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마음 밭에 ‘생각농사’ 지어보실래요

최승천 기자 | hgcsc@hanmail.net | 2015-05-01 (금) 17:57

 


생각의 씨앗을 심다
백성호 지음, 중앙books
292쪽, 13,000원

 

 

백성호.jpg크게보기

“나는 백성호 기자<사진>를 ‘거사’(居士)라 부른다. 그의 글이나 말, 행동거지를 보면 수도자 냄새가 풍기기 때문이다. 여러 해 쓰고 있는 그의 ‘현문우답’을 자주 챙겨보는 편이다. 짧고 담백한 문장, 그의 문장엔 현란한 수사가 없어 더욱 믿음직하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만물을 왜소하게 만드는 말종인간들’(니체)이 날뛰는 시대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당신은 다른 동물이 깃들 수 없는 사자굴의 ‘사자’라고, 붓다라고, 그리스도라고, 나직한 음성으로 일깨우고 있다. 정보와 지식이 과잉인 시대에 드물게 ‘지혜의 금광’을 채굴하는 그의 글쓰기에 무한신뢰를 보낸다.”

 

『생각의 씨앗을 심다』(중앙북스)에 대해 시인이기도 한 고진하 목사가 쓴 추천사다. 저자와 책을 평하는 ‘믿음직한’ 말 중의 압권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07년부터 중앙일보에 연재해오던 칼럼 ‘현우문답’의 세 번째 책이다. 그는 1997년부터 ‘종교’라는 창과 ‘글’이라는 통로로 100만 독자들과 깨달음에 대한 소통을 이어왔다. 이전의 책이 마음의 밭을 잘 갈아두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씨앗을 심고 키워서 수확하는 방법을 담았다. 생각의 씨앗을 심는 법, 물을 주는 법, 햇볕에 내놓는 법, 기다리는 법, 싹이 올라오는 풍경, 올라온 싹을 일상에 대입하는 법 등을 다뤘다.

 

“사람들은 묻습니다. 그런 씨앗을 마음의 밭에 어떻게 심느냐고, 간단합니다. 내 안으로 깊이 물음을 던지면 됩니다. 그럴 때 생각의 씨앗이 마음 밭에 박힙니다. 물음이 깊고 구체적일수록 씨앗은 더 탄탄하게 심어집니다.”(6쪽)

 

저자는 이런 ‘생각 농사’가 우리의 삶을 울창한 숲, 행복한 숲으로 만든다고 전한다. 그래서 누구나 최고의 농사꾼이 될 수 있단다. 우리에게는 이미 마음의 밭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 밭에는 묘한 능력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까? 하고 생각의 씨앗을 정확히 심어두면 어김없이 싹(해결책)이 올라옵니다.”(180쪽)

 

한 예로 그는 매일 쫓기는 일상을 살지 말고, 열흘 먼저 생각의 씨앗을 심어볼 것을 제안한다.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가 미국 하버드대학 기숙사 사감시절 파악한, 성적 좋은 학생들의 비밀 노하우다. 그들은 읽어야 하는 책, 써야 하는 에세이, 발표 준비 등을 모두 10일 앞서서 처리했다. 예전의 습관 탓에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결국 최 교수도 ‘10일 먼저 사는’ 우등생이 됐다.

 

저자의 ‘생각 농사’는 국민적 절망과 분노를 안겨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비껴가지 않는다. 세월호를 진흙에 비유하며 새로운 연꽃이 피어올라오기를 염원한다.

 

“국가 개조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시대적 요청입니다. 그걸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요. 관료가, 아니면 야당이, 아니면 언론이 그걸 거부할 수 있을까요. 거대한 위기가 거대한 기회입니다. 늘 진흙에서 연꽃이 올라옵니다. 제 눈에는 세월호가 그런 진흙입니다.”(269쪽)

 

그는 좌우와 진보 보수로 갈라져 충돌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도 ‘생각 농사’를 이어간다.

 

“예수에겐 좌파도 우파도 ‘나’의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의 나는 ‘거대한 우리’가 됩니다. 그럼 눈이 달라집니다. ‘무엇이 좌파에게 좋은가’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가’로 바뀝니다. 우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파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익을 우선시합니다. 그럴 때 좌파는 우파를 품고, 우파는 좌파를 품게 됩니다. 그게 거대한 중도(中道)의 가슴입니다”(104~105쪽)

 

해인사 승가대학장 원철 스님은 추천사에서 “두물머리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너른 들에서 한강이 되어 바다로 간다’고 했다. 남북·좌우·동서·상하 진영이 만나게 되면 무엇을 버려야 할지 이 책을 통해 정답을 찾아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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