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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돌에 새긴 사랑 = 한서대 도학회 교수는 범종, 불상, 불탑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양식을 개척하는 진보적 조각가이다. 『갓바위 무지개』를 발표해 불교콘텐츠 목록을 추가했던 그가 이번엔 과거의 부석사 창건설화와 관련한 ‘의상대사와 선묘낭자’를 이야기의 모티브로 삼은 두 번 째 소설을 빚어냈다.

소설은 주인공 금정이 당나라 꿈을 꾸는 것으로 시작한다. 글의 전개는 주로 여러 곳을 여행하는 형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여행의 과정을 통해 주인공 자신이 이야기 속에 투입되고 각 여행지의 특성들을 통해 금정과 유향의 내적인 관계를 풀어가고 있다. 여행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으로도 이어진다. 작가 자신이 중국학생들과 직접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 작가의 자전이라는 착각을 줄 정도로 사실감을 준다. 또한 여행지 곳곳에서 칠전불의 이야기, 불상의 염화미소 등 지금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작가 특유의 역사관과 조각에 대한 심미관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한국문화와 중국문화의 차별성과 깊이 있는 해석을 맛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조각과 건축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과 심미안을 준다.

서산 도비산에 화엄탑이 세워지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난다. 작가는 화엄을 이루려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함께 자신이 스토리텔링한 금정과 유향의 사랑이 담긴, 세계인을 사랑으로 보듬는 그 탑이 현실에서 꼭 실현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고픈 조각가로서의 염원이며, 그가 가르친 중국학생들과의 인연, 한국인과 중국인과의 끊임없는 인연의 상징으로서, 나아가 세계인을 보듬는 화엄의 실현으로서 탑의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앞선 시대의식을 가진 부석사의 스님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 교수의 소설(스토리텔링)을 통한 새로운 조형성 추구는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크겠지만 문학에서도 지금까지 없었던 불교의 설화를 소설의 형식으로 발굴한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다.

서산 부석사 주지 주경 스님(불교신문 주간)은 추천사를 통해 “어떤 부분은 섬세하고 더러는 뭉뚱그렸지만 책장이 수월하고 흥미롭게 넘어간다. 소설을 읽다보면 그의 조각 속에 흐르는 보통사람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혈관과 신경세포가 느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종문화사, 36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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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절로 가는 사람 = 소설 『숲속의 방』의 작가 강석경은 한 절기를 보내는 의식처럼 때가 되면 ‘내 마음의 절’로 향한다. 아만의 산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키운다는 뜻의 통도사 화엄산림법회에서 덩실덩실 어깨춤 추며 송년 의식을 치르고, 동지에는 팥죽 새알심을 빚으러 조계산 송광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송광사의 장엄한 예불은 “지상의 것 같지 않은 열락의 광경”을 보여준다. 흐트러짐 없는 기강에서 나오는 유장한 리듬을 듣기 위해 저자는 깜깜한 새벽,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저 절로 간다.

‘빛나는 구름’ 화운사에서 깨달음의 꽃비를 맞으며 환희심을 느끼고, 해인사 앞자락 홍류동 계곡에서 세속을 등진 최치원의 시를 읊는다. 해인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장경판전으로 가서 부처님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엿보며 불성을 상징하는 연꽃을 응시한다. 그리고 저자가 매료되어 ‘연을 맺은 땅’ 경주 불국사에서 “법연의 만다라를 화폭에 그려보고 싶다”며 새해를 맞이한다.

새하얀 눈 덮인 산길을 걷고 또 걸어 절로 온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말씀하신 정우 스님,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앉아서 팔리어로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던 선일 스님, 서호주 탐사 사이사이 법성게를 강연하는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 자연을 절 삼은 몽골 유목민들까지…. 저자가 책에 담은 성과 속을 넘나드는 인연은 “상처와 번뇌 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을 차분히 말한다. “부처님은 고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하셨다. 범부들에게 고는 인생의 영원한 숙제 같다.” 투명한 문장에 담긴 본질을 통렬하게 꿰뚫는 시선은 “회한도 기쁨도 다 무상(無常)으로 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글을 읽은 시인 고은은 “영락없는 비승비속(非僧非俗)이시네. 옛날 머슴방 허드렛말로 ‘중도 속도 아닌 것’이라는 그 조롱과는 정반대로 이도 저도 아닌 그 절묘한 차원이시네. 승이되 승을 사절하고 속이되 속을 넘어선 바로 그 경지에 닿으시네.”라고 추천사에서 극찬했다.

마음산책, 272쪽,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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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별 = 창녕 관룡사 주지 우현 스님 스님의 시가 있는 사진집이다. 통도사 교무국장 시절 사보에 시와 사진을 연재했던 스님은 관룡사에서도 계속 찰나를 기록해왔다. 이를 엮은 책이다.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소중한 인연이 어느 날 문뜩 떠올라 안부를 묻듯이, 스님은 아름다운 세상의 순간들을 낱낱이 담아내 독자들에게 환한 마음의 한소식, 기별을 보내고 있다. 자연을 소재로 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시와 사진 76편이 실려 있다.

맑은소리 맑은나라, 191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