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5-02-09 (월) 18:45을미년 설을 앞두고 아시아의 부적 관련 판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열린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은 2월 15일부터 5월 10일까지 ‘소원성취의 길- 판화로 보는 아시아 부적의 세계’전을 2015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다.
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민족에게 있어 부적은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암호이자, 행복의 문을 여는 비밀스러운 상징이다. 이러한 소원을 이루고자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불교, 도교 민간 신앙과 어울러져 나무에 소원 성취의 상징을 판각 문화로 승화시킨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몽골, 네팔 등의 부적 목판 40여 점을 비롯해 인출판화 40여점, 그리고 서책 등 관련 유물 총 100여 점이 한 자리에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 유물 중에는 고판화박물관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희귀 목판화본도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되는 중국 당(唐 618년 ~ 907년)시대로 추정되는 범문 다라니 경주( 梵文 陀羅尼 經咒 ) 중심에는 묵서가 또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묵서의 내용은 “제자 고○○ 弟子高○○ 원생願生 도솔천궁兜率天宮 득得 자존慈尊(미륵보살)”이다. 고대에는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왕생극락을 발원하고자 팔찌(비천臂釧)에 다라니를 넣어, 시신과 함께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다. 묵서의 내용을 풀어보면 “제자 고○○는 도솔천궁에 태어서나 미륵보살 친견하기를 원한다”는 간절한 발원문이다.
이 만당시대 범문 다라니 경주(梵文 陀羅尼 經咒)는 청해성에서 발견하였으며, 불상등과 함께 나왔으며, 팔찌(臂釧:비천) 속에 들어 있던 다라니이다. 다라니 중앙에 법구를 들고 있는 육비(혹은 사비)관음 보살, 6줄의 범어 원형다라니, 네 귀퉁이에 향로문양과 7줄의 사각형의 범어 다라니, 사방에 5 보살과 네 귀퉁에 조금 큰 관음보살상등 24보살상과 중심에 법구를 들고 있는 육비관음보살 등 25관음 보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존하는 다라니 원형 23×25㎝ 이며 일부 외곽의 관음보살상이 훼손되어 있으며, 인출본 위에 앞서 소개한 묵서가 있다.
한선학 관장은 “고대의 스님들의 간절한 발원이 생생히 남아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당나라 시기의 완벽한 모습의 다라니 인출본의 발견은 세계 인쇄사에 기록될 기념비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오는 5월 15일에 고판화박물관에서 열리는 제 6회 고판화 국제 학술대회에서 서지학과 고판화에 권위 있는 세계적 학자인 일본의 소피아대의 고바야시교수와 한국의 경북대 남권희 교수와 중국의 학자들이 이 다라니의 가치를 조사평가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작품 가운데에 고려시대 다라니가 들어 있는 경통(불경상자)도 소개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이것은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 소원을 성취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들이 예전부터 꾸준히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다라니가 들어 있는 경통은 보기 드문 희귀한 자료이다. 기록에 따르면 미륵보살이 세상에 다시 올 때까지 불경을 경통에 넣어 매장한 경총을 만들기도 했다.
도교 자료들로는 선함을 장려하고 악함을 징벌하며 죽은 넋을 제도(濟度)하고 재난에서부터 인간을 구원한다는 ‘태을구고천존(동극청화대제)’의 부적 ‘동극청화구룡부’천관사복’ 목판과 인출판화가 소개되고 있으며, 이 부적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부적이다. 한국의 대표하는 민간 부적으로는 인간의 모든 액을 소멸하고 만복이 깃들게 한다는 ‘백살소멸만복부’ 목판과 인출본, 삼재부 목판과 인출본, 산신을 상징하는 호랑이 부적으로 금란장구부와 산신부등이 소개되고 있다. 일본 목판으로는 불교국가답게 대표적인 다라니 세 개를 모앙 만든 삼다라니는 목판과 인출본등이 소개되괴 티벳, 몽골 네팔 부적으로는 길상다라니 목판과 인출본 네팔 등 불교관련 자료들과 ‘타르초’로 불리는 기도 깃발이 다수 소개되고 있다. ‘풍마’로 불리는 이 기도깃발은 말이 사람의 소원을 등에 진채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그 소원을 신에게 전해준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티베트와 몽골의 타르초 목판화 중 뛰어난 작품 20여 점이 소개된다.
고판화박물관 한선학 관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아시아인들의 소원성취에 대한 믿음이 서려 있는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부적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는 의미로 모두 100여점의 부적 관련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옛 아시아인들이 간절한 소망을 담은 비밀의 열쇠를 통해 희망이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설날을 맞이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