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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선거는 불교계와 맞지 않는다”며 전 교구본사의 총림화로 선거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총무원장 선거도 없애야 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자승 스님은 4월 29일 오후 서울 불광사에서 열린 제4차 대중공사 모둠토의에 참여해 “민주적 방식이라는 선거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수행가풍을 무너뜨린다”면서 “종교 집단의 선거는 맞지 않는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자승 스님은 “총림 방장 스님의 지명과 추천은 고유권한으로 총림은 문중 어른의 뜻에 따르고 있다”면서 “현재 선거하고 있는 곳은 25개 교구 본사 중 5곳”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은 불교계 집단에 맞지 않는다”면서 이 같은 취지에서 3개 교구본사를 총림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또 “교구본사를 모두 총림화해서 선거를 없애고, 총무원장 선거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자승 스님이 선거제도를 언급한 것은 선거제도의 부작용이 종단의 불신의 중요 요인으로 언급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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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대중공사에서 사부대중은 종단 불신의 원인으로 선거 제도의 부작용을 비롯해 소임자의 자격, 개인의 문제를 종단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시각, 종단의 상벌제도의 미비 등을 꼽았다.

또 문제 발생 시 종단의 대응 미비 및 부재, 승가공동체의 붕괴, 재가자와 스님들 역할에 대한 상호 불신도 지적했다.

재정불투명, 주요 소임자의 큰 권한, 승가공동체 내 경제 불평등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였다.

정충래 영석고 교장은 “집행부가 권위를 갖고 규정에 어긋나면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종단불신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또 “예전 방식의 교육제도로는 미래를 흔들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회의원 주경 스님은 “일부 스님들의 이기적․개인적 사고방식과 사찰 내․외의 역할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불신을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사)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은 “불신의 벽이 높다는 것은 형식적 종교라는 뜻”이라면서 “부처님의 길을 따르고 있지 않는 사부대중과 무분별한 비판들 때문에 불신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불국사 주지 종우 스님은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은 승려들의 잘못된 수행”이라면서 “좋은 제도의 구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승려들의 제대로 된 수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채은 대학생불자연합회장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니까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구성원의 잘못에 대한 종단의 조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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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은 불교 내부적 문제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범계행위나 불신을 야기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승가 공동체 내에서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주문했다.

개인의 잘못이 종단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데 대한 엄격한 사후 처리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무엇보다 화범 스님은 “계율대로 살아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가난하게 사는’ 청빈한 삶을 제시했다.

문제로 포착된 범계행위에 대해 법안 스님은 “엄중히 조사해야 한다”면서 공정한 징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를 종단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경 스님은 “비판이 특정 조직이나 특정 사람이 아니라 종단과 소임자로 향해 불쾌하다”면서 “비판하는 이들은 정확히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종단에 대한 화풀이 같은 무차별 폭로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타종교는 개인의 비리가 있을 때 조직이 뒷받침하지만, 불교계는 개인의 비리가 종단 불신으로 이어진다”면서 “왜 그런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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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문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 수렴의 요구도 나왔다. 미래 사회에 걸맞은 혁신적 교육 체계 전환을 주문한 정충래 교장은 “건전한 비판세력을 막아버리니까 폭로전으로 악순화된다”면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행정과 수행이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수행자로서 사찰 살림도 병행하면서 불신이 야기된다고 본 묵종 스님은 “수행자가 살림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현대 사회에 맞는 바람직한 승가상의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재가자와 수행자, 소임자와 수행승 간의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선원수좌회 사무처장 인선 스님은 “불교의 권위는 열반에서 나온다”면서 “산속이 아니라, 사람숲에 들어가 행정과 수행을 동시에 이루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그 방안으로 도심에 스님들이 같이 모여 사는 방안을 제안했다.

(사)자비명상 대표 마가 스님은 “재가자가 스님들을 공격하는 모습을 자제하고, 외호세력으로서 스님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서원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님들도 “부처님의 자비심이 무엇인지 새기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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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제도에 대한 제언도 잇따랐다. 총무원장 스님의 언급 외에도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은 “선거가 없어지면 불신도 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지원 전북불교네트워크 대표도 “교구본사 주지 금권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신도들도 알고 있다”면서 “당장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뿌리부터 어떻게 바꿀 것인지의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묵종 스님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선거 시 돈을 주는 행위가 ‘승가에서의 여비 문화와 재가자들의 바라보는 사회적 의식’의 차이라는 것이다. 묵종 스님은 “스님 입장에서는 먼 곳에서 와서 선거를 하면 여비를 드리고, 숙소를 마련할 수 있는 승가전통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도와 관련,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은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지방까지 미치지 않는다”면서 교구 종회의 개편 검토도 제안했다. 또 “현 총무원장은 절대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총무원장 제도가 불교 승단에 맞는 제도인가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향민 인드라망 연구소장은 “불교의 핵심은 살아있는 공동체”라면서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가 신뢰하고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는 자세”를 주문했다.

홍지연 대불련 지도위원장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건강한 비판이 어렵기에 잘 아는 사람들을 통한 불신이 더 크다”면서 “큰 틀에서 기준을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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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종단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해 지도부의 솔선수범과 즉각 실행, 공동체 정신 회복, 자정 능력 확충 등의 과제가 남는다. 불교 정신에 어긋난 스님들에 대한 종단 차원에서 대응도 적극 이뤄져야 한다. 올바른 선도조직 구성과 사회적 역할도 조계종의 숙제다.

자승 스님은 대중공사를 마무리하며 “2012년 백양사 사건 후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를 통해 부패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현재 당시의 개혁 정신이 상당 부분 떨어졌음을 부인할 수 없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중공사를 당시 상황을 되새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계기로 맞자”면서 “모아진 과제를 위해 노력하고 종단 변화를 이끌어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대중공사에는 스님 63명, 재가자 53명 등 총 116명이 참석했다.

한편 차기 대중공사는 6월 24일 ‘사부대중 공동체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