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종교장(諸宗敎藏)을 간행함으로써 세계불교사상 초유의 업적을 이룬 불세출의 고승 대각국사 의천의 시대정신을 조명한 논문이 발표됐다.

청주대 김성수 교수(인문대 문헌정보학과)는 지난 4월 4일 전법회관에서 열린 고려대장경연구소(소장 이지범) 주최 고려제종교장조사(高麗 諸宗敎藏 調査) 학술보고회(2014년도 제3차 사업)에서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 천태·법화 장소(章疏) 및 의천의 시대정신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의천의 시대정신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명, 눈길을 끌었다.

김성수 교수는 이 논문에서 대각국사 의천이 <신편제종교장총록>을 편찬(編撰)하면서 특히 천태 법화 장소(天台⋅法華 章疏)를 수집한 내용을 살폈다. 김 교수는 세계최초의 장소목록으로서, 현대목록학의 관점에서 목록의 기능을 어떻게 발휘하고 있는가? 등의 문제를 먼저 고찰하고, 의천이 동아시아 전체의 장소를 수집하고 이를 제종교장(속장경)으로 간행할 때, 과연 의천이 어떠한 시대정신을 가지고 제종교장(諸宗敎藏)을 간행하였는가?’의 문제들을 분석해 봄으로써, 대각국사 의천의 사상적 일면(思想的 一面)에 대한 탐구(探究)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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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과연 무엇이 의천으로 하여금 병약한 몸을 이끌고 직접 중국을 다녀오면서까지 동아시아 전체를 망라한 제종교장을 수집·간행하게 하였고, 또한 고려에 천태종을 창립하게 하였던가? 또 의천의 생애 중 여러 가지 업적을 이루게 하였던 각각의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던가? 를 집중 고찰했다.

이를 위해 교장총록에 수록된 법화와 천태 관련 장소의 성격 등을 파악한 후 <대각국사 문집> 및 <대각국사외집> 등에 수록된 1차 자료 등을 파악한 김 교수는 먼저 의천의 원력을 살펴볼 수 있는 일면을 ‘세자를 대신해 교장의 수집을 발원하는 글’, 문종에게 올린 상소문을 근거로 살폈다.

“…저(의천)는 일찍이…태어나…어찌하여 수륙재를 원만하게 베풀기도 전에 조그마한 몸에 그만 병에 걸렸다는 말입니까. 비록 오음(五陰)이 싫다고 하더라도 어찌 한 세상 포기할 수야 있겠습니까. …신체의 강화(康和)를 얻는다면…수명을 더욱 연장…또한 계속 서원을 세워서 다시 닦아 나갈 것입니다. <중략> 돌아보건대,…비록 경론(經論, 대장경)은 갖추어졌으나 소초(疏鈔)는 부족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고금에 걸쳐 요(遙)나라와 송(宋)나라에 있는 백가의 과교(科敎, 장소)를 일장(一藏)으로 모아 유통시킴으로써 불일(佛日)을 더욱 빛나게 하여 삿된 그물의 매듭을 풀어 버리고, 상법(像法)을 다시 일으켜 국가를 이롭게 함은 물론, 항사(恒沙)와 같은 세계의 군생(群生) 모두에게 금강의 선한 씨앗을 뿌리고…”

이어 도합 6개 종파의 승려 44명을 만나게 되는 의천의 입송구법(入宋求法) 정신을 소개한 김 교수는 ‘송나라 천태의 탑을 참배하고 발원한 글(大宋天台塔下親參發願疏)’를 소개했다. 이 발원소는 의천이 천태지자 대사 탑 앞에서 고려에 천태종을 개창하겠다는 서원을 표명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머리를 조아리고 귀명하며 천태교주이신 지자대사께 아룁니다. 일찍이 듣건대, 대사께서는 오시팔교의 교판으로 동쪽에 전해진 한 시대의 성언(聖言)을 분명히 해석하여 미진함이 없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후세에 불교를 배우는 자들이 어찌 이를 말미암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삼가 생각하건대, 본국에서도 옛날에 제관(諦觀)이라는 이름의 인사(人師)가 대사(智者)의 교관(敎觀)을 강연하여 해외(중국)까지 유통되었는데, 전습(傳習)하는 일을 제대로 못한 나머지 지금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뒷날 고향에 돌아가면 목숨을 다하여 크게 선양함으로써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베풀며 애쓰신 대사의 은덕에 보답할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서하는 바입니다.”

의천은 1084년 입송구법을 시작하는 때부터 송나라에서 주유(周遊)를 마치려는 1086년까지 고려에 천태종을 개창하겠다는 염원으로 충만한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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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교수는 의천은 ‘경론’/을 갖추었더라도 ‘장소’가 없으면 유통시킬 길이 없다고 생각했으며, 장소를 탐색하는 것을 임무로 삼아 20여 년간 쉬지 않고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대장경에 제종교장(속장)을 첨가시킴으로써 불교의 호법을 도모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의천의 이런 시대정신은 곧 올바르게 불교를 전수하려는 원력, 즉 경률론 삼장에 이은 제4장으로서 ‘제종교장’을 완성하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대각국사가 1907년 낙성한 고려 천태종 국청사에 주지로 취임하면서 쓴 ‘신창국청사개강사’에서 “천태대사의 탑에서 발원한 소원을 거의 다 이루었다”며, “너무도 기쁜 나머지 춤이 절로 나온다. 얼마나 감격하고 얼마나 경하하는지는 오직 성현만이 나의 심정을 알아 주실 것”이라고 하는 표현을 근거로, “삼국 이래 당시(의천 당시)까지 공백 상태에 있었던 천태종을 개창함으로써 고려 불교를 완성하였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의천은 1101년 ‘천태종 승과 대선’에서 천태종의 승려 40명을 선발함으로써, 고려에 천태종까지 개창된 종파불교의 완성을 도모하였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