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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종교포럼이 '그리스도와 가난'을 주제로 5월 16일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조성택 화쟁아카데미 대표.

“돈이 없어서 사라진 종교는 없어도 돈이 많아서 망하지 않은 종교는 없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의 확신에 찬 말이다. 5월 16일,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 네 번째 마당에서다.

‘그리스도교와 가난’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맡은 김 소장은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을 해방시키는 존재였으며, 신약에서는 예수께서 직접 가난한 사람이 되었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도교는 가난한 사람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난한 사람은 경제적 개념이 아니라 하느님을 알아보는 자, 즉 신학적 개념”이라고 해석하면서 “사회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하느님을 알아보는 자”의 의미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의 주장은 단순히 가난한 이를 돕자는 시혜적인 관점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발제는 “종교가 가난한 이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자체가 가난해져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그는 “현실 속의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따르기보다는 교회 자체의 존속을 우선시했다.”며 “역사적으로 종교는 자신의 몸집을 불리는 데에만 신경을 썼을 뿐 가난한 사람을 선택하는데 인색했다. 이것은 무슬림이나 불교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가난’을 실천하기 위해 종교의 헌금 종류와 액수를 줄여야 한다고 보고 교회에서 받는 십일조와 조찬기도회를 없애고 종교건물의 신축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가난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가장 중요한 실천적 덕목이라면서 “종교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난해져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 지었다.

발제에 대한 논평에서, 화쟁문화아카데미 조성택 대표는 “불교는 그 출발점이 노숙의 종교, 거지의 종교로 시작한 것이었음에도, 사실 가난이라는 문제를 놓쳐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불교가 실질적 가난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등한시 해왔음을 인정했다. 또한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불교는 가난한 종교이다. 오늘날 출가 승려의 다수가 절대빈곤의 상황에 쳐해 있다”며 “불교계의 전체 수입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에 대해서는 불교인들이 고민해야할 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이어 “교리적으로 붓다의 탄생설화에서 전륜성왕과 붓다는 양자택일의 입장이었다. 이것이 가난에 대한 불교의 기본적인 성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고 평했다.

‘가난’을 보는 관점에 차이 드러내

이어진 토론에서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개신교의 부와 권력은 양극화가 이미 심하고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엘리트들이 가지는 교회 장악능력은 더 커지고 있으며 가난한 이들은 더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에서도 권력의 핵심인 대형교회만을 자주 부정적으로 다루지만, 그 저변에 존재하고 있는 ‘작은 교회’들의 긍정적인 움직임은 외면 받고 있다.”며 개신교 내의 다양한 움직임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조 대표는 “의식이 바뀌기 전에 법과 제도가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조계종단에서 재정공개를 결정한 것은 긍정적인 제도 변화의 예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금 더 나아가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경제활동의 상징인 등가교환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종교적 행위는 등가교환이 아니라 ‘선물의 공동체’ 즉 상호 간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주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경우 부가 누구에게 있는가보다는 어떻게 쓰이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김 소장은 “종단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는 덕에 성직자들이 가난을 모르고 살고 있다. 또한 돈과 권력의 배분이 주교들에게 전임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신자유주의와 맞서야할 종교가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종교 운영에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신자유주의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저류에 있는 탐욕심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표면적인 문제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하면 결국 그 문제에 휩쓸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이에 더해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적극적으로 자본 운동의 세탁자로 기능하고 있다. 심지어는 개인의 욕망을 자정하려는 노력이 있음에도 여전히 제도로서의 교회가 신자유주의를 키우고 있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성택 대표는 “가난은 한편으로는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그 자리가 바로 김소장이 말한 ‘예수를 받아들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난 자체보다는 부를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의 문제”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소장은 이에 대해 “내가 가난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구분해야 한다”며 “가난 문제에 대한 나의 입장보다는 이러한 가난을 강요한 신자유주의와 싸우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서 조 대표와 김 소장은 대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 대표는 “가난한 자를 편드는 것은 인간으로서 윤리적으로 중요한 입장일 것이나, 종교라면 누구를 편들어서 누구를 배제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김 소장은 “그리스도교는 본래 부자에게 불편한 종교이다. 그리스도교는 부자를 비판으로 가난한 사람은 보살핌으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가난한 자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해방신학의 입장과 무차별적인 자비라는 불교의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한편 제5회 종교포럼은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의 사회로 6월 27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된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불교’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