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학교법인 동국대학교의 제289차 회의가 결렬되자 이사장 정련 스님은 “임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총장선출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겠다”면서 “학교와 종단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아귀와 축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련 스님은 이날 ‘제18대 총장선출을 앞둔 이사회에 대한 소회’란 제하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난해 12월 11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있었던 일은 동국대 총장 선출에 대한 외압이고 위협”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등 주요 소임 스님들이 소납과 김희옥 총장에게 행한 태도와 언행은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부당한 권력행사였다”면서 “원장 스님과 당사자 스님들은 분명히 학교의 자주성을 무참하게 유린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존경하는 총무원장 스님과 이사 스님들이 종단과 학교를 위해 현명하게 판단해 달라”고 촉구하고, “불은과 학교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6년 동안 이사장으로 받은 급여 전액과 일금 5억을 학교에 희사하고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하 전문.

 
 제18대 총장선출을 앞둔 이사회에 대한 소회  

   먼저, 학교 총장선거를 앞두고 동국대학교 이사회가 오늘 이러한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하여 여기 이사님들을 비롯한 학교의 구성원,  그리고 동국대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번 말씀 드렸지만 이 모든 것은 본인의 부덕의 소치이고 지도력의 한계 인듯하여 더욱 면구스럽습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코리아나 호텔의 일을 겪을 당시에는 저 개인적인 모욕감과 자멸감에 잠을 이룰 수 없어 날밤을 꼬박 지세우기도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이번일은 저나 김희옥 총장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고 동국대학교의 운명과 조계종단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제 동국대학교 이사장이자 조계종도의 한사람으로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동국대학교의 자주성 수호와 조계종단과의 올바른 관계정립을 위하여 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사재임 8년, 이사장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학교와 함께하면서 어느 때는 학교의 변화와 발전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기도하고, 학교가 처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교육환경을 생각하며 잠을 설치기도 하였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지난 오영교 총장과 현 김희옥 총장을 모시고 지내온 시간들을 통하여 적어도 동국대학교는 외형적 변화와 성장을 이룩한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급격한 대학의 경영환경과 교육환경의 변화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원망과 질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총장 선출은 동국대학교의 외형적 성장을 기반으로 학내구성원들과 더불어 내용적, 질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리석게도 소납은 종립학교로써 학교발전을 위해 조계종단과 학교가 상호이해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막상, 지난 12월 11일 종단의 고위직 스님들의 태도와 말씀을 들으면서 소납은 우리종단의 이면을 새롭게 목도하게 되었고, 종단의 원로의원으로써 분심에 앞서 서글픔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소납의 우리 종단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한갓 물거품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학교는 법적으로 독립되어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입니다. 종단은 건학이념이 올바르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학교운영을 감독하고 지원하는 설립주체입니다. 사립학교법 제1조에는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즉 사립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면 국가의 법령을 위반하는 것이고, 학교 공동체를 훼손하는 것입니다.

   명백하게 말씀드립니다. 지난 12월 11일 있었던 일은 어떤 말로도 비켜갈 수 없는 동국대학 총장선출에 대한 외압이고 위협이었습니다. 조계종단의 총무원장을 비롯한 주요 소임자 스님들이 이사장인 소납과 김희옥 총장에게 행한 태도와 언행은 보통의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부당한 권력행사에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알고 행해진 일이든, 모르고 행해진 일이든 원장스님과 당사자 스님들께서는 분명하게 학교의 자주성을 무참하게 유린한 것입니다. 이러한 분별력을 상실한 행위로 발생된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는 당사자들이 먼저 학교구성원과 대중들 앞에 분명하게 사과하고 참회하는 것입니다. 저희 종단이나 스님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들은 설혹 억지가 있거나 폭력이 있고, 잘못이 있더라도 서로 양해하고 봉합하면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단권력이 그 힘을 부당하게 행사하여 법과 질서,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깬 경우에는 그 구성원들과 이해관계자들에게 분명하게 사과하고 참회하는 것이 사태를 풀어가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오늘 자리도 종단권력에 의하여 자주권을 강탈당한 이사스님들이 참석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조계종은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100인 대중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중공사는 문제를 양명하게 드러내고, 대중이 뜻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올바른 실천방안을 도출하여 이를 실행에 옮기는 전 과정을 말합니다. 오늘 이사회에 불참하시는 이사스님 대부분이 대공공사의 위원분들 이십니다. 지금이 바로  학교의 문제를 양명하게 드러내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점임에도 이사회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오직 이사장과 총장 자리를 위하여 이사회를 부정한다면 현재 종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중공사가 결국은 대중기만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2월은 한해를 마감하고 신학기를 준비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는 것을 모든 이사님들은 너무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총장선출문제 이전에 우리 대학은 신학기를 맞이하여 정관이나 규정의 정비, 조직과 인사, 차년도 사업 계획과 예산 문제 등 여러 산적한 현안이 이사회의 의결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총장선임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이러한 이사회의 업무를 방기하면서 수만 명의 학생과 교직원들 그리고 많은 대중들에게 무한 고통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고각하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현실은 이사님들이 사회적으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교지도자이자, 선대가 건립한 종립학교의 발전을 이끌어 가시는 양식과 인격을 가추고 계시다는 것을 믿어왔던 대중에 대한 무참한 배신행위입니다. 또한 이사로써의 직무유기에 다름 아니고, 종단의 대중공사가 쇼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조계종단과 우리 이사님들은 사회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학교구성원들을 깊은 자비와 애정으로 이끌어 선대가 건립한 동국대학교를 발전시켜 나가야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더불어 학교의 이사장과 이사라는 자리를 사유화하고 이를 이권화하면서 종단정치에 학교를 끌어드린다면 동국대학교는 영원히 나락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셔야 합니다.    

   지금 동국대학교를 둘러싼 교육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산적한 숙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학령인구감축에 따른 교육정책의 대전환을 앞두고 대학의 구조개혁평가를 통하여 학생정원의 30%감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구조개혁을 위한 자체평가보고서 제출 기한이 3월 20일입니다. 정원 자율감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거교적 대응 체계 구축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이에 차질이 생긴다면 동국대학교는 몇%가 될지 모르지만 불가피하게 학생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대형 국책사업 수주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100억에 이르는 ACE사업,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미래창조과학부 SRC사업, 교육부 BK21 플러스 사업, LINC 사업들이 학기초에 모두 예정 되어있어 이를 올바로 대응해 나가지 못하면 수백억의 국고지원사업이 중단되고, 학교는 정상운영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더불어 중앙일보 대학평가, QS-조선일보 대학평가 등에 대한 대응 체계 수립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그동안 수년에 걸쳐 많은 구성원들의 희생과 노고에 의하여 이룩된 11위 대학평가는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언론에 학교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보도됨에 따라 입시, 기금 모금 등에 악영향 예상되어 대학 간의 서열경쟁에서도 낙오자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 스님, 그리고 종단의 주요소임자 스님,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피하신 여러 이사님 스님들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동국대학교는 우리의 선대가 물려준 교육도량이자, 불심을 가진 사회동량을 양성하는 자주성과 공공성을 지닌 기관입니다. 우리는 선대가 설립하신 유일한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를 위하여 무었을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원장 스님은 부당한 종권을 행사하고, 이사 스님들은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여 총장선임의 이사회 권한을 저당 잡혀, 학내구성원과 대중의 뜻과 요구를 배반한다면 동국대학교는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앞서 발표를 들으신 총장후보인 보광스님의 역사적으로 보기 어려운 표절사건 조사 결과 보고를 받으시고도 “아직 표절문제가 종결된 것이 아니다”, “교수의 표절문제와 대학총장의 학교경영과는 관련이 없다”, “종단이 결정하고 이사 다수가 동의하면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사로써의 직무를 유기하고 계시지 않는지 성찰해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총무원장이 결정하고 주문하신 사항이니 이사의 숫자로 밀어붙이고, 힘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결국 학교공동체는 갈갈이 찢어지고 말 것입니다. 결국, 우리 승가공동체조차도 사회적 지탄과 저항을 견대내지 못하고 서서히, 또는 급속도로 추락해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사님들과 학교구성원들, 그리고 대중들에게 소납의 부덕과 부족함에 대하여 사죄드립니다. 모든 것을 소납이 다 안고 떠날 것입니다. 다만 이제 임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현하 총장선출 문제와 당장의 학교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소납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할 것입니다. 제가 부처님의 제자로 입은 불은에 보답하고,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애정을 조금이라도 보답하기위하여 6년 동안 이사장으로 받은 급여전액과 일금 5억을 학교에 희사하고 떠날 것입니다. 더불어 학교와 종단을 구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아귀와 축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스님과 이사스님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당부합니다. 종단과 학교를 위해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을 간구하고, 또 간구합니다. 짧지 않은 저의 잡설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년 2월 11일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정련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