문제는 ‘해체하는 무아 공성의 사상’으로 해결하고, 오늘 지금 바로 여기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진실하고 선량하고 아름답고 고귀한 삶을 위해서는 ‘창조적인 시설을 구성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이 모든 불교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이 책이 모든 불교지식을 총합적인 인문학 또는 불교사상의 일반 사회화 또는 사회적 실용불교(즉, 응용불교, 행증불교, 생활불교, 민족과 역사와 국민을 위한 불교)을 위해 집필되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속인불자들의 수능고득점이나 각종 자격시험 합격, 결혼인연, 사업성취, 무병장수 등을 위한 기도생활이나, 죽은 자들을 위해 천도의식 행사를 집전하는 일에 바쁜 평범한 스님들은, 이 책의 사상을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유는 “‘의존중독적인 신앙심이 없어야 진정한 붓다가 될 수 있다’는 내 불교사상이 ‘불교장사’를 방해하거나 훼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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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이 책을 “평범한 스님들의 음주가무와 흡연과 도박 등의 잘못된 행위에 실망하여 절에 더 이상 나가지 않고, 신앙생활 하지 않으면서도 ‘불교에 관한 얘기’는 아주 진지하게 좋아하는 한국과 미국의 친불교적인 지성인들에게 바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런 책을 내는 것이 일종의 이벤트라고 밝힌다. 이런 이벤트의 목적은 우리들의 의식이 좀 더 깨인 세계로 움직여가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불교(공부)에 관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이 불교의 현실과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불교가 개인과 사회, 국가, 인류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위대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는 될 수 있을 듯싶다.

제1장 마치 음악의 서곡처럼, 제2장 자유저술가의 조건, 제3장 불교지혜의 인식과 재인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제3장은 번뇌, 무명, 고, 무아, 연기, 해탈, 인과, 계율, 탄트라를 비롯한 다양한 종파들, 팔정도, 대승불교, 불성의 문제, 여래장, 호국불교, 원효와 지눌의 통합불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석진오 스님 특유의 불교인문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99.99 퍼센트 ‘없는 것’ ‘텅 빈 것’으로 만들어진 모든 생명체의 생각과 감정이, 일정한 장소적 경계선이나 시간적인 한계를 넘어서 퍼지고 확장되면서, 모든 곳에서 새로운 현실과 새로운 구조와 새로운 질서가 창조되는 진실함과 선량함과 아름다움과 고귀함의 상호작용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석진오 스님이 이 책의 구성을 알려주는 목차의 맨 뒷부분에 적어놓은 글귀다. 이 책을 통해 스님이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세상, 현실을 향한 간곡한 바람을 잘 담아 놓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책은 요즘 불교계에서, 특히 한국불교계에서 잘 만나기 어려운 ‘자기소리’의 집성이다. 늘 앵무새처럼 중국의 선사들의 일화나 이야기를 읊조리는 엄연한 현실, 옛 논사들이나 선지식들이 이루어 놓은 논소와 별기 등을 찾아내 이해하는 데 급급한, 아니 그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현대불교계의 현실에서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자신있고 선명하게 1200페이지에 걸쳐 펼친, 펼칠 수 있는 스님이 어디 또 있을까.
 
“그 어떤 고승대덕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수사로 불교사상의 정신을 창의적으로 이어가는 석진오의 불교사상을 총정리한 대표작!”, “이제는 한국불교계에서도 독창적인 사상가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야 한다는 당위를 마음껏 드러낸 역저!”

이 책을 만든 출판사와, 책의 출판을 지지한 불자들의 찬탄들이다. 비록 기자가 책에 담긴 내용의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재단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나, 모처럼 듣는 한 스님의 자기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1,200쪽, 5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