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불교문화연구원 2015년 춘계 학술대회가 ‘불교 지성의 전통과 현대적 모색’을 주제로 지난 5월 3일 통도사에서 열렸다.

총 4편의 논문이 발표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순 국내파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비달마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권오민 교수(경상대)의 ‘불교 지성의 전통과 역사’ 발제가 단연 관심의 초점이 됐다. 불교사의 한 장을 장식했던 정혜논쟁이 21세기 초엽에 재연될 개연성이, 한국의 불교학계가 성숙했다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마침 권 교수의 논문에 대해 논평에 나선 학자는 조준호 박사(한국외대)도 인도에 유학 아비담마를 연구한 학자로 작심한 듯 예리한 논평문을 준비해 불꽃 튀는 논쟁이 예상됐고, 예상대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발제에 나선 권오민 교수는 ‘불교 지성의 전통과 역사’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불교에서 지혜가 차지하는 비중의 절대적 가치를 주창했다.  

권 교수는 “불교에서의 구원은 해탈/열반이고, 해탈/열반은 진리에 대한 통찰 즉 깨달음에 의해 성취되며, 통찰의 주체는 혜(慧, mati, prajñā, 통상 ‘지혜’)”라면서 “따라서 불교는 지혜/지성 중심적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며 지혜를 중심으로 한 불교전통의 기원과 전개에 대해 논의를 전개했다.

“지혜/지성을 강조하는 한 진리(satya, tattva, 혹은 tathatā: 眞如) 역시 초월적/신비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없고, 그것의 진리성 또한 교조(불타)나 교회(승가), 혹은 성전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의해 확인되는 것이라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한 권 교수는 “불타는 ‘사람(pudgala: 人)에 의지하지 말고 법(法, dharma)에 의지하라’고 하였고, ‘[누가 설한 것이든] 법성(法性, dharmatā)에 어긋나지 않으면 불설(佛說)’임을 천명하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제에 따르는 한 진리성은 주체적 반성(tarka: 思擇)과 이에 따른 논리성(nyāya, yukti: 正理/道理)에 의해 확인되는 것이었으며, 그리고 이는 선정(samādhi)을 통해 체험(bhāvana: 修習)되었고, 믿음(adhimokṣa: 勝解)의 근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정리(正理)의 법성(法性)은 바야흐로 여래 멸도(滅度) 후 불교도들의 의지처(pratisaraṇa)였고, 이에 따라 견해를 달리하는 무량의 성전과 사상이 출현할 수 있었다”며 “시대와 지역에 따른 역동적인 불교사상사의 전개는 바로 이 같은 지성/지혜의 산물이었으며, 물과 젖에 비유된 화합(和合, samagra)이 강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고 부연했다.

권 교수는 발제에서 ‘불교에서의 지성은 지혜’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고, 불교는 불타(佛陀)의 깨달음에서 비롯되었으며, 불타(Buddha)라는 말 자체가 각자(覺者) 즉 깨달은 자라는 뜻이니 ‘불타의 깨달음’이라는 말은 동어반복일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대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그는 무엇을, 어떻게, 왜 깨달았던가? 기독교와 같은 유일신교의 종교에서라면 이 같은 물음은 부질없는 일일 것이다. 왜냐하면 거기서의 깨달음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여호와가 이 세계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 즉 여호와의 왕국이라는 신의 주체적 지향에 대한 깨달음이며, 그의 왕국을 소망하며 살아가는 그의 피조물(기독교인)로서의 자각으로, 이는 그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기초한 시공을 초월하는 교조적인 절대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무엇보다 먼저 불타는 교조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세계가 그의 피조물도 아니다. 따라서 그의 말씀 또한 여호와의 말씀(성경)과는 유(類)가 다르며, 오로지 절대적 믿음에 근거하여 이해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믿음이 이해에 기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에서의 믿음은 맹신이 아니라 이해에 기초한 확신(勝解, adhimokṣa)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예나 지금이나 ‘불교란 무엇인가’ ‘불법 즉 불타 깨달음의 본질은 무엇인가’가 불교법문의 핵심이 되어 왔다.”

권 교수는 “불교는 당연히 앎(인식/판단)을 근본으로 삼는 종교이다. 물론 불타의 깨달음에는 ‘정(正)’이나 ‘무상정등(無上正等)’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정각(正覺)’ 혹은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으로 찬탄하기도 한다”며 “정각(正覺)이란 현등각(現等覺, abhisambodha) 즉 열반과 대면하여(abhimukha: 對向) 올바로 아는 것(samyak-sambodha), 바로 진실(眞實, tattva: 眞淨)을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이어 불교에서 ‘앎’의 뜻이 다양한 술어로 나타난다며, “무명(無明)의 ‘명(明, vidyā)’도, 세간해(世間解)의 ‘해(解, vid)’도 앎을 나타내며, 일체지(一切智, sarvajñā: 薩般若)의 ‘지(智, jñāna)’도, 혹은 여기에 ‘앞서다’ ‘뛰어나다’는 의미의 접두사 프라(pra)가 붙은 프라즈냐(prajñā) 즉 반야(般若)도, 나아가 정견(正見)의 ‘견(見, dṛṣṭi, darśana)’도, 무생법인(無生法忍)의 ‘인(忍, kṣānti)’도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불교법상에서 혜(慧, mati, prajñā, 통상 ‘지혜’)는 분별/판단작용(簡擇, pravicaya)의 심소로, 여기에는 물론 그릇된 판단(染汚慧, 즉 邪見, 邪智)도 있고, 번뇌를 수반하는 언어 개념적인 세간적 판단(有漏慧, 혹은 世俗正見)이나 그렇지 않은 출세간적 판단(無漏慧)도 있으며, 출세간적 판단 중에는 다시 ‘이미 해탈하였음’을 아는 판단(解脫智)도 있다. 적어도 초기불교시대 이 같은 해탈의 판단은 이미 번뇌를 다 끊었음을 아는 진지(盡智)와 더 이상 후유(後有)를 받지 않음을 아는 무생지(無生智)로, 그들은 이를 무상정등(無上正等)의 정각(正覺, 아뇩다라삼막삼보리)으로 이해하였고,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의 중선(衆善)인 37보리분법(菩提分法, bodhipakṣadharma)을 이 같은 보리에 이르는 길(원인)로 간주하였다.”

권 교수의 불교는 지혜(지성)의 종교라는 주장은 계속 이어졌다.

“진리(聖諦)의 즉각적 통찰인 현관(現觀, abhisamaya) 역시 혜(慧)를 본질로 하는 무루혜(無漏慧)이며, 이를 통한 통찰을 견(見, darśana)현관이라 한다”고 전제한 권 교수는 “그러나 진리의 통찰은 혜(慧)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식(識, 마음)이라든지 수(受, vedanā, 領納)·상(想, saṃjñā, 取像)이나 심(尋, vicārā)·사(伺, vitarka), 혹은 정(定, samādhi) 등의 심소도 혜(慧)와 동일한 소연(所緣, 대상)을 갖는데, 이러한 제법(諸法)에 의한 통찰을 연(緣, ālambana)현관이라 하며, 이들 무루 제법과 동시에 존재하는 계(戒, 道共戒, 일종의 도덕적 힘)나 生相 등도 역시 혜(慧) 등과 동일한 사업(事業)을 행하기 때문에 이를 사(事, kāryā)현관이라 한다. 계정혜(戒·定·慧)의 삼학(三學)은 두말할 것 없이 보리(現觀)에 이르는 도정으로, 이에 따라 해탈(解脫)에 이른 성자를 유학(有學, śaikṣa)이라 하였고, 해탈의 지견자(知見者)를 무학(無學, aśaikṣa)이라 하였다. 삼학과 해탈과 해탈지견, 조석예불에서 예배 찬탄되는 오분법신(五分法身)이 바로 이것인 것이다.”

권 교수는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오늘 우리에게 알려진 불교는 지성적 혹은 이지적 성격이 매우 두드러진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지혜/지성을 강조하는 한 깨달음의 대상인 진실(眞實, tattva, tathatā: 眞如) 혹은 진리성(dharmatā: 法性) 역시 신탁이나 계시, 혹은 교조(불타)나 교단(승가)의 권위에 의해 확정된 것이라 말할 수 없고, 진리인식 역시 성전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기초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며 “불교에서 진리성을 확인하는 수단(pramāṇa: 量)은 개인의 직접경험(anubhāvajñāna: 證智)과 추론(anumāṇa: 比量), 말하자면 주체적 반성(tarka: 思擇)과 이에 따른 논리성(nyāya, yukti: 正理/道理) 혹은 합리성(saṃbhava: 應道理, 容有)이었거나 혹은 번뇌의 조복(調伏, vinaya)과 같은 유용성(실제적 이익)이었다”며 “그리고 이같이 확인된 진리성, 정리(正理)의 법성(法性)이 초기불교 이래 불교도들의 의지처였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발제문 중 ‘지혜의 길과 믿음의 길’이라는 장에서도 불교의 길은 결론적으로 지혜의 길임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불교에 절대적 믿음이나 초월적 경험을 강조하는 경향이 부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깨달음은 존재본성(법성)에 대한 통찰(바른 판단)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지만, 믿음(혹은 마음)으로 이르는 길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 예로 지극히 어리석은 이의 대명사인 주리반특가(Cūḷapanthaka: 小路)를 들었다.

“불교내부에는 초기부터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와 ‘믿음’의 두 길이 있었다. 그러나 불교지성의 역사는 지혜를 완전한 길을 선택하였다. 반열반은 오로지 지혜에 의해서만 가능하였다. <증일아함>에서는 주리반특가도 결국 지혜(智慧)를 통해 번뇌로부터 해탈하였다”는 점을 제시한 권 교수는 수신행(隨信行, śraddhānusārin)과 수법행(隨法行, dharmānusārin)의 분류를 통해 지혜의 길을 강조했다. 즉 불교전통에서는 무루의 통찰에 이른 견도위(見道位)의 성자로서 믿음(śraddha)으로써 진실의(4성제)을 추구한 둔근자(鈍根者)를 수신행(隨信行, śraddhānusārin)이라 하고, 스스로 계경(契經) 등의 법(法, dharma)[을 열람함]으로써 진실의를 추구한 이근자(利根者)를 수법행(隨法行, dharmānusārin)이라 하였다는 점을 주목한 권 교수는 “말하자면 수신행(隨信行)은 다만 믿음으로써 주어진 가르침에 따르는 소극적 수동적 경향의 행자라면 수법행(隨法行)은 이치에 따라 가르침을 판단하는 적극적 능동적 경향의 행자로, 유가행파에서도 역시 이같이 이해하였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또 “그러나 둔근자는 연근(練根, indriya saṃcāra, 근기의 단련)을 통해 이근자로 전향하기 때문에 반열반(부동법아라한)은 궁극적으로 믿음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혜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주류의 불교에서는 지혜(prajñā)를 우선시하였다. 선정(samādhi)은 다만 올바른 통찰에 보조적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수시마(Susīma)경>의 아라한들은 선정에 들지 않고서도 아라한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고, 하리발마도 비바사사(毘婆沙師)도 이를 수용하였다”고 밝힌 권 교수는 <수시마경>의 일단을 제시했다.

수시마(蘇尸摩)가 말하였다. “그대들의 깨달음은 어떤 선정에 근거한 것인가? 초정려인가 내지 무소유처인가?”
제 비구가 말하였다. “우리의 깨달은 바는 다 그 같은 선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수시마가 말하였다. “만약 그 같은 선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깨달음을 증득할 수 있었던 것인가?”
제 비구가 말하였다. “우리는 다 혜해탈자(慧解脫者)이다.”
그 때 수시마가 망연자실하다 친구들이 이러한 말의 뜻을 물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고 생각하여 불소(佛所)로 가 이 같은 말의 뜻을 물으니, 세존께서 말하였다. “소시마는 마땅히 알라. 먼저 법주지(法住智)가 존재하고 그 후 열반지(涅槃智)가 존재한다.”
수시마가 말하였다. “저는 무엇이 법주지(法住智)인지 이제 모르겠습니다.”
불타께서 말하였다. “그대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법은 응당 그러한 것이다.”

권 교수는 “불교의 이론이 수행의 결과, 실제 명상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이와 관련 ‘경전상의 묘사는 정신적 체험에 대한 일차적인 언어화이고, 이론은 논리적 교리적 기술적인 이유에서 비롯되는 일차적 언어화에 대한 이차적 변형’이라고 주장한 슈미트하우젠과 조성택 교수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오늘날의 학자들이 불교경전연구에서 ‘묘사’보다는 ‘이론’의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는 텍스트를 더 선호하고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학문적 관점에서 이론은 이성적인 반면 묘사는 ‘주관적’, ‘신비적’mystical이며, 따라서 객관적으로 신뢰할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대단히 궁금하다. 그렇다면 경전의 어디까지가 실제 체험에 근거한 묘사이며, 어디까지가 이것의 일차적 언어화이고 이차적 이론인가? 어떤 한 경전 중에 이 같은 삼중 사중의 다양한 층차가 존재한다는 것인가, 전후(혹은 초기와 후기)라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이러한 층차가 나타난다는 것인가? 명상체험 또한 어떤 명상을 통해 얻어졌고 그것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언어화(구상)되고 이론화된 것인지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불교이론이 명상체험의 산물이라면 불교가 굳이 청문(聽聞, 聞所成慧)이나 사유분별(思所成慧)이라는 지성(후술)에 호소할 것 없이, 선종처럼 다만 명상만을 강조하면 될 일이며, 공성(空性)이나 알라야식, 진여자성 등이 명상의 산물이었다면 역시 명상을 통해 오늘날의 새로운 불교이론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이어 “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바, 불교이론은 지혜에 의한 사유분별(思擇, 決擇)의 소산이며, 명상은—그것이 안반염(安般念, anāpāna smṛti)이든 사념처(四念處)든— 불교이론을 체험하는(확증 짓는), 절대적 믿음(勝解)을 얻기 위한 테크닉 혹은 절차로, 이 또한 큰 범주의 일상경험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조성택 교수의 ‘4의(依, pratisaraṇa) 중 네 번째 “지(智, jñāna)에 의지하고 식(識, vijñāna)에 의지하지 말라”에서의 ‘지(智)’는 직접적인 지식(direct knowledge)으로, 앞의 세 규칙을 요약하고 있는 이 규칙은, [경전의] 올바른 해석은 성제(聖諦)에 대한 축자적이거나 이론적 이해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 지식에 근거한 것임을 보여준다’는 라모트(E. Lamotte)의 평가와 더불어 이러한 평가의 근거로 제시된 제4依에 대한 <유가사지론 보살지>에서의 해설을 ‘불교이론은 사변적인 사유의 산물이 아니라 명상의 산물’이라는 자신의 주장의 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다. 식(識)을 문혜(聞慧)와 사혜(思慧)로 해석하는 것은 식(識(心))과 혜(慧(心所))가 별법(別法)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3혜(慧)는 각기 청문(聽聞, śruta)과, 청문한 법에 대한 사유(思惟, cinta)--정리(正理)의 사택(思擇), 이를테면 요의(了義)와 불요의(不了義), 논리적 타당성 등의 검토는 이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사유한 법에 대한 수습(修習, bhāvana)을 본질로 하는 것으로, 이 때 수습(修習)은 당연히 명상(samādhi)에 근거한 것이지만, 이 때 수습(修習)되는 것은 앞서 청문(聽聞)한 혹은 사택(思擇)한 ‘언어로 구성된, 말씀으로서의 불교이론’”이라며 “따라서 이는 ‘불교이론은 사변적인 사유의 산물이 아니라 명상의 산물’이라는 주장의 논거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오민 교수는 결론적으로 불교사상사는 지혜/지성의 소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초기불교 이래 우리에게 전해진 불교전통은 정리(正理 혹은 ‘道理’ nyāya, yukti)의 법성(法性)이라는 합리성에 기반한 것이었으며 원효(元曉) 역시 ‘대승경=佛說(불설)’의 명제를 ‘대승경=正理에 부합하는 것’으로 바꾸어 대승불설론의 논증을 시도하였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또 “종교에서 초경험적 사실은 절대성을 수반한다. 그것은 언제나 비밀스러운 것으로 중생을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반열반경>의 “여래에게는 비밀스럽게 움켜진 ‘스승의 주먹(握捲, ācariya-muṭṭhi)’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 뒤 “불교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것이었고, 해서 누구에 의해서도 논의될 수 있었다. 교조인 불타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제 오늘 우리는 불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불타의 깨달음(法性)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 오늘의 시대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가? 과연 오늘의 불교도에게 그러한 지각 판단의 능력(智慧)이 있는가? 불교도에게 ‘지성’이 작동하는가? 어제의 역동성을 상실한 채, 지난날의 영광에 의탁한 채, 다만 ‘전통’이라는 권위에 의지한 채 주어진 불교를 주어진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초기불교가 친설/원음(親說/原音)(‘圓音’이 아니라)이라느니, 간화선이 구경도(究竟道)라 외치면서.”

권 교수는 오늘의 불교를 비판한 후 초기불교시대 수법행자(隨法行者)조차 불법의 의미나 진위에 대해 사량·관찰·간택(思量·觀察·簡擇)하였다는 점. 그들은 주체적이고도 능동적으로 불법(佛法)을 이해하려고 하였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권 교수는 “오늘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불교를 어떻게 사량·관찰·간택할 것인가? 우리가 오늘 깨달아야 할 ‘진리’는 무엇인가? 불교는 ‘있어라’하니 있었다고 믿는 종교도 아니거니와 ‘행하라’해서 행해야 하는 종교도 아니다. 불교는 지혜의 종교(dharma), 지성의 철학(darśana)종교이기 때문이다. 지혜란 이미 말하였듯이 간택(簡擇, pravicaya) 즉 비판적 탐구, 분별적 이해를 본질(體性)로 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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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에 나선 조준호 박사(고려대)의 비판은 매우 날카롭고 매서웠다. 사전에 논평문이 배포되면서 이미 뜨거운 논쟁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세미나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조 박사는 “(논문의 제목은) ‘불교 지성의 전통과 역사’이지만 ‘불교지성의 (교학적) 기원 또는 근거 문제로서 정리(正理)’의 논의에 치중하고 있으며, 나아가 전체적인 논지는 선정(禪定, 논자의 명상)과 반야지혜(般若智慧)의 대립구도로 논술되었고, 이를 위해 (어떠한 논자의 논문도 대개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현재 논자는 발표문의 논지강화를 위한 선택적인 경전인용과 관련하는 2차 자료들이 한정적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조 박사는 “전체 맥락 상 인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전은 초기불교의 일반적인 맥락과는 다른 분위기의 주변부 또는 예외적인 경전이 논의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설령 이러한 경전의 내용이 타당하더라도 불교 전반에 걸쳐 볼 때 선정과 지혜가 차제적이고 상보적인 관계가 논의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왜 반야지혜의 발현에 있어 선정이 중요하게 이야기되고 있는지에 대한 경론과 현대불교학의 여러 논의도 균형 있게 다루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누가 설한 것이든] 잘 설해진 것(subhāsitaṃ)이면 모두 불설(Bhagavatovacana)”이라 하였고, 이러한 전통은 주석서(Attasālinī)로 이어진다”는 권 교수의 주장에 대해 ‘신들의 제왕이여, 이와 같이 어떠한 잘 설해진 것이라도 그 모두는 아라한, 무상정등정각불인 세존의 말씀입니다. 나나 다른 사람은 그 분의 말씀에 의지하여 말합니다.’(Evameva kho devānaminda, yaṃ kiñci subhāsitaṃ sabbaṃ taṃ tassa bhagavato vacanaṃ arahato sammāsambuddhassa, tato upādāyupādāya mayañcaññe ca bhaṇāmāti.)를 들어 ‘모두 세존의 말씀에 의지하여 말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마치 곡식의 출처를 사실대로 다른 이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이 자신의 말의 출처도 세존의 출처로 사실대로 말한다는 것, 다시 말하면, 논자는 생략하였지만 웃따라가 하는 좋은 말은 다름 아닌 세존의 가르침에 근거한다는 말이며, 따라서 권 교수의 해석처럼 ‘[누가 설한 것이든] 잘 설해진 것(subhāsitaṃ)이면 모두 불설(Bhagavatovacana)’는 해석 상의 재고가 필요하다. 따라서 ‘좋은 말이면 모두 세존의 가르침’이라는 의미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마찬가지로 경률오종별(經律五種別)의 금구설(金口說, 즉 佛說, 弟子說, 仙人說, 諸天說, 化人說)은 모두 맥락 상 붓다와 불교교단의 위임 하의 위탁설법으로 보아야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조 박사는 권 교수의 주장이 불설의 선명성을 희석시켜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단으로 흐를 소지, 즉 ‘좋은 말이면 모두 다 불교, 세상의 어떠한 것도 불교에 다 있어!’와 같이 결국 불설과 불교의 정의와 범위에 있어 권 교수의 경우처럼 ‘다양성과 유연성’을 인정하게 되면 거꾸로 ‘불교에 다 있다는 것은 불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이 되어 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박사의 권 교수에 대해 작심한 듯 공격적 질문을 던졌다. ▲불교 역사는 불설과 비불설에 대한 진위논쟁 아닌가? ▲초기불교경전에 예를 들어, 사띠 비구가 불설에 근거한다며 주장한 식(識)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붓다와 교단은 어떻게 대처하였는가? ▲초기경전에 불교교단으로 위장출가한 외도가 ‘법을 훔친다’는 표현을 볼 수 있는데, 붓다의 가르침을 훔치기 위해 불교교단으로 위장출가한 적주비구를 붓다와 제자들은 (요즘의 지적 소유권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하였는가? ▲인도불교사의 결집의 역사, 대승이전의 부파간의 교리논쟁 그리고 대소승논쟁은 모두 율과 경에서 설해진 불설의 순수성과 정통성에 대한 쟁론이 아닌가?

‘지혜의 길과 믿음의 길’ 장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논평이 이어졌다. 조 박사는 “전체적으로 논지의 전거로 인용하고 있는 초기경전은 모두 초기경전 가운데에서도 예외적인 내용을 담은 경전”이라고 지적했다. 조 박사는 “(나는) 선정과 반야지혜의 문제에 있어 차제론을 역설하였으며 선정 없는 반야지혜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 같은 경전은 선정과 반야지혜에 있어 초기불교경전의 일반적인 맥락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고, 대부분 붓다의 제자들 간의 담론으로 나타나며, 아함과 니까야를 비교해보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점도 많고, 나아가서 세밀하게 검토해 보면 지혜발현에 있어 선정이 전적으로 부정되는 맥락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조 박사는 “문제는 이러한 전거를 중심으로 (현재 국내 대부분의 학자들처럼) 지혜와 선정의 관계에 있어 선정의 무게를 덜어내고 줄이려고 사용되었다는 점은 현재의 논자, 즉 권오민 교수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로 아니 더 광범위하고 치밀하고 깊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조 박사는 권 교수가 ｢코삼비경(Kosambisutta)｣과 잡아함 351경을 선정과 반야지혜가 배타적인 관계로 설명하는 뿌생(Poussin)의 주장을 논지강화를 위해 인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을 드러냈다. 이 경의 취지는 12연기 통찰은 있지만 아라한을 성취 못한 혜해탈자(慧解脫者)라도 하더라도 선정이 배제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며, 그런데도 뿌생은 이 경을 근거로 불교를 ‘사변적 인식(prajñā: 慧)’과 사마타(śamatha: 止) 곧 ‘적정’의 길, 삼매(samādhi)를 신비주의와 합리주의의 긴장관계로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사변적 인식(prajñā: 慧)은 합리주의로, 사마타(śamatha: 止)는 신비주의로 구분하지만 이러한 대비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초기불교에서부터 사마타-비파사나(samatha-vipassana)는 배타적인 긴장관계가 아니며, 모두 선정수행 범위이자 비파사나(vipassana)의 경우 반야지혜와 바로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차제(次第)를 시작으로 지관균등(止觀均等)으로 그래서 열반과 해탈을 성취하는 것으로 경전의 많은 곳에서 설해지고 있으며 이는 초기경전에서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지관(止觀)의 관계라는 것이다. 또한 지관쌍수(止觀雙修)나 정혜쌍수(定慧雙修)처럼 비파사나(vipassana)는 바로 프라즈냐(prajñā)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모든 불교의 선정수행을 포괄하는 말로 지관(止觀)은 선정(禪定)으로 달리 불리는 것처럼 비파사나(vipassana)는 선정삼매와 불가분의 관계, 즉 달리 말하면, 사마타(samath)a와 사마디(samadhi)에 바탕한 체험적 인식이 바로 비파사나(vipassana)이고, 여기서 뿌생의 의도는 동아시아에서 긴장관계가 있었던 교(敎)와 선(禪)의 관계에 가깝다”고 역설했다.

조 박사는 “때문에 뿌생의 경우, 여기서 문제는 논자(권오민 교수)의 전체적인 논지에서처럼 ‘prajñā를 사변적(speculation / connaissance) 인식’으로 보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며, 반야지혜(般若智慧, prajñā)는 이론적 또는 사변적 인식보다는 통찰적, 직관적 또는 체험적 인식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그 근거로 “뿌생이 사변적 인식을 설명하는 관찰(vipaśyanā: 觀), 4성제의 통찰(satyadarśana) 등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며 “vipaśyanā:( 觀)나  4성제의 통찰(satyadarśana)은 사변적 인식이 아니라 관(觀)이고 통찰이고, 모두 선정과 관련하여 발현되는 통찰적·체험적 인식을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불교의 반야지혜를 사변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뿌생이 아비달마 논서에 주력한 불교 이해가였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고 언급한 조 박사는 “초기불교이든 대승불교이든 사변적 인식을 극복한 자리에 prajñā는 위치해 있으며, 따라서 권 교수가 ‘선정(samādhi)은 다만 올바른 통찰에 보조적인 것이었다’보다는 ‘반야지혜의 발현은 바로 선정 수행에 좌우된다’고 보는 것이 불교 일반론에 부합된다고 보아야하지 않는가 한다”고 반론을 펼쳤다. 조 박사는 “선정의 정학은 삼학 가운데 중심에 있으며, ‘붓다는 수정주의를 버린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 박사는 권 교수의 “적어도 필자가 이해하는 바, 불교이론은 지혜에 의한 사유분별(思擇, 決擇)의 소산이며, 명상은 —그것이 安般念(anāpāna smṛti)이든 四念處든— 불교이론을 체험하는(확증 짓는), 절대적 믿음(勝解)을 얻기 위한 테크닉 혹은 절차로, 이 또한 큰 범주의 일상경에 포함된다.” “명상이란 聽聞하고 思擇한 법을 修習(bhāvana)하는 (반복하여 익히는) 行法이다.”라고 정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과연 그러한가? 이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의 논문 일부를 아래와 같이 인용했다.  

[[붓다는 성도 후 다음과 같은 오도송을 남기고 있다.

“지극한 마음으로 선정에 든 수행자에게 제법이 드러날(pātubhavanti) 때 그에게 모든 의혹은 사라져 버린다. 제법의 인연을 반야지혜로 통찰(pajānāti)했다.”
“내가 증득한 이 법은 매우 깊고, 보기 어렵고, 깨닫기 어렵고, 지극히 고요하고, 수승하며, (분별) 사유의 범위를 넘어 있으며, 미묘하여, 지혜 있는 자만이 체험되어지는 것이다.(Adhigato kho myāyaṃ dhammo gambhīro duddaso duranubodho santo paṇīto atakkāvacaro nipuṇo paṇḍitavedanīyo) ｢인도불교 출발에서 보편성 문제｣, <불교연구> 제40집(서울 : 한국불교연구원) 2014년 2월. pp.37~88)

“불교의 어법(語法)이나 문법(文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불교를 신비화하고 몰상식화하며 무분별하게 만드는 주범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고 현재 학계에서조차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논의의 경계에 상당한 혼동과 혼란을 느끼고 있는 듯이 보인다”고 전제한 조 박사는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참된 진리인식의 문제와 관련해 언어와 사유의 배제는 동아시아 선종 전통을 넘어 모든 불교의 뿌리인 초기불교에서 이미 분명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박사는  (누군가) 사문 고타마는 인간을 뛰어넘지 못했고 성인이 갖출 수 있는 지견(知見 : ñāṇadassana)의 성취가 없다. 그는 (다만) 사유(思惟 : takka)가 개입된 개인적 이해에 따른 분별(分別 : vīmaṁsa)로 법을 설한다, … 만약 이 같은 사견(邪見)을 가지고 제시하며 (끝내) 사견을 버리지 않으면 지옥의 나락에 떨어질 것이다.

조 박사는 “논자(권 교수)가 여러 곳에서 논지의 핵심개념으로 반복적으로 언급한 법성(法性)과 관련한 tarka의 Pali는 다름 아닌 takka이고 한역으로 사유(思惟)로 옮겨졌으며, 마찬가지로 정리(正理) 또는 논리성(nyāya, yukti: 正理/道理)의 nyāya는 Pali의 naya”라며 naya에 대한 붓다의 입장을 앞서 제시한 자신의 논문에서 인용해 아래와 같이 밝혔다.

[[칼라마인들이여, 그대들이 의심하고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심스러운 것을 대하면 그대들의 마음속에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칼라마인들이여 조심하라. 계시(啓示)된 가르침이나 (계시 성전에 따른) 성자들의 가르침에 의지해서도 안 되고, 옛날부터 전승되는 말이나 경전에 담긴 가르침이라고 해서도 안 되며, 일반 논리의 사유나 특수 논리의 사유라 할지라도 의지해서는 안 되며, 또한 심사숙고한 대상이라고 해서도 안 되며, 나아가 어떤 사변적 견해에 따른 환희심이나, 또는 그럴 듯하고 적당하게 보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전적으로 진리라고 받아들이지 말라. 더 나아가서 ‘이 사람은 종교가(수행자나 성직자)이니까 또는 우리의 스승이니까󰡑하는 생각 때문에도 무조건 따르지도 말라.
Aṅguttara Nikāya Ⅰ, p. 189 : “etha tumhe kālāmā mā anusasavena, mā paramparāya, mā itikirāya, mā piṭakasampadānena, mā takkahetu, mā nayahetu, mā ākāraparivitakkena, mā diṭṭhinijjhānakkhantiyā, mā bhabbarūpatāya, mā samaṇo no garū'ti.” ]]

붓다는 바른 진리탐구의 태도로 ‘경전(piṭaka)에 담긴 가르침이라고 해서도 안 되며, 일반 논리의 사유(takkahetu)나 특수 논리의 사유(nayahetu)라 할지라도 전적으로 진리라고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논지를 펼친 조준호 박사는 ‘아비달마 불교 전공자로서 견해를 듣고 싶다며, 권오민 교수에게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불교 지성의 전통과 역사’에서 대승불교는 흥기와 함께 이전의 아비달마에 대항하여 왜 그토록 반야지혜를 강조했는가? 초기경전에도 이미 반야라는 말이 넘쳐나는데 왜 다시 반야인가? 대승경전에서 반야가 들어간 경전은 전 대장경 가운데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양[600권]이라 한다. 왜 그토록 ‘반야’를 열렬하게 말했는가? 바로 이전 또는 동시대의 불교와 관련하여 무슨 문제로? 누구를 향한 것인가? 아비달마 불교였다면 아비달마 불교는 반야와 거리가 멀었다는 말인가?
▲일반 철학에서 말하는 분석적인 논리적인 사유와 본 발표문에서 말하는 정리(正理)와 차이는 무엇인가?
▲나아가 대승이 반야를 강조했다하더라도 선정은 강조하지 않았는가? 대승에서 선정과 반야는 어떠한 관계인가?
▲9차 제정 가운데 어느 단계까지 발표문에서 말하는 思惟가 가능한가?
▲기본적인 9차제정이라는 선정에서는 반야지혜가 이야기되지 않는가?
▲무상(無常) 체험은 정리(正理)의 소산인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이성과 지성은 어떠한 온(蘊)에 속하며 또한 관련 심소(心所)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불교지성이 반야로 ‘이성적인 분별력’이라 한다면 無分別智는 무엇인가? 선정수행 없는 무분별지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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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민 교수(왼쪽)와 조준호 박사.

권오민 교수는 조준호 박사의 비판적이며 다소 공격적인 논평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교수는 “조준호 선생의 논평문을 읽고서 마음이 좀 답답하였다. 내 논문이 이렇게 밖에 읽힐 수 없었던가? 불교를 이같이 이해할 수밖에 없는가? 불교는 오로지 ‘고타마붓다’만의 불교이고, ‘초기불교’ 뿐이던가? 역사 또한 다만 그의 역사였던가?”라는 한탄조로 반론을 시작했다.

권 교수는 “제목이 ‘불교 지성의 전통과 역사’이지만 ‘불교지성의 (교학적) 기원 또는 근거 문제로서 正理’의 논의에 치중하고 있다고 여겨진다”는 조 박사의 지적에 “아니다”라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자신의 논문의 취지는 “불타의 깨달음과 이에 기초한 무변의 불교사상(혹은 무량의 성전)사는 ‘지혜’ 중심의 역사이고, 오늘 우리도 오늘의 지혜를 개발하여 오늘의 불교를 창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적인 논지는 선정(禪定, 논자의 명상)과 반야지혜(般若智慧)의 대립구도로 논술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권 교수는 “대립시킨 적 없다”며 “그러한 대립의 흔적은 다양한 측면(예컨대 사리불 지혜제일, 목건련 신통제일)에서 찾을 수 있지만, 오늘 우리에게 전해진 불교는 지혜중심의 불교이며, 선정은 지혜의 근거/토대(智依, *jñāna-āśraya)이다. 계·정·혜·해탈·해탈지견(戒·定·慧·解脫·解脫知見)의 순서는 우연한 것이 아니다. 논평자(조 박사) 스스로도 ‘선정과 반야지혜의 문제에 있어 차제론을 역설하였으며 선정 없는 반야지혜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조 박사의 “지극한 마음으로 선정에 든 수행자에게 제법이 드러날(pātubhavanti) 때 그에게 모든 의혹은 사라져 버린다. 제법의 인연을 반야지혜로 통찰(pajānāti)했다”는 경문에 대해 권 교수는 “이는 논평자가 ‘사유/사택(思惟/思擇)’이라는 말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 논거로 제시한 경문”이라면서 “말해보라. 여기서 ‘선정’은 어떤 선정이고, ‘의혹’은 어떤 의혹이며, ‘분명하게 나타난 제법’이란 무엇을 말한 것이며 어떤 절차로서 나타난 것인지? 홀연히, 문득 나타난 것인가? 대저 ‘선정’과 ‘진실의 현현’과 ‘의혹의 사라짐’과 ‘반야(지혜)’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권 교수는 “적어도 불교의 선정은 문·사·수(聞·思·修)의 ‘수(修)’이고, 이 때 ‘수(修)’는 앞서 들었던(śruta), 혹은 생각하였던(cinta) 것을 익히는, 수습/수행(修習/修行)하는(bhāvana)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또 “불교논리학자의 말을 빌리면, 그것이 성취될 때 진리(4성제)는 손바닥에 있는 암라수 열매처럼 명약관화(明若觀火)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조 박사의 “(권 교수가) 전체 맥락 상 인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경전은 초기불교의 일반적인 맥락과는 다른 분위기의 주변부 또는 예외적인 경전이 논의의 중심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권 교수는 “필자는 논문을 ‘초기불교의 일반적 맥락’에서 논의하지 않았다”고 수긍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본 주제를 논의할 수도 없다. 아니 ‘초기불교’라는 술어조차 편의상 개념이지 실체개념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권 교수는 “‘[초기불교의] 주변부 또는 예외적 경전’이라 함은 이미 일종의 교상판석인데, 여기서의 ‘예외(例外)’나 ‘예내(例內)’는 누가 정한 것인가? 학자가 돼서 남이 인용하는 ‘일반적 경전’만 인용해야 하는가? 논평자는 아비달마(아비담마) 주석서나 유가행파 문헌상에 빈번히 인용된 아함의 제경(諸經)을 읽어본 적이 있는가? 잡아함의 해설인 <유가사지론>‘섭사분’을 훑어 본 적이라도 있는가? 초기경전이라 하지만, 아함(혹은 니카야)은 유부(혹은 상좌부) 계통의 경전이 아니던가?”라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논자(권 교수)의 해석처럼 ‘[누가 설한 것이든] 잘 설해진 것(subhāsitaṃ)이면 모두 불설’은 해석상의 재고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경률오종별(經律五種別)의 금구설(金口說, 佛說, 弟子說, 仙人說, 諸天說, 化人說)은 모두 맥락 상 붓다와 불교교단의 위임 하의 위탁설법으로 보아야하지 않는가?”라는 지적에 대해 권오민 교수는 “이는 필자의 해석이 아니며 불교사상(지성)사에서 불설을 그렇게 이해하였다”고 일축했다. 권 교수는 “유부 비바사사(毘婆沙師)와 중현, 하리발마, 대지도론, 무착 세친, 청변 나아가 원효(‘대승경=正理에 부합하는 것’)가 그같이 이해하였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또 ‘붓다와 불교교단의 위임 하에 위탁설법으로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조 박사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맞다. 위임받았다. 그러나 실제 ‘위임장’은 받지 않았다.(불타멸도 후 어떠한 경우에도 위임장을 줄만한 권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증득한 바를 진정한 요의(了義)의 ‘불설(佛說)’로 이해하였다. 아함의 제경(諸經) 뿐만 아니라 아비달마도, <반야경>도, <해심밀경>도, <대일경>도,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찬술된 경(僞經)조차도. <원각경>은 그 명칭조차 <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럴 경우 독단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 불교, 불설의 정체성을 흐리게 할 수도. ‘불설(佛說)’이라는 말도 필요 없을 것”이라는 조 박사의 비판에 대해서는 “‘니카야는 불타의 원음/친설(原音/親說)’(‘원음’은 법상술어도 아니다)이라는 생각이야말로 독단이 아니던가. 그 밖의 다른 경은 가짜라는 생각이 내포되어 있으니. 불설정의에 따라 내용과 성격을 달리하는 경전들이 찬술됨으로써 ‘불교 정체성’이 흐려질 수도 있었을 것인데, 결코 흐려지지 않았다. 유연성과 다양성을 허용한 불교의 열린 성전관,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불교의 위대성’이라 생각한다. 원효 또한 ‘불설무량수경(佛說無量壽經)’이라 할 때의 ‘불설(佛說)’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고 답했다.

“인도불교사는 결집의 역사, 대승 이전의 부파간의 교리논쟁, 불설의 순수성과 정통성에 대한 쟁론이 아닌가?”라는 조 박사의 지적에 대해서 권 교수는 “한번이라도 그들의 교리논쟁 속에 들어가 본적이 있던가? 그들의 교리논쟁을 어떤 시각에서 보아야 하는가? 그들 중 승리자(정통)는 누구이고 패배자(이단)은 누구인가? 그들의 분열은 파승(破僧)인가? 그들 쟁론의 원천은 무엇이었던가? 예컨대 아비달마 vs 중관, 중관 vs 유식, 우습게도 오늘 우리는 그 때의 정통과 이단의 교설을 모두 수용한다. 예컨대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 바로 그것으로, 이는 당시 논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이단의] 사상이었다”고 답변했다. 

권 교수는 “12연기는 ‘심심난지(甚深難知)’ ‘심심난견(甚深難見)’ ‘불가사의(不可思惟)’,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는 언어와 사유의 구성물이 아니다”, ‘독일정처(獨一靜處)에서의 전정사유(專精思惟)’; “한역 ‘사유수(思惟修’, dhyāna, 靜慮의 구역)의 한역의 본래 의미와 선정사상에서 사유의 기능과 작용과 관련하여 재고되어야한다”는 조 박사의 지적에 대해서는 “12연기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면 지금 논평자가 알고 있는 12연기는 뭔가? 오로지 선정을 통해 체험한 것인가? 학생들에게도 이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오로지 선정을 행할 때 알게 된다고 강의하는가? (이는 聞慧와 思慧를 무시하고 오로지 修慧만을 찬양한 것으로 교사의 태도가 아닐뿐더러 사실상 독단) 어떤 선정을 통해, 어떻게?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혹 12연기에 대해 왜 그토록 불가사유(不可思惟)라고 말한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던가? ‘심심(甚深, gambhīra)’의 뜻은? 혹 아비달마(아비담마)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다만 경에서 ‘불가사유(不可思惟)’라고 말하면 그렇다고 받아드려야 하는가? 논평자는 vitaṇḍavādin이고 착문사문(着文沙門)인가? 유의제행(有爲諸行)의 유전(流轉)도 이렇듯 심심난지(甚深難知)라면, 무위법은 어떠할 것인가? 이에 우리는 모두 개구착(開口着)해야 하나?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가 언어와 사유의 구성물이 아니라면, 팔만대장경은? 다만 방편의 가설(假說)인가? 유가행파는 자신들의 경론(經論)(<해심밀경>이나 <유가사지론>)을 방편의 가설이라 말하는가?”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권 교수는 조 박사에 대해 ‘사유(思惟)’라는 말에 무슨 트라우마라도 있는 것인가? 논평자(조준호 박사)는 용감(?)하게도 초기경전의 단편(이 또한 다만 ‘자기이해’)을 통해 현장(玄奘)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경가의 신구(新舊)의 석어(譯語)를 비난하고, 아함에 대한 비바사사(毘婆沙師), 하리발마 등의 해석을 무시하고, 이들을 비롯한 무착과 세친, 청변, 나아가 원효에 이르는 그들의 불교(佛敎, Buddhavacana) 이해를 폐기하려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전정사유(專精思惟)의 ‘사유’가 지(止, śamatha)와 관(觀, vipaśyanā)의 수습(修習)를 의미한다고 지극히 ‘예외적인 경’( 『잡아함』 제464경)을 통해 밝혔다. 적어도 불교에서 지관(止觀)이 균등한 선정은 4정려(그래서 ‘正定’)이고, 그래서 불타의 일대사(정각이나 열반)는 언제나 제4정려에서 일어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거기서 무엇을 관(觀)하는가? 앞서 말한 대로 문사수(聞·思·修), 일찍이 듣고 생각하였던 것 아닌가? 대소승 모든 경론에서 그같이 말한다.물론 여기서(특히 제4정려)의 통찰은 문·사위(聞·思位)에서와는 달리 언어를 수반하지 않는 즉각적 통찰(正智)이며, 그래서 “식(識)에 의지하지 말고 지(智)에 의지하라”는 제4의 의지처(pratisaraṇa)가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dhyāna(요가학파에도 dhyāna가 존재한다)를 ‘사유수(思惟修)’나 ‘정려(靜慮)’로 번역한 것은 매우 탁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아함(혹은 니카야)이 비록 설자(說者)나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다 할지라도 조직적 이론체계(정합성)를 갖는 것은 아니”라며 “아비달마의 표현을 빌리면 ‘잡설(雜說)’이고 ‘산설(散說)’로서 대기(對機)방편설”이라고 상기시킨 후 “(따라서 특정의 경, 예컨대 「칼라마 종족들에 대한 법문」으로써 전체적인 하나의 이론체계를 세울 수 없다. 중경(衆經)과는 다른 이 경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경장(經藏) 전체를 하나의 완전한 이론체계로 구성하려고 한 것이 아비달마였고, 그들은 이를 위해 ‘정리/법성(正理/法性)에 어긋나지 않으면 불설(佛說)’이라는 지혜중심의 불설론(佛說論)이 제시하였으며, 이는 이후 대승불설론의 근거가 되었다. 불교사상사의 원동력은 바로 정리법성(正理法性), 다시 말해 불타 깨달음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지혜’였다”고 잘라 말했다.

권 교수는 “논평자(조준호 박사) 또한 ‘불교를 관통하는 보편성은 바로 비판적인 이지성’이라 규정짓고서, 불교지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러한 점에서 학자들에 따라 왜 인도에서 초기의 불교야말로 인류 종교사에서 있어 가장 비판적이고 지성적이고 이지적이며 합리적이며 그리고 계몽적인 종교로 이야기하는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며 “(그렇다면) 여기서 비판, 지성, 이지, 합리, 계몽(enlightenment)에 상응하는 불교술어는 무엇인가? ‘선정’인가? ‘불가사유(不可思惟)’인가? 혹은 ‘신(信, 믿음)’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권 교수는 이어 “이 모두는 정확히 ‘혜(慧)’를 본질로 하는 일련의 지식현상이 아니던가? 이 또한 ‘언어와 사유를 떠난 것’인가? 혜(慧)는 수소성혜(修所成慧)도 있지만, 문소성혜(聞所成慧)도 있고 사소성혜(思所成慧)도 있다. 법음(法音)을 청문(聽聞)한 일도 없이 여리작의(如理作意)할 수 없다.(논평자에게 이 경도 당연히 ‘예외적인 경’이겠지만, 이는 대단히 유명한  「대구치라경」 Mahāvedallasutta이다) 문혜(聞慧)와 사혜(思慧)는 제 경론에 대한 청문(聽聞, 看經독서)과 비판적 이해를 통해 성취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논평자(조준호 박사)는 다시 계·정·혜 삼학(三學)을 지정의(知·情·意)에 비유하고 균형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는 균형이 아니라 ‘지성/지혜’”라면서 “오늘 우리 불교에 믿음과 수행(혹은 명상)은 적어도 말로는 차고 넘친다. 입만 열면 ‘수행’ 아니던가? 무엇을 어떻게 수행하라는 것인가? 그냥 수행하면 지혜가 생겨나는가? 어떻게?”라고 반문했다. 권 교수는 이어 “불교 전문강원에서조차 이제 불교학개론이나 대승불교개론으로 불교를 이해하려 한다.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심심법(甚深法)이라 하면서. 단언컨대 이것으로는 고인(古人)의 언어와 사택(思擇, 사유)은 물론이고 결택(決擇, 판단)조차 접할 수 없으며, ‘오늘의 불교’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필자의 단견에 의하는 한, 오늘 우리 불교문제는 지성적, 이지적, 합리적, 계몽적, 그리고 비판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아니 ‘결여되었다는’) 점”이라고 단정했다.
 
권 교수는 “과연 오늘 역동적인 불교사상사의 원동력이었던 ‘지혜’가 구현되고 있는가? 거칠게 말해 필자를 포함하여 ‘전통’을 팔아먹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겨우 겨우”라고 일갈하고 “필자가 오늘 이 세미나에서 말하려 하였던 취지는 바로 이것이었다”고 자신의 반론을 마쳤다.

‘불교 지성의 전통과 현대적 모색’을 주제로 열린 반야불교문화연구원 2015년 춘계 학술대회는 유구한 불교사상사를 통해 진행되어온 정과 혜(定·慧)의 논쟁이 21세기 한국불교학계에서 재현되는, 아주 뜻 깊은 현장이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안경식 부산대 교수의 ‘신라 고승들의 ‘세상과의 소통법’ 김영진 교수(동국대)의 ‘근대 중국의 불교지성과 무(無)의 정치학’, 명법 스님(능인불교대학원대)의 ‘불교 지성의 시대적 과제와 현대적 모색’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