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5-04-30 (목) 00:32
죽음이란 무엇인가 = 불교에서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 어느 종교보다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불교가 기본적으로 ‘윤회’사상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보는, 죽음이란 무엇이고,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즉 불교의 죽음관을 다룬 책이다.
저자에게 죽음 문제의 핵심 키워드는 ‘마음’이다. 마음을 작용, 행태, 본질의 셋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마음의 작용은 의식, 행태는 말나식(사량식), 본질은 아뢰야식이며, 이 중 죽음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아뢰야식이다. 사람이 죽으면 당연히 육체는 소멸하고, 다음 단계로 옮겨가는 것은 마음인데, 그 중에서도 아뢰야식만이 끝까지 남아 미래를 결정하고 함께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목표는 열반, 즉 해탈이다. 이것은 윤회의 수레바퀴로부터 벗어남을 말한다. 따라서 죽음을 준비하는 최상의 자세는 당연히 윤회로부터의 해방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공(空)’의 체득에 있다. 모든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두가 헛것(幻)이고, 가짜(假)임을 깨달을 때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게 최상이다.
불서 저술가인 저자 강승환씨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되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은 삶의 연장이자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삶이 탐‧진‧치 삼독에 매여 있으면 죽음도, 그리고 다음 생도 번뇌의 덩어리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행과 선업을 통해 아뢰야식을 맑게 하면 죽음도, 다음 생도 청정하고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다. 나아가 삶이 자재하면 죽음도 자재하고, 다음 생도 자재할 수 있다. 바로 해탈이다.
이 책은 죽음의 본질과 삶의 실상에 대해 통찰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마치 이야기를 하듯 풀어놓는 저자 특유의 글쓰기는, 자칫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죽음의 문제를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해준다.
운주사, 280쪽, 10,000원
인도, 신화로 말하다 = “인도는 특히 우리와 전혀 다른 듯하면서도 예기치 않게 비슷한 요소가 많다. 가게 개업식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공연하는 인도 음악가들을 보고 우리의 사물놀이와 흡사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박물관에서 바리때를 보고 마치 내 것을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교라는 뿌리가 아마 그 모든 유사성의 근원일 것이다. 불교의 시작을 찾아가다 보면 다시 힌두신화와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 절에서 만난 ‘옴’자가 그것을 증명한다.”(서문 9쪽)
힌두 신화는 인도인들의 삶 전체에 녹아 있다. 그 신화를 알아야 인도를 알 수 있다. 3억 3천명의 신이 존재한단다. 그 신화도 방대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핵심적이고 다채로운 신화들은 때로는 한 편의 소설같이 때로는 서사시나 영웅전기 같이 흥미롭고도 쉽게 읽힌다. 또한 이들 신화에 빠져들다 보면 인도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시사점도 발견하게 된다.
저자 현경미는 사진작가다. 인도 뉴델리에서 4년 여 살면서 힌두교에서 제일 높은 계급인 브라만 스승을 만나 인도의 전통에 대해 공부했다. 작가는 인도에서 거주했던 경험을 살려 현재 진행 중인 인도의 모습과 피부로 느꼈던 그곳에서의 생활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 모든 인도 신화와 생활, 여행 이야기에는 저자가 인도에서 찍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진들이 곁들여져 있다. 사진의 강렬함과 현장감은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인도의 사원들로, 길 위로, 독특한 여행지로 우리를 초대한다.
저자는 인도와 신화를 이해해 가는 모든 과정이 또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인도의 내부에는 의외로 우리 문화와 비슷하거나 우리 삶에 적용될 만한 부분이 많고, 신화 속 신과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 인물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래, 264쪽,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