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승이 마음으로 전하는 안부
조계종출판사, 지안 스님
280쪽,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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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 스님<사진>의 거처는 통도사 산내 암자인 반야암이다. 계절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면서 사는 스님은 마음속에 사색의 방을 하나 갖고 있다.

그 방에서 나무와 구름과 달과 별과 이야기를 나눈다. 또 만난 적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소원하며 멀리 마을에 대고 이야기를 한다. 스님은 “이렇게 ‘나’와 ‘너’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안부를 묻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 대화를 한다는 것, 그것이 산거(山居) 생활의 즐거움 아닐까”라고 반문한다.

스님은 책 읽고, 여행하고, 사색하는 것으로 삶의 방식을 정해 놨다. 60년간 일기를 썼던 은사 벽안 스님의 영향으로 30년째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책이 여러 권 나올 정도의 분량이다.

말을 옮겨 담은 글에 지혜가 또한 담기면 문자반야(文字般若)가 된다고 한다. 불교경전 말씀을 문자반야라고 부르는 것처럼 뜻이 깊고 좋은 글은 ‘문자반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글 쓰는 일은 스님에게 또 하나의 수행이기도 하다.

지안 스님이 고난에 차있는 세상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다. 세상과 타인 그리고 자신에게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다. 그렇게 절과 도시를 오가며 세밀하게 관찰한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안부를 묻고, 충고를 곁들여준다. 한발 떨어져서 산승이 건네는 충고는 결국 본질을 꿰뚫는 지혜의 말이다. 글로 옮기니 그대로 ‘문자반야’다.

『산승이 마음으로 전하는 안부』에는 46편의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반야암 포교지에 실렸던 글들과 평소 써놓았던 글을 모았다. 경전과 선어록에다 동서양의 고전과 철학자, 시인까지 등장한다. 스님의 독서 편력이 대단히 광범위함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스님은 “좋은 생각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은 행복한 인생을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생각을 하고 나눌수록 세상은 그만큼 밝아질 것”이라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스님이 ‘문자반야’의 길을 꿋꿋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작가 조완이 캄보디아의 일상을 찍은 작품 80여 컷이 함께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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