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5-02-16 (월) 16:20
천 개의 소원
전용호 글, 가아루 그림, 북멘토
176쪽, 11,000원
사적 제312호인 화순 운주사 서쪽 산능선에는 거대한 두 분의 와불이 있다. 조상 대대로 사람들은 “이 천 번 째 와불 님이 일어나시는 날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말을 전해왔다. 천불천탑 설화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불국정토를 염원하는 평범한 중생의 마음이 빚어낸 이야기였을 것이다.
지금은 100기가 안 되는 불탑과 불상이 남아 있을 뿐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 어린이들에게는 추억을 간직하는 소풍ㆍ견학 코스이기도 하다.
운주사의 천불천탑 설화와 바위에 숨을 불어넣은 작가의 따뜻한 상상력이 만났다. 『천 개의 소원』은 초등학교 전학년을 위한 창작동화다.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 세상 모든 것이 말하던, 바위도 걸어 다니던 까마득한 옛날. 쟁기로 갈다 만 밭같이 우둘투둘하고 굳다 말고 땅에 떨어진 메주같이 일그러진 덩치 큰 ‘못난이바위’에게 꿈이 생겼다. 세상에서 제일 힘세다는 부처가 되는 것이다.
바위들과 사람들이 미륵사로 어마어마하게 몰려가고 있다. 불상 천 개, 탑 천 개를 이루면 바위는 부처가 되고 가난한 사람도 행복한 세상이 온다고 했다. 광활한 들판, 높은 산 두 개, 열두 모탱이(고갯길), 붉은재를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미륵사. 걸음 불편한 못난이바위는 결코 쉽지 않지만 기어코 길을 떠났다. 슬픈 비밀이 있다는 돌기둥 ‘장승바위’와 친구가 되고, 마지막 희망을 찾아 미륵사로 간 순이네 석이네 가족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이같은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에 작가는 ‘못난이바위’라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희망에 관한 이야기로 뒤집어 놓는다.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움직임은 둔하지만 거친 여행길에 오른 ‘못난이바위’는 우리 내면의 가장 강력한 힘, 희망과 상상의 가치를 전한다.
이 동화를 집필한 전용호 작가(광주·전남소설가협회장)는 “운주사를 찾아가 와불을 처음 보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천 년쯤 과거로 돌아간 듯한 환상에 빠졌었다.”며, “왜 깎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아동청소년문학가인 박상률 시인은 추천의 글에서 “『천 개의 소원』은 희망에 대한 동화”라면서, “작가의 상상력은 미완성인 채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운주사 천불천탑 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 하나를 끄집어냈다. 이야기가 있는 한 사람들은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는다. 되레 미완성인 것들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완성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