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분담사찰로 지정 안 된 재정 우량 사찰이 종단 발전과 사회기여를 위해 공공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 (주경 스님)

“재가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스님들이 내려놓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 (임완숙)

“출가자도 개인통장 갖지 말기 운동을 벌이자.” (허정 스님)

“개인화를 제도적으로 못하게 해야 한다.” (호성 스님)

“문화재 사찰의 관람료 예산은 공금화․목적기금화해야 한다.” (원철 스님)

전국 스님들과 사부대중 100여 명이 3월 25일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공동추진위원장 도법 스님, 이하 추진위)가 공주 한국문화연수원 다목적홀에서 개최한 제3차 대중공사<관련 기사 있음, 기사 참조>에서 사찰 재정 투명화를 위한 제언이 빗발쳤다. 가이드 마련 등 관련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 불신 초래 원인 무엇인가 = 진화 스님에 따르면 종단에서 주지를 임명하는 1900개 사찰 중 950개 사찰이 재정보고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찰재정에 대한 불신은 계속 되고 있다. 이에 일부 모둠에서는 스님들의 외제차, 외국 골프여행 등 일부 스님의 호화 생활을 종단 전체의 모습으로 보고 불신을 초래했다고 개탄했다.

또 주지 스님의 의지 부족, 주지 중심의 사찰 운영 방식, 스님들의 복지에 대한 종단적 보장 부재, 재정과 경제관념에 대한 스님들의 인식 부족, 종단 내 관행, 주지 품신에 대한 뒷거래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찰 감사 시 잘못된 거마비(여비) 문제도 척결되고, 종단 법령을 어길 경우 처벌․징계 등의 실효성 있는 법집행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았다. 재정공개를 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대부분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임완숙 인드라망 공동대표는 “실제 많은 사찰이 투명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일반인에게 전달이 안 되고 있고, 투명화라 하지만 판공비, 섭외비, 대외협력 기금 등 스님이 쓰는 비용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스님이 개인적으로 보시를 받은 것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가난한 사찰이 많아 공개를 못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채은 대학생불자연합회장도 “제가 공식석상에서 발제를 해 받은 돈은 대불련 전체의 돈”이라면서 “신도들도 개인비용도 공개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이에 대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진화 스님은 “일반적 사찰에서 판공비는 공식화시켜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계종 부산연합회 사무총장 묵종 스님은 “승가의 전통과 관례들을 오픈하면 오히려 부작용이나 부정적 측면이 강조될 것”이라면서 “어느 정도까지인지 공개할 지 명확한 경계가 필요하며, 도반 여비나 행사 단체 지원 등 애매한 경우를 재가자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법 엄격 집행과 주지 스님 의식 중요 = 이에 따라 사찰 예산을 어느 범위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고, 사설사암(개인통장)의 청산도 제기됐다.

사부대중은 승가가 고급승용차와 고급 부도와 비석 대신 검소한 문화 정착과 책임․주인 의식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주경 스님은 “골프나 고급차가 문제가 있지만, 그걸 사찰재정투명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주지 개인의 소비생활과 사찰 경제의 불일치는 양심과 수행자의 자질 문제”라고 일축했다.

효명 스님은 “공찰과 사설사암의 문제가 아니라 사찰 재정의 투명화는 그 사찰 주지 의식이 중요하다”면서 “재정투명화를 논하기 전에 승려 자질을 논하고 주지 의식이 있을 때 투명화는 자동적으로 된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와 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예결산과 관련된 사항의 상벌제도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기부금 제도를 활용하고 항목을 기입한 기부금영수증을 개개인에게 발행하고, 관람료 사찰 중 일정 규모 이상 사찰은 카드 결재와 전자 결제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승려의 도덕성과 청규의 실천, 사찰 등급에 맞는 소임자의 급여와 활동비 지급 등 경상비 기준정립, 여비․공양비․약값․불사후원금 등 전통적 승가 문화에 대한 가이드라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국선원수좌회 사무처장 인선 스님은 “자기 주머니의 보물을 잃어버리고 대외적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실제적인 승가정신을 잃고, 스스로가 잃은 승가정신 때문에 대중조차 누구를 의지해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위가 아닌 각자의 역할로서 근본을 잃지 않고, 스님은 수행자의 본분을 지키고, 재가자는 물질적․실질적 운영의 주체가 됐을 때 신뢰회복과 재정확보가 자연스럽게 뒤따라올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사찰의 공영성으로 신도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찰운영위원회의 구성, 중복 소임자의 다중 급여를 방지 등도 주문했다.
 
법안 스님은 “사찰은 주지 개인의 소유물도 아닌 사부대중의 공유물로 부처님을 대신하는 공간”이라면서 “승단의 신뢰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찰의 공영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행 제도와 법을 엄격하게 지킬 것이 전제돼야 하고, 종헌에서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공개하고 견제와 독려, 탁마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찰 등급에 맞는 소임자의 급여와 활동비 지급 등 경상비 기준 정립을 적립하고 직영사찰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영사찰과 특별분담 사찰을 확대해 불교정신을 내용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생활협동조합 등 미래지향적 대책을 세우고, 관람료 수입의 10%를 모아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투자하자, 승려복지제도를 보완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 단계적 시행과 가이드라인 정립 과제 = 그러나 사찰재정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냐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목종 스님은 “사찰이 부채가 있거나 열악할 때 공개하게 되면 신심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부정적 시각을 최소화하고 재정을 어떻게 확충시킬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님의 수행과 사찰 운영 역할의 비중도 과제로 남는다. 인선 스님이 “사찰은 영업의 장이 아니라 근본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청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하자 주경 스님은 “선방 시주의 95%는 주지가 하고 있는데 그런 사고가 조계종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고 재정 불투명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종단의 예산 공개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 부재도 문제점이다. 주경 스님은 중앙종회재정분과위원장으로서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재무부 기획실과 논의해서 예산편성 및 회계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종단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전개하기보다는 단계적인 대응마련도 중요하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신도대중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하고, 올해에는 직영 사찰, 특별분담금 사찰에서 모범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 가자"고 제안했다.

추진위는 4월 29일 서울 잠실 불광사에서 '종단 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란 주제로 제4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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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제3차 사부대중 대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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