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불교방송(BBS) 사장이 연임을 하게 될 경우, 대한불교진흥원의 사장후보 천거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6월 11일 불교방송 이사회를 앞두고 이채원 현 불교방송 사장이 자신을 포함한 이사 12인의 동의를 받아 사장직 연임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대한불교진흥원의 사장 후보 추천절차 필요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논란은 불교방송 이사회가 지난 5월29일 이사 12명의 동의(불교방송 이사는 총 23인)로 ‘현직 사장 연임 시 후보자격 보장의 건’을 추가 안건으로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이 안건은 현직 사장이 연임을 할 경우 진흥원의 추천절차가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의 과정에서 대한불교진흥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대한불교진흥원과 불교방송 정관에서 불교방송 사장 후보를 복수 추천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불교방송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대한불교진흥원 입장에서는 정관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방송은 설립 당시부터 대한불교진흥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장 선출에 관한한 불교방송 이사회의 역할과 권한은 사장 후보 추천을 대한불교진흥원에게 요청하고, 대한불교진흥원에 의해 추천된 후보 중에서 한 사람을 선출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직 사장의 경우 추천이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안건에 동의한 불교방송이사회의 12인의 이사들은 이미 과반수 이사들이 동의를 했다는 점에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입장은 자칫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이사들(재가이사 포함)이 불교방송 사장 선출에서도 합리적 절차가 아닌 힘에 의한 밀어붙이기 모습을 보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살 개연성이 크다. 또한 12명으로 과반을 넘었다고는 하나 과반을 넘었다는 것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 된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12명의 이사 가운데 당사자인 이채원 사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는 지적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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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직 사장 연임시 후보자격 보장의 건’ 안건을 동의한 12인의 이사들은 2곳의 법무법인에게 의뢰해 이 안건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법률의견’까지 첨부했다. 법률의견에 따르면 ‘불교방송의 정관이 사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천거의 개념 및 본질, 사회통념, 귀사(불교방송)의 당연직 이사를 제외한 이사들의 연임 관행 등을 고려할 때, 이미 불교진흥원의 천거를 받아 선임된 바 있는 사장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교진흥원의 기존 천거의 효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절차가 합리적이기보다는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안건을 동의한 이사들의 논리에도 불구하고, 불교방송 정관 제이장 제5조 5항은 “사장은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 복수 천거에 의하여 이사회에서 선출하고 이사장이 임면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임시의 규정’이 없어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면 이사회에서 정관을 제·개정하여 ‘연임 시의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이 규정의 시행은 현 사장의 연임을 위한 6월 11일 이사회가 아니라 차기 사장 선출절차가 끝난 이후 이사회부터 적용되는 것이 상식이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차기 사장 선출에 임박하여 법무법인의 의견과 이사회의 숫자를 앞세워 무리수를 두는 것은 불교방송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관련 규정이 없다면, 규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전례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지난 2004년 당시 불교방송 사장이었던 김규칠 씨(현 대한불교진흥원 이사장)가 사장 임기 중에 불교진흥원에 사장 후보자로 지원을 했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이채원 사장이 다시 불교방송 사장에 도전하려면 정관에 의해 대한불교진흥원의 불교방송 사장후보 공개모집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임기를 4년으로 정한 것은, 임기 만료와 함께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을 말한다. 사장을 다시 하고자 한다면 불교방송 정관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면 그만이다. 이 절차를 따르지 않고 양 기관의 정관을 벗어난 논리를 끌어들여서 사장직을 이어가려는 시도는 자연스럽지 못하다.

불교방송이 지난 6월 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불교방송은 이채원 사장이 재직한 지난 4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2011년 917명에 불과했던 정기후원회원이 5월말 현재 3700명으로 300%, 서울 본사 후원금 규모는 2011년 월평균 1800만원에서 올해 월평균 1억5000만원으로 730% 신장됐다. 5월 1일 특집방송을 시작으로 사옥건립과 가청권 확대를 위한 모연을 전개해 1026명, 11억 원의 약정을 이끌어냈다. 6월 4일자로 전남 광양에 중계소(105.7MHz)를 취득하는 등 2012년 이후에만 총 3곳의 중계소 개소, 4곳의 중계소 취득, 1곳의 송신소를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등이 불교방송이 발표한 구체적인 성과들이다.

이런 성과가 사실이라면, 대한불교진흥원에서 현 사장을 차기 사장후보로 천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굳이 무리하게 정관에서 벗어난 절차를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무리수를 둘 까닭이 없는 것이다.

대한불교진흥원 측은 연임을 할 경우에도 최초 선출규정을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한불교진흥원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이미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추천을 받아 사장으로 선출된 만큼 또 다른 추천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일각의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 법무법인의 법률의견을 내세우고 있지만, 통상 법무법인의 의견은 최대한 의뢰자의 입장에서 법률 검토를 하는 것이므로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이다.

그동안 불교계에서는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것에서 많은 문제를 양산해왔다. 가장 비근한 예가 동국대 총장 선출을 둘러싼 논란이다. 이 논란으로 불교계가 허비한 비용은 천문학적 금액에 다다를 것이다. 원칙대로, 합리적으로 일을 풀어가려는 합의가 필요한 충분한 이유다.

누가 대표자가 되고 책임자가 되는 것보다,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