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 전체기사

600여 비구니 모여 전국비구니회 불신임

배희정 기자 | chammam79@hanmail.net | 2015-03-16 (월) 17:21

60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16일 결의대회를 열고, 전국비구니회를 불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열린비구니모임(가칭) 준비위원회(공동대표 혜운.행법.정현.임대 스님, 이하 열린비구니)는 3월 16일 서울 일원동 전국비구니회관 앞 주차장과 앞마당에서 전국비구니회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는 전 비구니회장 명성 스님을 비롯해 원로 비구니 재희 스님, 보문종정 대인 스님, 공동대표 재운 스님, 대전비구니청림회장 효경 스님 등 6백여 명이 동참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당초 열린비구니는 회관에 자리한 법룡사에서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전국비구니회가 이를 불허해 도로 점거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 비구니회장 명성 스님 등 원로 스님들이 대회 동참 의지를 밝혀 오자 전국비구니회 측이 대회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늦게 주차장을 허락해 대회가 회관 앞에서 열리게 됐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운문사 회주이자 전 비구니회장 명성 스님은 열차 탈선의 사례를 들면서 “비구니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거둬 만든 전국비구니회관 법륜사에 진입조차 못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비구니회관은 어느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전국비구니의 선불장이자 우리들의 만세제불이 봉안된 곳임에도 이 자리인 (임시) 연단에 올라 간 건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역지사지로 용서하는 아량이 필요하다”고 말해 참여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대중에게 “용서는 수행이며 칭찬은 기도”라고 당부하고 “소통과 통합을 위해 내실을 기해 성과가 있는 결의대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공동대표 행법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전국 비구니회의 파행적 운영에 이의를 제기하며 비구니 공동체 정상화를 요구하는 일은 상호소통과 민주적 의사결정 풍토의 시대적 요청”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5천 명이 넘는 공동체를 몇몇 사람이 독선적으로 망가뜨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회장으로 추대된 전북지회 법륜 스님도 대회사를 통해 “전국비구니회 현 집행부가 4년 동안 한 일은 적법치 못하게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제16대 비구니 종회의원을 비합법적으로 선출한 것이 전부”라면서 “우리는 전국비구니회를 정상화시키고 청정성을 회복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으로 이 자리에 모였으며, 이 결의대회가 청정비구니 승가의 백년대계의 발화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열린비구니는 △회장 불신임 건 △운영위원장 불인정 건 △운영위원회 불인정 건 △제16대 비구니 종회의원 추천 무효의 건 △회칙 개정의 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 등 6건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전국비구니회칙도 일부 개정되기로 했다. 현행 제6장 제15조에는 운영위원회의 연령을 50세부터 65세까지로 제한돼 있으나, 이들은 연령 제한은 종헌종법에 위배된다며 삭제하기로 했다. 또 16조에 운영위원의 구성요건과 절차가 현행 회칙에 없다면서 개정되기 전인 2007년의 조항을 보완해서 제정, 확정시켰다.

또 임대 스님을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려 열린비구니는 비대위 14개 지부와 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가 주축이 돼 비구니 정상화를 위해 나서기로 했다. 비대위는 이날 상정안과 동참 서명지를 종단 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법규위원회 앞으로 보낼 계획이다.

비대위 측은 이번 결의대회에 600여 명이 참가해 200명 이상이었으므로 총회에 준하고 결의대회는 총회 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대중이 결집해 공의를 모은 승가의 전통에 따라 이날 상정한 안건도 종단이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앞으로도 전국비구니회의 정상화를 위해 결의대회의 안건과 관련해 서명운동을 2천명 이상 확대해 대중공의를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