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해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젊은층의 종교 이탈이 심각하다. 갤럽조사 결과 종교를 가진 30대는 10년 전에 비해 11% 줄어든 38%였고, 20대 역시 14% 감소한 31%에 불과했다. 1989년부터 조사 분석에 참여한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2030세대의 탈(脫) 종교현상은 종교 인구의 고령화, 더 나아가 장기적 종교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종교 감소세와 더불어 불교는 연령별 분포가 상대적으로 고른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에 비해 20~30세대(약 10%)와 50~60 세대(30% 상회)의 차이가 큰 것으로 갤럽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미래에 불자수가 급감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가운데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월 24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제2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이하 대중공사)’를 열고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 눈길을 끌었다. <관련 기사 있음,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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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포교원 윤영희 포교차장은 이날 대중공사에 앞서 ‘미래세대 환경과 특징’이란 주제로 브리핑하면서 “한국불교의 문화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젊은 세대의 문화적 욕구와 감수성을 충족하고, 이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모색할 수 있는 연구기관과 중장기 포교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도 “불교가 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를 포기하는 ‘4포 세대’ 청년들의 어려움을 감싸안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포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이날 연 대중공사에서 불교가 미래세대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점검에 들어갔다. 스님 66명, 재가자 42명 등 총 108명은 △사찰,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4포 세대를 위한 희망의 꿀단지 △내가 포교원장이라면 이렇게 하겠다 △내가 15학번 새내기라면? △김일병, 왜 법당 가니 △불교, 미래를 위해 이것만은 버리자(휴지통) 등 8개 주제로 나눠진 난장을 세 차례 이동하며 토론을 펼쳐나갔다.
 
◇ 불친절함․지루함 버리고 참여 이끄는 유익함 제공해야

각 난장에서는 다양한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내용의 의견이 속속 개진됐다.

‘불교 미래를 위해 이것만은 버리자(휴지통)’ 난장에서는 사찰로부터 느끼는 부정적 이미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사부대중들은 꼭 버려야 할 관행으로 불친절함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교리나 사상을 탁마하지 않는 풍토, 불신과 패배주의 권위주의, 돈에 대한 집착, 상호존중하지 않는 문화, 문화재 보수기금 의존, 시대에 뒤쳐진 교육시스템, 화합하지 않는 풍토, 전근대성 등을 들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버린 뒤 어떤 포교활동을 펼쳐야 할까. 난장은 젊은이를 어린이·청소년·대학생, 그리고 군불자 및 청년층으로 구분하고 각 대상에 따른 전략을 수립했다.

‘절에 가면 재미없어 만날 혼만 내 애들이 바글바글한 절 왜일까’란 난장에서는 어린이들이 절에 가면 지루해하는 이유를 “법회 운영이 과거를 답습하고 어린이 포교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또 지역 사찰이 어린이법회 운영을 어려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방에 아이들이 없는데다 빨리 성과가 나지 않고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면서 “아이들을 절로 이끌겠다는 주지와 담당 스님의 강력한 의지와 끊임없는 투자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난장의 장을 맡은 청량사 주지 지현 스님은 “어린이 포교는 불교의 희망이며, 어린이법회에 대한 운영과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1층을 짓지 않고 고층 건물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씨앗을 심지 않기에 오늘과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을 절에 오게 하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모둠은 방과 후 원어민(영어 중국어) 교사 활용,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실시 및 어머니를 운영의 주체로 활용(재능기부, 오카리나 강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스님들에게는 △아이들을 항상 절 입구에서 맞이함 △아이들 이름을 전부 기억하고 불러줌 △아이들의 성장과정 일지를 작성해 어머니와 공유 △어린이 법회 지도자 양성을 위한 투자 등을 주문했다.

사찰 내에 놀이기구를 설치한 아이들의 공간과 모유 수유방 설치, 기존건물, 공간을 활용한 어린이집 운영, 자연환경 등을 최대 활용한 숲속유치원 운영 등의 의견도 개진됐다.

종단에는 어린이포교를 주지인사고과에 반영하고 포교방법 교육 강화와 어린이법회 의무화, 능력과 의욕 있는 스님을 배치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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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위한 포교 방안도 모색됐다. ‘중2병을 스님들은 아실까’ 난장에서는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을 불자로 양성하기 위한 전략이 제시됐다. 교구본사의 청소년 법회 의무화를 비롯, 본사에 청소년법인 설립과 전담지도자 배치, 사찰에서 몸으로 풀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본사별 대안학교 운영, 저소득층, 전체 청소년 특화 템플스테이, 본사별 사춘기학교 신설, 관내 학교 야참 돌리기, 사찰 장학금 제출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개선에 앞서 “청소년의 입장을 먼저 이해해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절이 친숙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스님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대학생 포교를 위한 제안도 쏟아졌다. ‘내가 15학번 새내기라면’ 난장에서는 대학생을 위해 정신적 상담 및 프로그램 개발, 군포교와 연계한 대불련·불교학생회 운영, 재정적 지원, 미디어매체 이용 홍보, 대학과 사찰 연계, 지도법사 및 지도교수 위임 지원, 청년불자를 위한 공간적 지원 등의 목소리가 높았다.

청년층을 위한 ‘사찰,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난장에서는 사찰이 소위 ‘4포 세대’를 패배자가 아닌 불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임을 알리고, 청년들의 진로모색과 행복의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따라서 스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할 것과 불교대안학교 설립, 교구‧광역별 특성화‧종단 토지 활용, 교구별 청년불교학교 설립 및 포럼 등을 통해 삶을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외에도 청년불자들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불교가 사회를 선도하고, 활동가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종단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사찰과 대학생모임의 연계를 강조했다.

군장병을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일병, 왜 법당 가니’ 난장에서는 1사찰 1부대 자매결연과 군포교 협의체 구성을 강조하고, 관심사병을 위한 템플스테이 개최, 개인 상담 시간 등 힐링 프로그램 제공,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한 포교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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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포교원장이라면 불교용어 현대화하겠다’

사부대중들은 이와 함께 포교원 차원에서 장기적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언은 ‘내가 포교원장이라면, 이렇게 하겠다’란 난장에서 다양하게 개진됐다.

‘불교용어를 현대화하고 쉽게 풀이한 용어집을 만들어 보급하겠다’. ‘불자들의 신심을 고양할 수 있는 통일된 교재를 만들어서 보급하겠다’. ‘법륜 스님처럼 즉문즉설이 가능한 100명의 법사를 양성하겠다’. ‘포교는 일선사찰이나 포교단체에서 시행을 하고 포교원은 정책 생산과 이를 위한 집행기구로서 충실하겠다’. ‘포교가 종단의 최우선의 정책이 되도록 다하겠다’. ‘비구니 포교국장직을 신설하겠다’. ‘불교언론을 집중육성하고 콘텐츠 개발 다각화한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일들도 재정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예산의 제약이 없을 때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을까. 사부대중은 ‘나에게 100억 생긴다면 어디에 쓰겠나’는 난장에서 △재단법인 설립해 이자로 장학금 지급 △어린이집, 유치원, 교구본사별 불교대안학교 및 청소년을 위한 전문 상담센터 설립 △청소년 대상의 종책 연구원 양성과 미혼모 보호교육소 설치 △불교전문 영화관, 불교문학마을, 다도, 복합문화관, 군불자들의 힐링센터 건립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젊은 불자 양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과 진관사 주지 계호 스님은 사찰의 무소유를 강조했고, 동학사 주지 유곡 스님은 “끝까지 참여하는 게 동력”이라며 지속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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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위원회 발족 … 실천 뒷받침 돼야

대중공사에 동참한 사부대중은 이날 모둠토론을 거쳐 오후 5시께 논의 결과 초안을 보고받았다. 초안의 핵심은 미래세대위원회 발족과 지역별 특성화된 불교대안학교 설립, 저소득층 청소년·청년·관심사병·다문화가정·미혼모 등 소외계층을 위한 템플스테이 등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종단의 포교가 미래세대위원회에 달렸다는 신념으로 논의된 의견을 실천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학자나 현장 스님 등 다양한 전문가로 미래세대위원회를 구성·발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승 스님의 결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추진위 공동위원장 지홍 스님은 “이번 회에 한정하는 미래세대위원회가 아니라, 계속되는 대중공사를 위한 위원회”를 제안했고, 주경 스님은 “미래세대위원회가 자칫 포교원의 권의를 침해할 수 있기에 발족에 앞서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교원장 지원 스님은 “현 제도가 나빠 포교가 안 된 게 아니다”면서 “실천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교를 해야겠다는 의식의 변화, 도전적․열정적 실천만이 미래세대를 위한 성공의 길”이라고 강조하면서 “위원회가 발족하면 속전속결로 대안을 모색하고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진위는 이날 발표한 논의 결과 초안을 이달 중 수정해 종단 홈페이지 대중공사 게시판에 고지할 계획이다.

한편 제3차 대중공사는 오는 3월 25일 ‘사찰 재정투명화’란 주제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