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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타주의로 인한 혐오스러운 역사와 가장 긴밀한 관련이 있는 종교라면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도교일 것이다.”

3월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제2회 종교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사진>의 첫 발언이다.

이날 발제의 제목은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 김 실장은 먼저 그리스도교가 배타주의적 성격을 가지게 된 역사적 맥락을 살폈다.

“그리스도교가 권력의 맛을 본 4세기 이후 성서나 그밖의 여러 문서들의 신학적 개념들은 누군가를 향한 적대감과 얽힌 배타주의적 언어로 속속 재해석되었고, 특히 위기 시에 그런 적대감의 언어는 대대적인 폭력의 불꽃을 일으켰다. 무수한 ‘이단들’이 발명되었고, 이웃종교들은 이교도로 낙인찍혔으며, 이들에 대한 무차별 폭력과 학살, 재산몰수 등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런 배타주의적 재해석이 오랜 제국종교의 역사를 거치면서 마치 ‘본래부터’ 그랬다는 ‘기원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김 실장은 “유럽에서는 20세기 초 가학적 배타주의를 청산하려는 노력을 해왔으나 새로운 제국 미국에서 다시 왕성하게 부활했다.”며 “미국적 개신교의 배타주의적 폭력성이 가장 잔혹하게 발현된 곳은 미국이 아니라 바로 한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개신교는 6.25 전후 미국이 주도하는 우경화의 정치적 파트너로 활약했다. 20세기 가장 최악의 배타주의적 종교의 모습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 이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개신교의 교세는 놀랄 만큼 확장됐다. 군사정권 아래에서 억압되었던 사회 분위기 속에, 개신교는 정부보다도 더 강한 존재인 미국으로부터도 특별한 수혜를 받는 종교로 여겨졌다.

김 실장은 “그런 점에서 개신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이러한 특권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특권 속에서 개신교는 여전히 ‘증오의 종교’로서의 얼굴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포스트식민지 시대의 새로운 식민지성의 발현이기도 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또 “개신교의 배타주의적 신앙은 최근에는 이념 프레임을 넘어서 무슬림을 적으로 삼는 인종주의적 프레임(제노포비아)과 성소수자를 적으로 하는 이성애주의적 프레임(호모포비아)으로 지형을 확장시키고 있다.”면서 “이웃종교에 대한 공격성을 강화하면서 대중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악마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예수와 바울은 배제의 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던 체제와 싸웠으나, 현대의 정통파 그리스도교는 예수와 바울이 아닌 그들이 싸웠던 체제를 닮아가고 있다.”면서 “최근의 한국 개신교는 바로 이러한 콘스탄티누스적 전환의 길 한 가운데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한국개신교를 걱정하는 핵심 논점”이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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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열린 제2회 종교포럼에서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논평을 하고 있다.

이어진 논평에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개신교가 타자를 악마화한다면 가톨릭은 자신을 천사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천사라고 남이 악마인 것이 아니고 남을 악마로 지목한다 해서 내가 천사인 것은 아니”라며 “타자를 악마화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교리가 아니라 권력과의 담합을 통해 성장해온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배경에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교리를 가진 종교의 교인이 왜 악마를 만들어내는지 묻고 싶다”며 그리스도교가 가지고 있는 본래 성격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도 논평에서 “배타주의는 개신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인 성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타주의의 핵심이 증오라면, 증오의 이면에는 열정적인 사랑이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어 “그런 의미에서 개신교는 근대 한국에서 부정적 영향만큼이나 많은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에 반해 불교가 보여준 것은 냉소와 수동적인 반응 밖에 보여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 신앙으로서의 종교는 배타이고 절대일 수밖에 없다. 내 믿음은 상대적일 수 없으며, 오늘날 사회는 다수의 절대가 병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종교가 배타주의를 요구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과 관련해 김 실장은 “그리스도교에서 배타주의가 성장한 것은 교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교리에서 어떤 것을 취사해서 재구성했는가의 문제”라며 “그리스도교가 공격적인 성격을 띈 유일신 신앙으로 발전하는 것이 필연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불교는 배타주의를 전면으로 드러낸 적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교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사 속에서 주류종교로서 기능하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권력과 관계한다면 불교도 배타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근수 소장은 “유일신론은 배타주의로 가는 나쁜 길이다. 현대 그리스도교에서 하나님은 종단을 수호하는 수호신처럼 여겨지는데, 가난한 자와 고통 받는 자들을 위한 하나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