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던지는 질문, ‘우리는 누구인가?’ ‘생각하는 사진’ 그룹 12명의 작가가 고찰한 한국인들의 삶을 사진적 해석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자신도 모르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나, 그리고 우리는 얼마만큼을 자신의 본질과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살아왔는가?

“생각하는사진의 제1회 기획전(메트로폴리스의 신화,2013)이 도시와 도시인의 모습을 반영했었다면 이번 2회 전시회에서는 한국인도 잘 몰랐던 한국인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서 사유해 보았다.” (기획자 장일암)

앉아있는 여인의 무릎 위에, 죽은 듯 보이는 남자가 팔을 늘어뜨린 채 안겨있다. 사진의 제목이 아니어도, 누구나 성모 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인 ‘피에타’를 떠올릴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통함의 뜻을 지닌 피에타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작품에 응용됨으로써 눈에 익숙한 이미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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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죽음의 상징 같은 어머니의 검은색 드레스를 배경막 삼아 두드러지는 것은 아들의 얼굴을 덮고 있는 붉은 천이다. 더구나 아들이 입고 있는 옷은 군복이며, 발에는 군화가 신겨져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사진 이미지로부터 받은 ‘시각 정보’가 뇌 회로 안에 저장된 다른 수많은 정보들과 맞물리면서 하나의 ‘생각’을 향해 치닫는다. 고태환의 사진 ‘피에타’다.

또 다른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식탁에 앉아 케이크와 함께 진짜 초 대신 스마트폰 화면의 초를 준비한 남자와 그의 좌우를 둘러싼 12명의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식탁 앞에 놓인 음식보다는 손에 쥔 핸드폰에 열중하고 있다. 윤한종의 사진 ‘최후의 만찬’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들의 초상을 발랄하게 풍자함으로써, 시각이 생각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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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진은 모두 사진가 장일암이 이끄는 <생각하는 사진> 그룹의 사진가들이 찍은 작품들이다. 고태환, 윤한종을 비롯한 12명의 사진가들은 ‘우리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staged photo(만드는 사진)부터 스트레이트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까지 사진 안에서 ‘현대인의 정체성’이란 주제에 대해 자유롭고 기발하게 표현했다. 이렇게 모인 <Who are We?>展의 사진들은 깊은 사유와 새로운 접근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사회와 현대인들의 모습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다.

생각하는 사진 그룹이 보여주는 ‘생각하는 사진 혹은 생각하게 하는 사진’은 2013년 <메트로폴리스의 신화>展을 통해 도시와 도시인의 모습을 다양한 시선과 방식으로 표현한 사진들을 보여준 바 있다. 두 전시에서 볼 수 있듯이, 생각하는 사진 그룹은 기술적으로 노련한 사진보다는 각자의 경험과 철학적 사유에서 비롯되는 개성과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사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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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Who are We?>는 12명의 작가가 6명씩 두 그룹으로 나뉘어 전시를 하는 2주간의 릴레이 전시이다.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던, 한국인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만나고 사유할 수 있다. 60여 점의 사진 속에서 전개되는 서로 다른 대한민국 현대인들의 이야기…. 전시는 3월 10일부터 22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작가소개
                                                                               
생각하는 사진

김순성,윤한종,차은주,김준희,이정란,김상환(1팀)
김석현,고태환,이기완,박종민,박춘원,홍채원(2팀)

‘생각하는 사진’은 2009년에 결성된 사진가 그룹이다. 창의적인 사진을 하고자 모인 사람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창작하기 위해 결성된 그룹이며, 예술창작의 방법에 있어서는 스트레이트 포토나 메이킹 포토, 필름이나 디지털 사진 등의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용한다. 사진예술은 사진만 공부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통섭과 융합적 자세로 연구 및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작가 장일암이 대표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