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주인공 현각 스님. 미국 예일대와 하버드를 졸업한 엘리트 출신의 벽안의 스님. 그래서 그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고, 호기심의 대상이며,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한국에서 하버드가 미치는 영향이 그렇게 큰 줄 몰랐다. 결국 그것을 잘 모른 것이 나를 조절하는 데 실패한 것이고, 한국에서 살기가 불편해졌다”고 털어놨다.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가톨릭 신부의 길을 걸으려던 그가 숭산 선사를 만나 출가승려가 되는 과정도 과정이지만, 그에게는 100만권 이상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유명세가 또한 붙어다닌다. 그것이 그에게는 불편하다. 그래서 그는 이제 한국에서의 활동을 접고 유럽으로 떠나려 한다. 단 동안거는 스승의 나라이며, 자신이 출가해 스님이 된 나라 한국에서 보낼 것이지만.

크게보기그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책을 냈다. 책의 제목은 『부처를 쏴라』(김영사, 1만5천원)이다. 책을 낸 기념으로 그가 오랜 만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3월 3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특유의 달변으로 책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왜 한국에서 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준수한 외모와 빼어난 지성, 번득이는 선기, 조리 있는 말솜씨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우리 숭산 스님의 제자들은 4년 반전 입적하신 스승의 위패를 모시고, 그동안 제자로서 효심을 다해 스승을 기리려고 노력했다. 부족했지만, 스승을 보내드린 후 3년까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 혜명을 잇는 정진에만 힘을 쏟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4년 반이나 지났으니, 이렇게 오늘 여러분 앞에 나와서 스승의 가르침을 담은 책을 통해 큰스님의 가르침을 알리려는 것이다.”

현각 스님은 책의 출간 인연을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은 주로 하버드 신학대학원의 석사논문 내용을 한글로 옮긴 것이다. 당시는 스승 숭산 대선사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 너무 기뻐서 울고, 웃고 하던 시절이었다. 큰스님을 처음 만났을 때는 신학대학 석사과정이 1년 정도 남아 있을 때였는데, 대학원에서 더 공부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해 휴학을 했다. 그리고는 1990년 11월경 스승의 나라 한국으로 와서 계룡산 신원사 국제선원에서 정진을 했고, 출가를 결심했다. 큰스님을 더 가까이 모시고 법거량도 많이 하고자 함이었다.

현각 스님은 1991년 미국에 가서 하버드에서의 남은 1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런 공부는 이미 재미가 없었다. 책보는 일이 부질없어 보였다. 마치 어느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중에 있는 사람이 메뉴판을 다시 볼 필요가 없는 것처럼. 대신에 오로지 정진을 통해 한국불교를 공부하고, 한국불교를 알리고 싶었다.

하버드 신학대학원 석사과정의 지도교수는 일본인 마사토시 나가토미 교수였다. 이분은 세계적인 석학이었는데, 한국불교에 대해 물으니 ‘한국불교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일본불교의 전통이 한반도에서 넘어온 것인데도, 한국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니, 스님은 그때 크게 놀랐다고 했다.

“큰스님께서 한국선불교의 진수를 가르치면서 늘 아쉬움을 갖고 계셨는데, 그것이 아마도 한국의 선수행 전통을 널리 알리지 못하는 것이었음을 알고,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어졌다. 나는 즉시 하버드 도서관으로 갔다. 하버드 도서관은 미국 국회도서관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으로 수천만권의 장서를 갖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불교관련 서적만도 수십만 권이 있는데, 이 책 중에는 일본불교관련 책이 약 9만권, 중국불교 관련 책이 10만권, 티베트 불교 관련책이 7만 권 있었다. 그러나 한국불교와 관련된 책은 달랑 5권이었다. 이것 정말 큰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훌륭한 수행전통을 가진 나라, 나에게 참삶의 길을 열어준 스승의 나라 한국의 불교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현각 스님은 결심을 한 후 대학원 석사과정 마지막 1년 동안을 논문을 썼다. 이 책은 그 논문을 한국 말로 번역해 출판한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몇 년 전 미국 샴발라 출판사에서 마사토시 나가토미 교수를 통해 원고를 입수해 출판을 제안했고, 약 2년 전 미국에서 출판되어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책의 제목을 ‘부처를 쏴라’라고 정한 이유는 생각이 만들어낸 것으로부터 벗어나라는 의미다. 그 대상이 부처가 되었든, 예수가 되었든 자기가 원하는 것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다 쏴 버리라는 가르침이다. 불교에서는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이라고 한다. 숭산 스님도 늘 제자들에게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현각 스님은 여기서 숭산 스님과 미국의 한 여인과의 카운슬링 장면을 소개했다.

“어느 날 미국의 한 여인이 숭산 스님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다. 아들이 돈을 주던지, 총을 사주던지 둘 중의 하나를 해달라고 난리를 치는데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스님께서 즉석에서 답변하시기를 “총을 사줘라”고 했다. 돈을 주고 총을 사주지 않으면, 그 돈으로 총을 살 것이니 아예 총을 사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단 총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라고 권했다.“

이 책의 제목 쏴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스님을 설명했다. 부처님조차도 공부가 방해될 정도로 집착의 대상이 된다면 쏴 버리라는 것, 그 대상이 하나님이든, 누구든 바른 삶, 바른 공부에 작용하면 쏴 버리라는 것이다. 또 그 대상이 명예이든, 권력이든, 돈이든 장애가 되면 바로 쏴 버리라는 것이 큰스님의 가르침이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각 스님은 거듭 강조한다.

“총은 아무 잘못이 없다. 총이 문제가 아니라 총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총이든, 불교든, 선이든, 기독교든,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열심히 교회를 나가는 신자가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 다른 것이 더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그래서 기독교인에게는 ‘예수를 쏴라’라는 것으로 얼마든지 변용될 수 있다.”

이 책의 판매 수입금은 유럽(헝가리나 체코, 리투아니아 등 중에서 한 곳을 정할 예정)에 지을 한국불교의 정진수행법을 알릴 문화원 건립불사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