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선을 통해 대중교화하다 입적하신 청화 선사의 염불선 사상을 통해 간화선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을 새로이 정립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화사상연구회(연구회장 박선자)는 5월 1일 오후 1~6시 동국대 문학관 2층 학명세미나실에서 2015년 청화사상 학술세미나를 '염불선 사상의 역사적 고찰과 그 발전과정'을 주제로 개최했다.
 
청화 선사의 사상과 수행법을 공부하고 실수해온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대거 동참한 이날 이번 세미나에서는 조준호, 차차석, 고영섭 교수 등이 나서 염불선이 역사적 맥락에서 어떠한 전개과정을 거쳐 왔는지, 인도와 중국, 그리고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개된 염불선 사상은 어떤 발전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청화선사의 선사상과 비교, 고찰했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서는 동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세계화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간화선 수행법과 소승수행법이라는 편견을 적어도 국내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위빳사나 수행법의 한계를 청화 선사의 염불선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학술적 논거를 들어 제시돼 주목을 받았다. 즉 신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면서도 간화선적 장점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청화 선사에 의해 크게 주창된 염불선을 통해 한국불교의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차석 교수(동방문화대학원대)는 청화선사의 염불선을 정중무상 선사의 인성염불과 비교한 '정중무상의 인성염불과 청화선사의 염불선'이라는 발제를 통해 두 선사 간의 수행법이 시공을 넘어 상통하고 있음을 학술적으로 구명하고자 했다.

차 교수는 "청화 선사의 염불선은 염불이라는 단어에서 염을 관조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사상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며 "청화선사가 주창한 염불선은 단순한 칭명염불과 선적 수행의 결합이 아니라 참선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대중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중무상과 무주당 청화의 사상적 상통점에 대해서도 차 교수는 '시대적으로나 공간적 차이로 두 사상가의 활동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을 넘어 두 사상가가 공유하는 사상적인 DNA를 추적했다. 차 교수는 두 사상가가 반야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이 확인되고, 정중무상의 실상염불이나 염불선의 개념은 반야지혜의 입장에서 불신이나 공덕의 무자성 공을 관조하는 것이 참다운 염불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화선사의 염불선 개념과 상통한다고 역설했다.

차 박사는 또 "정중무상과 청화 선사는 공히 염불선의 범주에 포함되고, 청화 선사는 실상염불의 염불선을 강조했고 정중무상은 인성염불에 의거해 삼구설법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역시 실상염불의 염불선에 포함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차 교수는 이어 청화 선사가 실상염불을 설명하면서 불리불(不離佛)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윤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것으로 무상선사가 무념을 심진여문으로 보고 각자의 현재의식을 중시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청화 선사의 염불선의 핵심은 실상염불이며 여기서의 염불은 관조의 의미라는 점, 그러므로 관조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간화선에서 화두를 본다는 의미의 간과 의미상 상통하는 것이므로 청화 선사를 일각에서 이단으로 보려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청화 선사가 정의한 염불은 생명의 실상을 부처로 정의하고 누구나 그 부처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염불하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결론적으로 "청화 선사는 정중무상과 같은 사상의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시대상황에 맞춰 그것을 재해석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평가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며 "법고창신이란 바로 청화 선사에 해당되는 것이며, 불교라는 종교가 존재하는 한 청화 선사가 보여준 정신적 계승과 작업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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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조준호 박사(고려대 철학연구소)는 '염불선과 선정계위'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청화 선사가 염불을 곧 선정으로 보고, 더 나아가 염불선을 선정계위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불교교리사와 선정수행사에서 대단히 새로운 시도"라고 선사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했다. 논문을 쓰면서 여러 차례 청화 선사의 혜안에 전율을 느꼈다고 고백한 조 박사는 "선사가 사선에 이어 사무색 등의 구차제정과 맞물려 염불선정계위를 설명하는 시도는 그동안 오랫 동안 묻여있던 염불과 선정의 관계를 복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청화 선사의 염불선정계위가 갖는 역사적인 의미는 초기불교를 잇는 아비달마 불교에서 굴곡된 염불선정을 근본적으로 복원시키고 있으며, 이는 정토종식 칭불은 기본적으로 소리내어 말하는 발화 때문에 깊은 선정의 단계로 발전할 수 없다는 기존의 시각에 대해 염불선이 정토종을 넘어 곧바로 불교의 근본 염불선정으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염불'이라는 키워드로 분황원효와 청화의 사상을 조명한 고영섭 교수는 '원효의 염불관과 창화의 염불선'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한국불교의 위대한 사상가이자 염불을 통해 민초들의 삶을 아우른 원효성사의 염불관과 청화선사의 염불선을 비교 고찰했다.

고 교수는 "원효가 일심의 근원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중생들을 풍요롭게 이익되게 하려고 했다면 청화 선사는 원통불법의 요체로서 실상염불선을 주창함으로써 정통 불법을 바로 세우고 이를 대중화하기 위해 헌신하였다"며 "두 사람 모두 염불을 통해 우리의 마음의 뿌리인 부처로 돌아가게 하고자 하였고, 보다 쉽게 불교를 전하기 위해 적지 않은 저술과 강론을 남겼으며, 나아가 이들이 역설하고 저술한 사상체계가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점에서 우리는 이들 두 사람이 머금고 있었던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원효와 청화는 시대를 달리 살았지만 발보리심과 십념염불 및 일상삼매와 일행삼매를 통하여 일심 즉 유심의 정토와 안심 즉 순선의 정토를 이 땅에 구현하려 했다는 점에서 상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무상선을 남종선에 대는 것은 오류 아닐까?

<해설> 청화 선사 염불선 사상의 뿌리를 학술적으로 구명하는 본격적인 시도인 이번 세미나는 왕자의 신분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정중종이라는 종파를 만든 불세출의 큰 스님인 정중선사와 청화스님을 연계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한 청화 선사에 의해 폭넓게 알려진 염불선의 염이란, 생각 염자가 아니라 초기불교에서 육념염불을 할 때 그 염(念)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 청화의 염불선은 반야사상을 토대로 관조실상을 하는 것이 청화염불선의 큰 특징이라는 점, 염불선이라고 하면 송나라 중기 이래에 선정시대에 칭명염불이 선속으로 침범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기존의 관점에서 탈피해 고려시대 이래 선정일여와 청화 선사의 염불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

도신 스님의 <입도안심요방편문>이라는 책에서 염불이라는 말을 쓰는데, 거기서 염불은 유심정토에서 더 발전시켜서 관조염불로 승화시킨다는 것, 그 근거를 다양한 경전과 논서에서 끌어다가 증명하고 이런 견해를 <정통불법의 요체>라는 저서에서 청화스님이 밝히고 있다는 것 등을 통해 청화 선사의 폭넓은 독서량에 놀라움을 표시한 발제자들은 누구나 다 불성이 있다는 사실을 관조하는 것은 선의 대중화이며, 불성을 관조해서 체인(체득해서 인식)하는 수행법으로 청화 선사의 염불선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발제자들 가운데에는 잘못된 전제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개하는 경우도 일부 눈에 띄었다. 먼저 차차석 교수는 무상선을 남종선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무상 선사를 처음 발견한 학자는 중국의 호적(胡適)이다. 그는 규봉종밀을 연구하면서 규봉종밀이 무상계열이라는 것을 밝혀낸 학자로 알려져 있다. 호적은 당시 중국에는 선종의 7가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5가가 무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비록 규봉종밀이 ‘자신은 무상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호적은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규봉종밀 역시 무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지어 눈길을 끈 바 있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중국의 선종을 북남으로 나눠 구분한다면, 하택신회의 계열이 남종에 해당된다. 정중무상은 독자적인 선맥을 가졌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굳이 북과 남의 선종 기준으로 구분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신수, 즉 북종선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중무상 스스로는 ‘나는 혜능도 아니고 누구의 영향도 아니고 달마를 직접 잇는다’며 독자적인 선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정중무상은 달마로부터 이어지는 독자적 선맥을 창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주무상은 또 소의경전으로 능가경을 따르고 있어 달마의 직계 사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중무상선을 남종이라고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탠스를 잘못 잡은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차 교수의 무상의 3구, 즉 무억(無億) 무념(無念) 막망(莫忘)에 대한 해석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차 교수는 정중무상이 3구중에서 무념을 핵심으로 봤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중무상의 제자인 무주와 신회는 무념을 중시했으나, 정중무상은 막망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이미 규봉종밀에 의해 제기됐다. 과거 현재, 미래를 가지고 있고, 그중에서 무상의 특수성은 막망 개념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규봉종밀은 이미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봉종밀은 이와 관련 ‘무주가 막망을 버리고 무념으로 간다는 것을 비판하며 무주가 스승을 배반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즉 “무주는 무상을 이었다고 하면서 무념 극단주의로 흐른다”는 것이 규봉종밀의 입장이었다. 정중무상은 막망의 망자를 잃어버릴 망(忘)으로 쓴다. 놓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무주는 막망의 망을 망녕될 망(妄)으로 쓰고 있다. 망자를 엇갈리게 쓰는 것에 대해 그 당시에도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잃어버리지 않는다(막망)는 것은 현재의 관점이 있고, 규봉종밀이 그 점을 거론하면서 무주가 스승을 배신했다고 이미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정중무상의 삼구, 즉 무억, 무념, 막망은 각각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미래를 상념하지 않고, 현재 지금 여기를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래서 사띠는 막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굳이 말하자면, 무억과 무념은 정, 즉 사마타에 해당하고, 막망은 혜,즉  비파사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막망이 사띠이며 현재의 개념이다. 현재 잊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사띠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염하나. 그것은 불(佛)이 될 수도 있고 인성염불도 될 수 있다. 이처럼 이 삼구에 정혜가 있고, 그것이 인성염불에서 대중적이고 실천적인 모델로 통일되었다고나 할까.

선종의 5개 종파 중에 남산염불종이 있다. 이것은 정중무상의 계보가 바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남산염불종을 “정중무상이 하택신회의 사상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남종선으로 끌고 가면 염불과 선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마는 결과를 낳는다. 정중무상을 남종선의 계통으로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오히려 정중무상의 능가선을 달마선 계통의 무상선으로 잡는 것이 설득력이 커 보인다. 무상스님의 인성염불이 바로 당대에 남산염불선종과 관련이 있고, 이런 맥락에서 염불선의 계통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세미나에서 남산염불종이 비구니 교단이었다는 점. 그러므로 염불선종이 주로 여성이 중심이 되어 대중적인 종단으로 형성되는 특징이 이미 그 당시에 나타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천착이 빠진 것도 이번 세미나의 아쉬운 점이다.

다 알다시피 6조 혜능은 흔히 하택신회의 작품으로 학계에서는 널리 말하고 있는데, 정중무상의 계보를 자꾸 혜능에 끌어대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한국선의 전통은 그 정통성으로 따져볼 때도 정중무상에 그 연원을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중무상과 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마조 도일, 그리고 마조도일의 문하인 도의국사로 이어지는 한국선문의 적통을 새로이 규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거듭 거론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구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이번 세미나가 남긴 아쉬움이다. 청화선사의 염불선을 정중무상과 비교하여 학술적으로 구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데 적극 동의하지만, 정중무상선을 남종선으로 파악하고, 막망을 중시했던 무상을 이미 규봉종밀에 의해 비판받은 바 있는 무주의 기록을 들어 무념을 중시했으며, 나아가 하택신회로 연결시킨 것은 재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