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들이 왜곡한 부정적인 여성성불관 이제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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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 『불교의 여성성불 사상』을 펴낸 이창숙 박사.[사진=인북스]

불교의 여성성불 사상
이창숙 지음, 인북스
276쪽, 1만5000원

“여자들, 해봐야 별 수 있나. 내생에 남자 몸 받는 것밖에.”

마흔에 불교공부를 시작했다.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고민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해직 기자출신인 늦깎이 학생 이창숙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평소에 열린 마음을 소유한 분이라고 생각했던 스님의 말이라 당혹스러움은 더욱 컸다.

‘그럼 여자는 금생에 왜 불교를 믿나, 내생에 남자 몸 받기 위해서? 아니면 시줏돈 내려고? 아, 이건 아니다. 그러면 부처님도 스님들처럼 생각하셨던 것일까? 부처님은 여성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한번 알아보자.’ 그녀의 학위논문 주제는 이렇게 해서 정해졌다.

연구 결과, 부처님은 여성이라는 존재를 차별하지 않으셨다. 경전에 나타나는 차별적인 언설들은 방편설일 뿐이다. 그런데 부파불교에 와서 여성은 성불할 수 없다는 왜곡이 생겼다. 대승불교 초기에는 여자가 남자 몸으로 변해야 성불할 수 있다고 하고, 중기 대승불교에서 여성도 성불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승만경』은 이런 결론의 중심에 서 있는 경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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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출가자인 마하파자파티를 친견하는 비구니들 조각상. 태국의 Watt Thepthidaram 사원에 있다.

1994년에 받은 철학박사 학위논문의 제목은 <인도불교의 여성성불사상에 관한 연구>. 그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에 대해 부분적인 연구들은 있었지만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기 까지 여성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맥을 짚어내는 연구 논문은 없었다. 당시 교계언론과 불교여성계로부터 격려와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힘은 들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었다.
 
이 논문을 좀 더 들여다보자. 불교의 여성성불관은 불교사상의 전개에 따라 변천을 거듭해왔다. 붓다 재세 시 인도 사회에서 말할 수 없는 열악한 지위의 여성은 이미 정신세계의 동참자가 되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성도 비구니가 되어 비구 교단과 나란히 비구니 교단을 형성했다. 이는 세계 종교의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같은 인간평등사상은 붓다가 보여준 새로운 인간해방론의 패러다임이었다. 불교사상에서 여성차별이란 있을 수 없는 문제였다.

저자는 『장로니게』에 주목했다. 여성 최초 출가자인 마하파자파티 고타미를 비롯해 초기 교단 장로니들의 고백을 모아놓은 게송집이다. 여기에는 73명 비구니의 게송 522편이 실려 있다. 진지한 종교적 열정이 녹아 있어 당시 출가여성들의 내면세계를 가늠케 한다. 이 문서 또한 세계종교사에서 둘도 없는 귀중한 문서다.

저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여성성불사상의 흐름을 조망한 뒤 그 변천은 남성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밝혀낸다. 불교사상, 불교교단을 이끌어 온 주체는 남성들이었다. 불교사에서 여성이 흐름의 중심에 섰던 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불교교단으로서는 극도의 부정적인 여성관을 가진 당시의 인도사회와 일정 부분 타협하는 불가피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대승불교 시대에 이르러 불교는 『승만경』 등을 앞세워 여성성불을 천명함으로써 다시 붓다의 본뜻으로 회귀했다. 승만 왕비가 정법의 실현자로 등장한 이 시대에 남녀차별적 인식은 없었다. 마하파자파티 고타미에서 시작된 불교 여성 성불사상의 역정은 승만 왕비에게서 이상적인 정법의 실현자로 회향한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붓다의 후계자들이 왜곡한 부정적인 여성성불관은 이제 바로잡아야 할 시점”이라며 “역사는 여성성불을 통해 여성해방을 실현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행본 『불교의 여성성불 사상』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하고 그간 발표했던 <불교 페미니즘의 회복을 위해>와 <불교의 여성에 대한 사회교육적 기능> 등 소논문 2편을 함께 실어 펴낸 것이다.

저자는 <대한일보>와 <한국일보>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유신 치하에서 해직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때의 경험을 담은 『1974년 겨울, 유신치하 한국일보 기자노조 투쟁사』라는 저서(공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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