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사랑은 가만히 지켜 봐 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랑의 매다. ‘매’는 오로지 가르침의 회초리이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경계를 적시에 적절하게 제시해서 아이들이 적당한 선에서 멈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점차 스스로 자신의 경계를 찾아서 현재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매슬로우(Maslow)의 욕구이론 (The Hierarchy of Needs)에 의하면, 안전은 생리적 욕구 다음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욕구이다. 어린 아이를 안전하게 보살피고자 부모는 열심히 위험 요소들에 대해 가르치고 때로는 야단도 친다. 그래서 어린 아이는 난로에 손을 대면 위험하다는 것을 배운다.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인간관계는 아이가 이해해야 하는 더욱 어려운 과제이다. 우리는 적당한 경계를 파악하지 못할 때 주변과 조화롭지 않다. 멈춰야 할 때인지, 더 다가서야 할 때인지, 또는 돌아서 가야 할 때인지. 삶의 지혜는 경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많은 관계에서 소통을 원활 하게하고 그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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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는 아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의 집착으로 지나친 관리를 받아서 마음이 성장 부진이다. 이 아이들은 대체로 심각한 상황까지 추락하지는 않는다. 부모의 경계 안에서 움직여 왔기에 이탈해도 너무 먼 곳까지 가지 않는다. 물론 이런 아이들 중에도 충동조절이 어려워 순간적으로 극으로 내달릴 수도 있다. 

상담하는 청소년들 중에 해마다 한 둘은 미국으로 장기 입원 치료를 받으러 가야 되는 상황이 온다. 문제의 심각성이 외래상담과 약물복용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밖에 안 된다. 이들에겐 안전한 경계가 필요하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이미 모든 관계가 알코올이나 마약 중심으로 돌아가서 정상적인 학교, 친구, 가족 등의 관계는 이미 해체되어버린 상태다. 이들의 가정환경도 해체된 상황을 재건해 나가기엔 복합적인 문제들로 매우 역부족이다. 참고로 이것이 모두 부모 탓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 때로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15 세인 제이미(가명)는 이 년 전부터 자신보다 나이 많은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술과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예술적 재능과 영민함을 보인 딸을 부모는 방목했다. 하긴 방목도 맑고 밝은 의도로 접근하면 아이들은 맑고 밝게 자란다. 워낙 호기심 많고 조숙한 제이미는 사춘기도 일찍 왔다. 점점 더 술과 마약에 빠져 들어가 딸의 행동에 큰 변화가 왔을 때도 부모는 그저 예술가 기질인 틴에이저가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는지 여전히 아무런 대처가 없었다. 심지어는 요구하는 대로 클럽에서 술 마신 제이미를 픽업하러 가기도 했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별 탈 없이 귀가시키기 위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미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제이미는 조울증 진단을 받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가족사에서 이런 문제를 가진 것이 제이미가 처음이 아니라고 헀다.

제이미의 부모는 딸을 어느 부모 못지않게 사랑한다. 다만 딸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적절한 경계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랑의 회초리를 적시에 적절하게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기질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은 아이여서였을까. 가계의 유전적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그들은 아이의 문제를 회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정신 건강의 문제들 중에서 조울증은 극복하기 쉽지 않은 장애이다. 감정의 고저가 심해서 적절한 경계를 찾고 지키는 것이 어렵다. 그렇다 해서 반드시 극단으로 치닫는 청소년기를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처음 만났을 때 제이미는 말헀다, “전 그냥 행복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요? (I just want to be happy. I don’t know how to be happy.)” 주변 환경과 조화로울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것이 물리적 환경이든 사람들과의 관계이든 적절한 경계로 우리를 주변과 비로소 어우러진다. 청소년들은 자유를 갈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어른들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경계를 탐색해야 한다. 그들은 먼저 관계의 질서를 배워야 한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