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부석사 모습과 한 3,40년 전의 모습, 그리고 100여 년 전의 부석사 모습은 어떻게 달랐을까. 종종 관람객들 중에는 과거 3,40년 전의 부석사가 더 좋았다, 멋있었다는 등의 각자 생각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세상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부석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난 호에서는 무량수전 서쪽의 취원루와 조사당 옆에 있던 취현암에 대해 알아보았다. 현재 무량수전의 구역은 무량수전, 안양루, 석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취원루 외에 한 동의 건물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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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향각은 필자에게도 무척 인연이 깊은 건물이다. 1983년 여름 육군중앙법당 베나레스 불교학생회의 여름수련대회 때 이곳에서 차를 마시고 참선과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에는 넓은 방과 그 옆에 작은 방 2개가 있었다.

바로 ‘응향각(凝香閣)’이다. 전각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아마도 다른 사찰의 ‘노전(爐殿)’에 해당했던 건물로 무량수전의 향촉(香燭)을 올리고 예불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응향각 또한 1916년 무량수전을 보수하면서 안양루 아래 동쪽으로 옮겨졌다가 1970, 80년대까지 채공실, 공양간 등으로 사용되다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본래 응향각은 정면 3칸, 측면 1칸 반의 굴도리집이었으나 현재 정면 5칸, 측면 1칸 반의 익공계 맞배집으로 개축되었다.

일제 강점기의 사진을 보면 2채의 건물을 연결한 듯 마루가 달린 정면 2칸의 방과 함께 공양간이 그 옆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무량수전 아래로 이전된 이후에도 상당기간 요사채와 공양간으로 사용되었다.

다음으로 부석사의 여러 전각들 중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건물이 ‘영산전(靈山殿)’ 혹은 ‘금색전(金色殿)’이다. 기록에는 분명히 등장하지만 그 위치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고 다만 현재 남아 있는 괘불대를 중심으로 그 주변 어딘가에 있었던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

금색전과 관련, 현재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보물 제575호 대승사목각탱부관계문서(大乘寺木刻幀附關係文書)’ 중 관아에 올린 상서(上書)에 따르면 “부석사 금색전 법당이 퇴락하여 훼철된 후 그 불상을 대법당(무량수전) 뒤 한 쪽 구석에 봉안하였으니…….향화 공양을 받들지 못한 것도 이미 40여년이 지났다…….”라는 기록과 함께 1876년 작성된 ‘완의(完議)’에 “사찰의 운세가 막혀서 대중들이 흩어진 나머지 금색전은 퇴사되어 수리하기는 곤란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1780년 부석사를 유람한 박종(朴琮)의 『청량산 유록』에는 무량수전의 아미타여래를 소개하면서 ‘곁에 미타(彌陀)가 있고 벽에는 8층의 금불(金佛)이 걸려 있다(傍有彌陀 壁掛八層金佛)’고 하였다.

이 문장의 해석에 따라 무량수전 곁에 미타전이 있고 그 안에 8층의 목각탱을 걸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무량수전 내 소조아미타불여래좌상 옆의 벽에 8층 목각탱이 있었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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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아래로 이건되기 전의 응향각 모습(조선고적도보 12)

한편 영산전과 금색전을 동일한 건물로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경상좌도순흥태백산부석사영산전미타후불탱급미타관음개금기’(慶尙左道順興太白山浮石寺靈山殿彌陀後佛幀及彌陀觀音改金記:이하 영산전 개금기)이다.

이 긴 제목의 개금기에서 미타후불탱과 미타 관음상을 개금했다고 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만약 아미타후불탱이 일반적인 불화였다면 굳이 개금이란 표현을 하였느냐는 점이다. 후불탱을 개금했다는 것은 개채(改彩)와는 분명히 다른 개념으로 결국 보물 제575호 대승사 목각탱은 1796년 당시 영산전에 봉안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종의 유람기에서 언급한 8층 금불은 1675년에 제작된 것으로 이후 100여년이 지나 목각탱을 보수 혹은 개금하기 위해 무량수전으로 이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다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영산전의 위치다.
1615년 7월 부석사를 방문한 김령(金坽, 1577~1641)은 『계암일록』에서 ‘조사당에서 서쪽으로 수십 보를 가면 영산전을 지나 작은 암자가 하나 있다’고 하였다. 이 기록 대로라면 현재의 자인당과 응진전에 해당하는 곳에 영산전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영산전개금기’에 따르면 그 내용이 무량수전 혹은 부석사의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급은 없고 오로지 아미타불에 대한 설명과 영험에 대해 장황하게 나열해놓으면서 문장 중간에 이르러 ‘차암소봉불상구폐몽진첨례기원자(此庵所奉佛像久廢蒙塵瞻禮祈願者….)하여 이 불상들이 산내 암자에 봉안되어 있었음을 밝히며 불상이 오래되어 부서지고 먼지가 가득하다고 하여 개금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현재로서 원 봉안처로 가장 유력한 곳은 무량수전 서쪽 자락에 있던 ‘극락암(極樂庵)’이며 아마도 ‘개금기’에서 언급한 영산전은 극락암에 속한 부속 건물로 보인다.

이와 관련된 기록으로 직지사성보박물관 소장 ‘부석사산송문서’에 “극락암(極樂庵) 한편에 있던, 이미 비어버린 지 30여년 되는 옛 암자의 건물을 헐어 그 재목과 기와를 처분한 대금으로 올해 무진년(1868)의 공납은 납부하였으나 지금 이후의 계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보물 제575호 관련 문서인 ‘상주(尙州) 사불산(四佛山) 대승사(大乘寺) 승도(僧徒)들의 등장(等狀)’에서 “순흥(順興)의 부석사(浮石寺)는 스님은 없고 절은 버려져 그 곳에 있는 법당(法堂)은 동쪽도 무너지고 서쪽도 무너져 허다한 여러 불상들이 비바람이 치는 것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고 하였다.

이 문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법당은 동쪽도 무너지고 서쪽도 무너져 허다한 여러 불상들이 비바람이 치는 것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동쪽과 서쪽의 법당도 무너져 허다한 불상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동쪽의 동전(東殿: 약사전), 서쪽의 극락암과 부속건물인 영산전(금색전)의 퇴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증할 수 있는 자료가 앞서 언급한 문서 중 1876년 부석사 주지 명학(明鶴) 스님 등이 수결한 ‘완의(完議)’다. 그 내용 중에 “금색전이 퇴락하고 기울었으나 수리조차 어려워 제불탱상(諸佛幀像)을 무량수전으로 옮겨 모신지 여러 해가 지났다”는 부분이다.

또한 극락암 한편에 이미 비어 버린 지 30여 년이 된 암자를 헐어 기와와 재목을 처분한 대금으로 공납을 납부했다는 것은 그 건물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보물 제575호 대승사목각탱을 봉안하기에 충분했던 건물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앞서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 1675년에 아미타후불목각탱이, 1684년에는 목조아미타불좌상 등이 조성되어 극락암 영산전(금색전)에 봉안되었다가 1780년 이전에 보수 등을 이유로 무량수전 부근으로 옮겨졌다 1796년 개금을 하고 점안 낙성법회까지 봉행 뒤 재치 영산전에 봉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1820, 1830년대에는 사세가 기울어 극락암의 운영조차 어려워지면서 목각탱 등을 무량수전으로 옮긴 후 1869년에 이르러서는 대승사로 아미타후불목각탱은 이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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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제575호 대승사 아미타후불 목각탱과 부석사에 있는 용조각.

결론적으로 영산전, 혹은 금색전은 현재 일부의 주장과는 달리 무량수전 아래의 공간에 있었던 전각이 아니라 지금의 자인당과 응진전이 있는 공간에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여러 기록들과 상충되지 않는다.

보물 제575호 대승사 아미타후불목각탱은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불교조각으로 필자의 마음 같아서는 그냥 부석사에 남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이 목각탱의 모든 것이 대승사로 이안된 것은 아니었다. 목각탱과 함께 조성되었던 유물 하나는 오랫동안 무량수전에 남아 있다가 현재는 부석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데 그것은 목각탱의 천개에 해당하는 ‘용(龍)’조각이다.

이 용조각이 어디에 설치되었던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두 조각의 조각기법과 가로 폭(용조각: 281cm, 목각탱: 280.5cm)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