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학성강학연구회 이사장인 청곡(靑谷) 김종회(金鍾懷·51) 박사는 김제시 성덕면 출신이다. 청곡 선생이 사는 김제시 만경(萬頃)평야에 자리 잡은 학성강당(學聖講堂) 터는 진표율사(眞表律師)가 태어난 생가 집터라고 전해진다.

멀리 북쪽 모악산에서 내려온 맥이 두악산에서 한번 응결되었다. 이 맥이 평야 지대로 내려와 흑룡이 물을 마시는 형국 즉 흑룡음수(黑龍飮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자라난 청곡 선생은 어려서부터 부친 화석 김수연 선생의 슬하에서 유학사상을 공부했다. 기호학파는 율곡에서 시작하여 사계 김장생이 그 맥을 이어받았다. 이후 간재에게 전해진 학맥은 양재(陽齋)-서암(瑞岩)을 거쳐 부친 화석(和石) 김수연에게 이어졌다.

학성강당은 옛 기와집이 몇 개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공부하러 찾아온 학생에게 한문공부를 먹이고 재우면서 공짜로 가르친다. 사서삼경을 비롯한 고전을 새벽 4시부터 전통 서당처럼 교육시킨다. 이일은 지금으로부터 약 60년 전 부친께서 성덕면 대석리 소석마을에 서당을 세웠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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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겸임교수이기도 한 청곡 선생은 전국의 명사를 종유하며 선비서예, 고유 가전무예 태격, 전통 양조법, 망건제작 등 여러 분야의 전통학문을 익힌 전통 유학자로 전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 20대부터 쌍계사 뒤 불일암 터에서 사서삼경 소리 내어 읽으며 정진한 유가의 한학자이지만, 도학의 맥을 이어받은 도인이라고도 한다. 이 시대의 몇 안 되는 기인(奇人)이다.

백가지 꽃을 따서 만든다는 가양주(家釀酒)인 백화주(百花酒)는 송화대력주(松花大力酒), 불로주(不老酒)와 함께 3대 명주로 손꼽힌다. 찹쌀 한 가마니(80㎏)에 누룩을 섞은 후 봄 산수유부터 가을 감국까지 무려 100가지 꽃과 약초를 넣는다. 100일 만에 두 말 반 정도의 백화주가 나온다.

한 번도 상업적 목적으로 문밖으로 반출하지 않았다는 학성강당 백화주는 “조상들로부터 높은 벼슬을 하지 말고, 문집을 만들지 말고, 큰 부자가 되지 말고, 1년에 한 번씩 제사 받들고 손님을 접대하라”는 가훈이 때문에 만들어졌다. 제사 때 쓰기 위해 마당에 있는 향나무로 향도 만드는 청곡선생은 못하는 게 정말 없는 한학자다. 예전에 나라를 망친 유학자라는 선입견은 역시 일제 식민주의 사학의 잔재도 있나보다.

경주 김 씨 봉사공파의 종갓집이기도 한 학성강당에는 400여 년 동안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문의 무예로서 태격도 전한다. 사서삼경에 통달한 선비들이 몸과 마음을 닦아 익힌 무예라고 한다. 15세기 무렵 한양(서울)에서 성행하던 ‘수박’이라는 무술이 전해져 김 씨 집안에서 계승된 것이다.

태격이라는 말은 태극에서 음을 빌려(음차) 온 것이다. 따라서 태극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은 태격에 입문할 수 없다. 유학의 기본이라고 할 사서(대학·논어·맹자·중용)를 모두 통달해 몸동작에 녹아 있는 철학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만 입문할 자격을 주었다. 태격의 15대 장주(전수자)이기도 한 청곡 선생은 태극에서 음양이 나오고, 음양에서 오행과 세상이 모두 여기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새벽 4시에 일어나 30년 넘게 태극도설을 소리 내어 암송한다.

청곡 선생은 동양학의 관점에서 우리의 전통 문화에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쓴 ⟪수의 시대 대한민국이 미래다⟫(김&정)에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세 가지 학문 즉 기호학파의 성리학, 풍수학 그리고 한의학이 유기적으로 서로 보완적인 기능을 하며 통섭과 융합을 한다.

사실 풍수의 핵심원리도 음양오행이고, 사람의 병과 치료도 음양오행이다. 따라서 그가 매일 새벽에 소리 내 외우는 성리학의 태극도설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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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시대의 토의 시대에서 간단한 농기구를 사용해 농토를 경작하던 목의 시대, 쇠를 이용해 무기를 발달시킨 금의 시대, 전기를 이용해 산업혁명을 이룩한 화의 시대를 거쳐 현재는 수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水)의 시대에 진입해 있습니다. 수의 시대에는 융합과 화합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물처럼 아래로 내려와 사람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군림이 아닙니다. 수의 시대에 맞는 참여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화사회는 분배를 기본으로 한 복지, 행복이 화두입니다. 지금의 문화시대에서 최고 중심은 인간 본성의 회복이라고 봅니다. 본성 회복에 대한 논리와 학문의 실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이 유학이라고 봅니다. 유학의 목표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이죠. 나아가 교육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겁니다.

그런데 교육은 다시 정치와 통하죠. 공부의 목적이 곧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政治)인 겁니다. 유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한 선택이에요.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니까요.”

그에 의하면, 2012년 임진년은 개막된 ‘물(水)’ 시대는 물로 대표되는 통합과 통섭의 시대여야 한다. 인터넷도 물이고 여성도 물이다. 그저 물처럼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수기치인,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다. 이제 2015년이다. 물의 시대가 시작한지 3년차. 수신제가를 한 청곡 선생이 유학에 드리워진 왜곡된 멍에를 이번에 잘 벗어줬으면 좋겠다.

물은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도 있다.
그러므로 도(道)에 가깝다.
사는 곳마다 거기가 곧 좋은 땅인 줄을 알며,
마음은 깊은 연못과도 같이 고요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언제나 사실만을 말하며, 최선의 다스림을 베풀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움직이기는 최선의 때에 움직인다.
다투지 않기에 허물이 없다.

⟪도덕경⟫ 8장 :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政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