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희정 기자
chammam79@hanmail.net 2015-03-16 (월) 12:26육식문화와 채식주의의 이상을 함께 아우르는 구체적․실질적 음식윤리는 불교의 음식윤리에서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허남결 동국대 교수<사진>는 3월 14일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진화 스님)․인도철학불교학연구소(소장 정승석) 공동주최 ‘사찰음식 학술포럼’에서 “웰빙 시대의 음식윤리는 불교적으로 먹기와 윤리적으로 사는 것이 하나의 삶으로 파악되는 불교의 중도주의적 음식윤리전통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이날 ‘웰빙 시대의 음식 윤리 - 불교적으로 먹고, 윤리적으로 살기가 정답이다’란 주제 발표에서 불교의 음식문화를 “육식 만연주의와 채식 근본주의를 슬기롭게 극복한 오래된 과거의 미래지향적 음식윤리”라고 명명했다.
그는 “붓다의 중도주의는 감각기관을 즐겁게 하는 세속적 쾌락주의와 감각기관을 고통스럽게 하는 종교적 고행주의를 배제했다”면서 “육식이든 채식이든 관계없이 즐기거나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것은 둘 다 붓다의 중도주의적 가치관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허 교수에 따르면 ‘나를 위해 죽인 것을 봤거나 들었거나 의심이 드는 고기’인 삼종정육을 제외한 고기를 먹어도 된다.
그는 “불교에서 음식은 자신의 몸을 유지하고 일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 공급원일 뿐”이라면서 “육식이나 채식 어느 한 쪽에 집착하거나 병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붓다는 식재료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 위에 오르게 됐는가를 살피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을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음식 자체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붓다가 ‘병들고 뚱뚱한 현대인에게 던지는 시대적 메시지’는 ‘음식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심신의 기능을 유지할 정도의 양과 질로도 충분하다’는 것으로 서양윤리학의 ‘환경 덕 윤리’(environmental virtue ethics) 입장과 유사하다”면서 붓다의 가르침이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법송 스님(조계종 사찰음식 특화사찰 영선사 총무)의 ‘한국 사찰 음식의 특징과 실제 현황’이란 주제의 기조 발표를 비롯해 △미식(美食)은 왜 제한해야 하는가? - 사찰 음식의 발전을 위한 제안(이자랑) △고행 수행자의 음식과 식사법(김재민) △한․중․일 3국의 불교 사찰 음식 비교(김미숙) △요가 수행자의 이상적인 식생활(정승석)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3월 14일 열린 사찰음식 학술포럼. 영선사 총무 법송 스님이 기조발표하는 모습.
3월 14일 '불교 음식학 정립을 위한 포럼'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