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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600여 만 명이 해외를 다녀왔다. 전년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누구나 여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 기록을 남기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으로까지 펴내는 일은 더욱 그렇다.

여행작가 박태동 씨<사진>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얼치기 지식을 늘어놓는 것 같아 쑥스러웠다. 겨우 몇 나라 여행 다닌 걸 자랑하느냐고 웃는 독자가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오면 후기를 써서 같이 다녀온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책으로 내보라”는 주위의 권유가 이어졌다. 마침내 책을 펴내기로 마음을 먹었고 시기는 회갑에 맞추기로 했다.
 
“저에게 여행이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였습니다. 익숙하고 세련된 것보다 투박하고 원시적인 것이 맘에 끌리다보니 선진국보다는 후진국,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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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호기심과 도전』(그림피어)은 젊은 시니어를 자처하는 저자가 2010년 네팔부터 2014년 발리와 싱가포르까지 11차례에 걸쳐 17개국을 다녀온 기록이다. 책에 실린 여행지의 큰 줄기는 불교와 실크로드이다. 티베트 불교와 관련해 라다크, 티베트, 차마고도 편이 있고, 불교국가인 라오스, 몽골 편에서는 불교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실크로드 관련 여행기는 차마고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터키 편이 있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료조사를 철저하게 했다.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 대한 이해, 중세와 근대사를 꿰뚫는 역사 이야기 등 인문학적 호기심에서 우러난 글들이 씨줄날줄로 엮여 있다.

전남대 법대 불교학생회출신인 그는 경제기획원 공무원으로 출발해 공정거래위원회 부이사관으로 퇴직했다. 사람을 좋아하다 40대 초반에 건강이 나빠져 산을 찾게 됐다. 직장산악회 총무와 산악대장을 하며 정기적으로 산행을 했다. 2005년 6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산악동호인들이 모인 다음카페에서 닉네임은 ‘산조아’이다.

이 책에 실린 첫 여행지는 네팔이다. 공직을 마친 2010년 3월 고등학교 동창 5명과 후배 1명과 함께 14박 15일의 일정으로 떠났다. 각자 항공권을 발권하고 직접 현지 여행사를 섭외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포카라에 있는 낮술 식당을 통해 가이드와 포터 등을 미리 정하고 가격을 결정했다. 여행사를 통하는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 기획여행이었다.

그는 세계의 지붕 네팔에서 겸손을, 엄숙하게 진행되는 라오스의 탓밧행렬에서 나눔과 참 인간애를 배웠다. 티베트 불교의 원형이 살아 있는 라다크에서는 붓다의 메시지를, 옛길 차마고도에서는 생명의 존엄성을 느꼈다. 코리아의 혈육들을 만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동서문화의 중심지에서 마주한 형제의 나라 터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예술가와 탐험가들을 배출해 낸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 대자연 앞에 무릎을 꿇게 한 북유럽 등은 끊임없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강인한 흡인력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건강과 돈은 문제가 없었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태에서 여행을 떠나기란 힘들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여건만 되면 짐을 쌌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발동하면, 우물쭈물 하는 것보다 저질러 버려야 시원해지는 무모한 용기가 저를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기억 세포가 파괴되지 않는 유연한 두뇌를 유지하고, 항상 따뜻한 가슴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는 그는 법무법인 케이씨엘 고문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림피어, 400쪽,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