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연기를 모른다. 인연조차도.
연기법을 얼마나 정확히 아는가가 깨침의 척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가지 씨앗에 한 가지 열매가 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씨앗을 뿌렸습니다.
까닭에 수많은 곡식과 과일 채소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독이 든 열매도 있으며 텅 빈 열매도 있고 썩은 열매도 있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열매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씨앗에서 자라났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크기도 다르고 맛도 다르며 때로는 설익고 푹 삭고 등등 정도까지 다르며 그것을 접하는 시간과 장소를 비롯한 내 몸과 주변인들의 상태까지 다 제각각 다릅니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인 까닭입니다.
그걸 다 알려고 부처님이 수행하신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아는 방법을 알아내신 것은 맞는 듯합니다.

때로는 삶에서 아찔한 사고를 0.1초 차이로 벗어나는 해프닝까지 있습니다.
인생은 정말 모두 너무나도 박진감이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의 연속입니다.
다만 한쪽으로 정확한 방향이 정해져 가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입체적인 다양한 방면으로 아메바 식으로 확장해 나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퍼져가는 인생이라는 게 때로는 좀 안타깝습니다.
왜냐하면 내 노력여하에 따라 한곳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맑고 밝은 그래서 향기로운 그곳으로 말입니다.

미래란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만화 “아르미안의 네딸들” 중]

저커버그나 스티븐 잡스도 깨달음이 있는가?
안이비설신의라는 육식에 의한 편견이나 선입견 등의 고정관념을 깨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사물의 면모를 새삼 알게 됩니다.
그렇게 땅에 금을 긋고 세상을 내 잣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사실 그 잣대라는 게 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편견과 왜곡, 오해 등이 그 잣대인 것도 모르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여하튼 고정관념을 깨면 그동안 색안경에 가려 못 본 것을 보게 됩니다.
이것만해도 성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그게 시작일 따름입니다.
그 역시도 있는 그대로를 조금 제대로 보게 된 것일 뿐입니다.
한가지라고 하더라도 그것과 연관된 환경, 조건, 관 계속에서 진정한 위치를 봐야 합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보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할 수 있습니다만, 그때 우리는 착시를 하게 됩니다.

마장이 끼는 것입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그냥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할 따름입니다.
우물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개구리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전체를 봤다면 이제 개구리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이제 개구리의 눈이 아닌 사람이 되고 자연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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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명확.

나아가, 우주 그리고 그 너머의 안목까지도 가져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나와의 관계까지 언제나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야 연기를 알게 된 것이고 어느 정도 깨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저커버그나 스티븐잡스도 어느 정도 깨친 사람입니다.
페이스북은 나와 관련된 1촌관계를 예일대학으로 아이비리그로 미국대학으로 세계로 아메바 식으로 확장했습니다.

우물 안을 벗어나 지구를 정복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틀들을 깨고 완전히 개방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1촌관계나 관련 있는 주제나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타임라인이라는 인터페이스는 늘 유지합니다.

가끔씩 거기에 광고를 넣고 어느 정도 조작도 하는 듯합니다.
깨침이 있으니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부럽습니다. 부러워해도 됩니다.
깨치고 나와서 활용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영원한 행복을 찾고 12연기를 다 깨치고 계신가요?

시절인연과 만족
한때 회사구내식당에서 매달 돈을 내고 매일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매일 밖에 나가 사먹을 때는 먹는 재미는 있지만 뭘 먹을까 고민도 많았습니다.
구내식당에서 먹게 되니 그런 재미는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주는 대로 안심하고 먹으니 뭘 먹을까 선택해야하는 고민도 사라졌습니다.

모든 일에는 그렇게 장단이 있고 강약이 있나 봅니다.
이럴 때는 이래서 좋고 저럴 때는 저래서 좋고
항상 좋은 점만 취해 만족하면 행복할 듯합니다.
그냥 지금 바로 여기서 당장 이 순간을 만족하며 즐기는 것이 시절인연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