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생 수보다 대학 입원 정원수가 많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대학은 ‘교육부’가 무서워서 하는 수 없이 구조조정을 시도한다고도 한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학’은 사라지고 ‘취업률’만 살아남아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쪽에서 학생이나 교수 등 대학 구성원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어 무효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자와 시간강사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구조조정이 대학을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대학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교수와 학생이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공동체가 바로 대학이며, 대학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교육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과거의 중요한 전통과 가치를 깨닫고 이해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특징짓는 복잡성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만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구를 대학에서 강조하면서 대학은 냉혹한 경쟁에 내몰렸으며, 구성원 간에 공유된 목표를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교수들이 대학에 대한 애착과 교육에 대한 책무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특히 교수들이 계약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관리해야 하는 압력으로 인해서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대화, 교육, 글쓰기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교수들을 강의실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비도 특정 학문 영역에 집중됨으로써 실용성이 부족한 많은 연구 분야는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다. 많은 대학들이 스스로를 ‘연구 대학’이라고 주장하고, 교수들에게 연구를 강요하고 있으며, 연구 업적을 승진이나 정년퇴직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학에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려면 교육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서열 중심 구조에서 소위 일류대학 따라 하기만 답습한다. 결국 국내에 있는 4년제 대학 거의 모두가 대학원을 설치하여 소위 ‘연구 대학’임을 표방했다.

표 1. 카네기재단에서 구분한 미국의 대학 유형(2015년 현재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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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461개 대학이 전국에 소재하고 있다.(표 2), 경동대학교, 호원대학교 등 12개 대학만이 대학원을 개설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학원을 개설하여 전문 학자를 양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US news and World Report나 Time에서 실시한 대학평가에서 모두 100위안에 들어간 대학은 서울대학교가 유일한 실정이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학부생과 대학원생 비율을 살펴보면 한 가지 답을 찾을 수 있다(표 3).

연구 대학 모형을 만들어낸 미국에는 4,635개의 대학이 있으며, 이들 대학을 카네기교육진흥재단에서는 6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표 1) 박사수여대학은 대학 전체 연구 결과와 교수 일인당 교수 실적이라는 지표로 3개로 구분한다. US News and World Report의 대학 평가 결과와 Times 대학 평가 결과에서 모두 100위 안에 소속된 대학들은 박사수여대학에서도 연구 성과가 매우 높은 대학들로, 이들이 미국의 경쟁력을 주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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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학교 신현철 교수는 “미국의 경쟁력을 이끌고 있는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학부생보다는 대학원생이 많거나 또는 상대적으로 대학원생이 많은 경향을 보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에서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구조로서, 교육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연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학을 우리 실정에 맞게 4년제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 그리고 전문대를 중심으로 한 직업훈련중심대학으로 개편해서, 각각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합니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중심대학은 연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하여 학부와 대학원생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학부 정원을 감축하며, 그 대신 대학원 정원을 증원한다. 교육중심대학은 교수들이 연구보다는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대학원을 폐지하고, 학부 정원은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대학별로 자율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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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철 교수.

표 3. 미국 연구중심대학(2015년 4월 위키피디아에서)과 우리나라 대학의 학부와 대학원생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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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지방의 거점대학 즉 부산대학교 등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여, 교육중심대학을 졸업하고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을 대학원으로 수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들을 제외한 국립대학교는 교육중심대학으로 전환하여 대학원을 폐지한다.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비가 1:2 이상이 되도록 조정하되, 학부 정원을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의 상위권 수준인 6-8,000명 수준에서 결정한다.

사립대학교의 경우 자율적으로 연구중심대학인지 교육중심대학인지를 결정하고, 연구중심대학으로 갈 경우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비율을 1:1 이상이 되도록 하되, 학부 정원이 10,000명이 넘지 않도록 한다. 지방 중소규모의 사립대 경우 가능한 대학원을 모두 폐지하도록 유도한다.

정부에서는 정원 감축에 따른 재정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교육중심대학에는 교육관련 비용을, 연구중심대학에는 연구 관련 비용을 지원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지방 중소규모 대학에서 대학원에 진학할 학생들은 가능한 지방의 거점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유도하여,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신 교수의 견해다.

연구중심대학에 대학원생이 증가함에 따라 연구도 활성화되고 이들을 대상으로 대학원 교육의 내실화가 이루어질 수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학부의 정원 감축으로 현재 예상되고 있는 대학 입학 학생의 감소에 따른 대학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 20곳을 지정하고 대학마다 10,000명을 줄인다면, 200,000 명이라는 정원 감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대학의 유형화가 이루어지면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교육중심대학이 연구 부담에서 벗어나면 다양한 교육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으며, 학생들에게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가 있어 명실상부한 대학 교육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우리 대학에 맑고 밝게 되기를 바란다.

※ 위의 표들은 모두 신현철 교수가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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